주간동아 1081

2017.03.29

안병민의 일상경영

도깨비·덕후가 대접받는 세상

발견력이 세상을 바꾼다!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7-03-28 10:38:27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아니, 좋아하기는커녕 보기만 해도 기겁할 겁니다. 머리에 뿔이 달린 괴상망측한 생김새에 신통력까지 가졌으니 가급적 피하고픈 존재일 겁니다. 네, 맞습니다. 도깨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도깨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최근 180도 달라졌습니다.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로맨틱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겁니다. 이게 다 tvN 드라마 ‘도깨비’ 덕입니다. 그러고 보니 참 신기합니다. 그 무시무시하던 도깨비가 달콤한 연애감정의 파트너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덕후’도 마찬가지입니다. 덕후는 광적인 하위 문화 폐인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나온 말입니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무언가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한다는 부정적인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덕후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컨대 ‘맥주 덕후’는 맥주를 티스푼으로 한두 번 맛보고는 어느 나라 어떤 브랜드의 맥주인지를 정확히 맞힙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함으로써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극강의 능력을 갖춘 덕후는 오늘날 창의적 인재상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날고 싶다는 집착으로 인간의 비행을 가능케 해준 라이트 형제는 ‘비행 덕후’였고, 단순함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스마트폰의 디자인 혁명을 이끌어낸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 덕후’였던 셈입니다. “인류는 덕후들의 능력으로 진화됐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연한 건 없다!

    ‘도깨비’와 ‘덕후’를 보며 ‘발견력’을 생각합니다. 발견력, 다시 말해 ‘발견하는 힘’은 세상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는 시각을 가리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의 진실을 나만의 통찰력으로 꿰뚫어보는 힘입니다. ‘와인은 왜 꼭 우아한 분위기에서만 먹어야 하는 걸까. 맥주처럼 부담 없이 편하게 마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 끝에 제임스 내시는 와인을 담은 플라스틱 와인 잔을 은박지로 밀봉해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아무 데서나 뚜껑만 벗기면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바로 ‘튤립 와인’입니다. 내시의 아이디어에 혹평을 가했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튤립 와인은 시장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와인은 분위기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마시는 거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통쾌한 반격이었습니다.

    ‘시이불견(視而不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되 보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두가 함께 보고 있지만 누군가는 발견하고, 또 누군가는 눈 뜬 장님입니다. 결국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왼쪽에서만 봤다면 오른쪽에서도 한번 바라보고, 밑에서 올려만 봤다면 위에서 내려다보기도 할 일입니다.

    정답이 없는 세상, 당연한 걸 당연하게 생각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도깨비’를 다시 들여다보고, ‘덕후’를 새로 톺아보고, ‘와인’을 뒤집어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늘 해오던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깨달음.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다.” 미국 교육가이자 작가였던 루돌프 플레시의 말입니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  ·  강의와 자문  ·  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