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0

2016.01.06

이상건의 원 포인트 투자학

리스크 관리, 투자의 시작과 끝

가격 변화는 수익의 원천…변동성 자체보다 방향성이 더 중요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6-01-05 17: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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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투자의 시작과 끝에는 ‘리스크(risk)’가 있다. 모든 투자 관련 서적에도 리스크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리스크가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갖느냐에 대해서는 조금씩 시각차가 존재한다.
    현대 재무학 이론에서 말하는 리스크는 가격의 변화, 즉 변동성을 뜻한다. 수학적 엄밀성으로 무장한 현대 재무학에서는 리스크를 수학적으로 또는 통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골라낸 아이디어가 변동성을 리스크로 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변동성=리스크’라는 아이디어는 주식 등의 자산 가격 변화를 설명하기에 적합할지는 모르지만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리스크를 바라보는 3가지 시각

    100원짜리 주식의 가격이 올라 150원이 되면 변동성은 50이다. 반대로 100원이 50원이 돼도 변동성은 50이다. 그러나 투자자에겐 동일한 50의 변동폭이라도 그 실질적 의미는 완전히 반대다. 하나는 수익률이 플러스지만, 다른 하나는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스크를 변동성으로만 바라보면,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가격 변화로만 리스크를 측정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리스크를 손실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리스크=원금 손실’이라는 관점에 서면 리스크는 피해야 할 혐오 대상(risk averse)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원금 손실에는 2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는 가격이 하락해서 보는 손실이다. 둘째는 화폐 가치가 하락해 발생하는 손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플레이션 리스크 같은 것이다. 따라서 리스크를 원금 손실로 받아들이는 시각에선 돈을 잃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산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소수 집중 투자를 선호하는 이들은 리스크를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식에 투자할 때 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창출력, 그리고 경영진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가 없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모르는 데 투자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이고, 리스크를 줄이려면 투자 대상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와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인물이 워런 버핏이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점은 ‘변동성’이다. 변동성이 없다면 수익이 발생할 수 없다. 가격 변화가 없으니 차익이 생기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변동성은 수익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리스크를 변동성으로 여기는 시각에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변동성도 낮추려 한다. 그렇다면 낮은 변동성은 무조건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변동성 그 자체보다 변동성의 방향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는 상향(上向) 변동성은 크면 클수록 좋다. 반대로 손실이 나는 하향(下向) 변동성은 작거나 가능할 수만 있다면 아예 없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리스크와 변동성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개인투자자는 원금 손실이 가장 나쁜 결과이므로 일단 손실을 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예금 같은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예금 등은 수익의 원천인 변동성이 없거나 너무 작아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손실을 보지 않으면서 변동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하향(下向) 변동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하향 변동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되는 것이 ‘-50=+100’의 법칙이다. 1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해보자. -50%의 손실이 발생하면 원금은 500만 원이 된다. 다시 1000만 원이 되려면, +50%로는 안 된다. 100%의 수익이 나야 한다. 절반으로 쪼그라든 500만 원에서 50%의 수익은 250만 원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법칙은 손실이 크면 클수록 원금을 복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짐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덜 잃어야 빨리 회복할 수 있다.



    리스크와 변동성의 관계

    리스크와 변동성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투자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잣대가 된다. 우선적으로 금융사기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식 등 변동성 있는 자산에 투자하면서 수익을 거의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사기는 확정 수익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생한 사모펀드회사 V사의 경우가 전형적인 예다. 벤처기업 같은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높은 안정적 수익을 제공한다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안정적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은 환상으로 막을 내렸고, 투자자들은 돈을 잃고 마음에도 상처를 입었다. 안정적이면서 수익이 높다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 따라서 리스크와 변동성의 원리에 맞지 않는 주장은 다 사기라고 여겨야 한다.
    둘째, 펀드 등 금융상품 선택 시 활용할 수 있다. 투자자는 대부분 최근 수익률이 좋은 펀드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2015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펀드들은 수익률 상위 랭킹에 있었다. 2014년 높은 수익률로 자금을 빨아들였던 펀드는 대부분 2015년 수익률 저하로 환매 압력에 시달렸다. 경험칙이 보여주는 사실은 최근 단기 수익률이 좋은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전략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시장이 나쁠 때 덜 하락한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다. 다른 펀드에 비해 적게 잃었기 때문에 빨리 회복하고 더 나아가 수익도 낼 수 있다.
    셋째, 연금 같은 은퇴자산 운용에 적합한 상품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단기 고수익을 노린 투자와 달리 노후 생활비 성격을 지닌 은퇴자산은 장기적으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변동성이 지나치게 큰 자산은 고수익 가능성도 있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은퇴자산 운용에는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원자재 펀드나 벤처 펀드 같은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운용 스타일이나 분산투자를 통해 변동성을 낮춘 펀드를 기초 자산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배당주 펀드, 일부 가치주 펀드, 글로벌 채권형 펀드, 글로벌 주식형 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안정적이다.
    경제학의 오래된 금언은 ‘경제에는 공짜점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짜점심이 생기면 먹는 게 좋다. 당신에게 공짜점심처럼 리스크를 지지 않고 돈을 벌 기회가 온다면, 그로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공짜점심의 기회가 없다면, 그때는 리스크와 변동성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리스크에 대한 이해는 좀 과장하자면, 투자 의사결정의 알파요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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