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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

아름다운 계절을 즐기는 법

르누아르 ‘뱃놀이 점심’

  •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아름다운 계절을 즐기는 법

아름다운 계절을 즐기는 법

‘뱃놀이 점심(The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1881년, 172.5×129.5cm, 미국 워싱턴DC 필립스 컬렉션 소장.

‘뱃놀이 점심’은 요즘처럼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그림으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1841~1919)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배경은 프랑스 파리 근교 센 강변에 있는 ‘샤투’라는 관광지의 한 유명한 식당 테라스입니다. 테라스에서 젊은 남녀들이 어울려 먹고, 마시고, 대화하며 봄의 정취를 즐기는 순간을 포착해 마치 스냅사진을 찍은 듯 현장감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림에는 총 14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기자, 모델, 배우, 재력가, 시인, 작가 등 당시 르누아르와 친분이 있던 유명 인사들입니다. 이들은 한 테이블에 네다섯 명씩 남녀가 섞여 앉아 있습니다. 그림은 맨 앞 식탁에 둘러앉거나 서 있는 다섯 남녀를 중심으로 화면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작아지는 사선구도로 정렬돼 있습니다. 화면 중앙 하단부에 있는 사각 테이블은 흰색 천으로 덮여 있고, 그 위에는 포도 등 과일과 술병, 유리잔들이 놓여 있습니다. 이 테이블들 주변으로 잘 차려입은 청춘 남녀가 두세 명씩 쌍쌍으로 앉아 있는데, 여인들은 르누아르 스타일답게 살짝 통통하면서도 부드럽고 하얀 피부를 지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르누아르는 처음 칠한 물감이 마르기 전 그 위에 색을 덧칠하는 방법을 사용해 특유의 밝고 부드러운 색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등장하는 여인이나 어린이의 뽀얗고 보들보들한 피부 이미지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화면 왼쪽에는 팔뚝이 우람하고 체격이 건장한 남성이 서 있습니다. 짧은 흰색 셔츠에 노란색 둥근 모자를 쓰고 두 손으로 난간을 짚고 기대선 채 화면 우측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식당 주인의 아들로 평소 식당을 즐겨 찾는 르누아르를 위해 기꺼이 모델이 돼주었습니다.

이 남자 아래에는 앳된 표정의 젊은 여성이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분홍색 꽃송이로 화려하게 장식한 모자와 녹색 드레스를 입고, 두 손으로 털이 북실북실한 강아지를 들고는 입맞춤하는 듯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훗날 르누아르와 결혼하는 18세 연하 샤리고입니다.

이 남녀의 오른편, 즉 화면 중앙에는 허리를 약간 구부린 채 선상 난간에 손으로 턱을 괴고 서서 앞에 앉은 남성을 바라보는 여성이 있습니다. 노란색 둥근 모자와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데, 부드럽고 통통한 두 팔과 예쁜 얼굴이 시선을 끕니다. 식당 주인 딸이라고 하는데 다른 모델들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한 여성이 남성 두 명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모델로 오른팔을 테이블 위에 비스듬히 기대고 앉아 앞의 남성에게 시선을 주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노란색 중절모자에 짧은 흰색 셔츠를 입고 의자에 걸터앉은 채 고개를 왼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상파 화가이자 르누아르의 절친한 친구였던 카유보트입니다. 그 뒤편에는 또 다른 남성이 서서 아래 앉아 있는 두 남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신문기자입니다.

이 그림은 구도적으로 보면 비교적 정돈돼 조화롭게 보입니다. 사선으로 정렬된 테이블 밖으로 난간이 있습니다. 화면 상단 쪽 바람에 펄럭이는 붉은 줄무늬 차양막과 사람들이 기대고 있는 난간 사이로 많은 나무가 청초하게 어우러져 계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여름 정취입니다. 이 그림은 신윤복이 그린 ‘뱃놀이’(선유도)를 떠올리게 합니다. 참 좋은 계절입니다. 여러분도 집 밖으로 나가보세요. 저도 가족과 이 순간을 즐기려 합니다.



주간동아 2015.05.11 987호 (p79~79)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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