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7

2015.05.11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조직 비판 하급자 인사보복 소송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5-05-11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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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인 2012년 4월 KT새노동조합(KT새노조) 위원장이던 이해관 씨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와 관련해 회사가 실제보다 높은 요금을 부과해 부당 이득을 얻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를 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2013년 KT에 과태료 350만 원을 부과했다. 분명히 국민을 속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 유명한 ‘국제전화 조작 사건’이다. 그러나 제보 이후 KT는 이씨를 출퇴근하는 데 5시간 걸리는 경기 가평지사로 발령을 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를 공익제보자에 대한 인사보복으로 판단하고 2012년 8월 이씨에 대한 전보조치를 철회할 것을 주문했으나 KT는 그것조차 무시했다. 그뿐 아니라 몇 달 후인 12월 28일 무단조퇴와 결근 등을 이유로 이씨를 해고했다. 참으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상황이었다. 앞서 이씨는 2011년 사측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 언론사 ‘참세상’ 등에 기고했다는 이유로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 정직처분과 전보처분이 부당하다는 소송은 시차를 두고 이어진 해고처분의 부당성에 대한 소송과 별개로 이뤄졌다.

    먼저 이씨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 부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전보처분은 정당한 인사권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달랐다. 1심은 ‘기사에 나온 발언과 기고문은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하다’면서 ‘또한 KT새노조 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던 점에 비춰 보면 조합원들의 단결이나 근로 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복지 증진,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정당한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전보처분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이고,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2심과 3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3년여 동안 기나긴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아직도 이씨는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해고처분에 대한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부 문제를 진실에 기초해, 공익을 위해 세상에 알린 이에 대한 집요한 박해를 이렇게 만 3년이 지나서야 바로잡을 기회를 얻었다. 좋은 일이지만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한편 경찰의 총기 관리가 허술하다며 수뇌부를 비판한 글을 내부게시판에 올린 경찰공무원에게 감봉 징계를 내린 처분이 부당하다는 하급심 판결도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업무상 지휘권이나 인사 및 징계 권한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경찰 지휘관 의견이 그대로 수사에 관철될 우려도 있다”며 “사법경찰관리가 수사와 관련해 게시판 등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보장해주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힘을 가진 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하급자를 징계하는 일은 지금도 허다하게 일어난다. 이를 다루는 국가기관의 소극적 태도는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 그리고 힘을 가진 쪽이 일단 보복하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당사자를 수년간 괴롭힐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도 용납해선 안 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금언을 우리 법원과 당국은 얼마나 마음속에 새기고 있을까. 올바른 이들에 대한 박해가 용납되는 사회는 썩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세상의 빛과 소금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이유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김윤옥 여사(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2011년 3월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명예위원장 추대 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휴대전화로 전화투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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