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4

2015.09.07

중국은 왜 전범재판을 안 했나

전승절과 전범재판소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5-09-07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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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왜 전범재판을 안 했나

    전승 70주년을 기념한 열병식이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중국이 전승절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우리가 광복 70주년을 축하한 반면, 중국은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했다. 많은 규모의 일본군을 본토 안에 묶어둠으로써 연합국의 주력이던 미군이 동남아와 태평양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중국이 전승절을 기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전승국이라면 전쟁법에 따라 당연히 전범재판소를 열어 관련 일본인을 처벌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것을 보면 ‘반쪽 전승국’이라고 하겠다.

    전쟁법은 전쟁의 개념을 국가 간 무력충돌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재정된 이유는 불필요한 물리력 행사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였다. 따라서 전쟁법을 위반한 경우 전범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전쟁 상태에선 군인이 적국의 군인을 죽이더라도 형사법상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으며, 오히려 정당한 공무수행 행위로 인정된다. 단 군인은 군복을 입어 군인임이 겉으로 드러나야 한다. 따라서 위장복을 입고 상대방 시설을 타격하면 공무수행 행위로 인정받지 못하며 형사법 적용을 받는 범죄자가 된다.

    전쟁법상 물리력의 행사는 상대방 군사력에 한정되므로 군사력이 아닌 다른 대상을 상대로 물리력을 행사하면 처벌받는다. 민간인을 타격하거나 문화재 등에 해를 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아주 불가피한 경우에만 인정된다. 따라서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은 그 어떤 경우에도 전쟁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대로 민간인이 적국 병사를 보고 흥분한 나머지 물리력을 행사해 죽였다면 어떻게 될까. 법률적 평가에선 일반의 살인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포로가 탈출을 위해 보초를 살해하고 도주했을 경우에는 아무런 범죄도 성립되지 않는다. 탈출한 포로를 다시 잡아와 괴롭혔다면 포로로서 대우하지 않은 것이 되므로 오히려 전쟁범죄가 성립한다. 포로는 자국 군인에 준하는 대우를 받게 돼 있다.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 벌어진 내전의 경우에는 전쟁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군복을 입고 서로 죽인다 해도 일반인의 살인죄가 성립된다. 전범재판소가 아닌, 일반 법정에 세워져 처벌받는다.

    중국과 달리 미국은 전범재판소를 열어 일본 전범을 처벌했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전승국이고 그에 반해 일본은 패전국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일본은 정치적 동반자로서 중국의 대대적인 전승절 행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6·25전쟁 당시 중국은 우리의 적국이었고 전시작전통제권이 현재까지 미국에 있음에도, 우리는 중국의 전승절을 축하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참석하지 않았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돼 그 지역의 많은 민간인이 살상됐다. 일본의 침탈과 가혹한 식민지배로 많은 피해를 입은 중국이나 우리로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은 이 점을 내세워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일본은 이런 주장을 미국을 배척하는 데 활용하지 않고, 미국인을 포함해 다른 나라 국민의 동정심이나 환심을 유도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범에 대한 처벌이 승전국의 자의적 물리력 행사라는 비판도 있지만, 전쟁이 끝난 후 비인도적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꼭 필요한 행위라고 하겠다.

    완전한 승전국도 아닌 중국이 전승절을 성대하게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왜 우리는 중국처럼 반쪽의 전승절 행사라도 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국공내전을 사실상 종식하고 거대 국가로 우뚝 선 중국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중국 전승절 축하 외교가 미국의 애를 얼마나 태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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