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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20세기 미국 흉내 내는 21세기 중국 해군력

미 해군정보국(ONI) 보고서 … 한반도는 ‘최종방어선’

  • 박주진 연세대 북한연구원 연구원 airjujin@naver.com

20세기 미국 흉내 내는 21세기 중국 해군력

20세기 미국 흉내 내는 21세기 중국 해군력

4월 초순 미국 해군정보국(ONI)이 공개한 ‘중국 해군, 21세기 새로운 능력과 임무’ 보고서.

미국은 심기가 불편하다. 중국 해군력의 끊임없는 증강이 문제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일본, 필리핀 등과 영토분쟁이 가열되고 있는 이 미묘한 시점에 미 해군정보국(ONI)은 최근 중국 해군의 심상치 않은 변화를 감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4월 9일 공개된 ‘중국 해군, 21세기 새로운 능력과 임무(The PLA Navy-New Capabilities and Missions for the 21st Century)’가 그것이다.

가까운 바다와 먼바다를 동시에

같은 주제를 다룬 6년 전 보고서와 달리 이번 보고서는 중국 해군뿐 아니라 해양경찰(해경) 함정과 항공기까지 생생한 자료를 실었고, 새롭게 분석한 중국의 신(新)해양전략도 공개했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중국 해군 정책결정자 31명의 인적 정보와 함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해군 당상무위원회를 분석해 리더십 구조도 해부했다. 이전에는 접근조차 불가능했던 정보가 ONI 보고서를 통해 확인되자 각국 전문가들의 관심이 폭증한 것은 불문가지다.

보고서를 관통하는 관심사는 하나로 요약된다. 중국은 왜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일까. 단서는 보고서 첫 페이지에 이내 등장한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남긴 연설문 중 ‘해양자원의 개발을 위해 해양에서 권리와 국익을 보호할 해양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문장이다. ONI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각인시키고자 보고서 마지막 페이지를 할애해 시진핑 주석의 발언도 소개한다. ‘중국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해양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며 해양력을 증진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문장이다. 과거와 현재의 중국 최고지도자가 해군력 증강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래 또한 그 연속선상에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해군전략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안방어’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87년 류화칭 제독의 ‘근해방어’ 개념에서 도출된 ‘도련(Chain of Islands) 전략’을 채택하면서 적국이 지역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바꿨다. 이후 90년대 미군이 수행한 주요 전쟁을 통해 군의 현대화 및 첨단화 흐름을 지켜본 중국군은 정보화와 비접촉전(Non-Contact Warfare)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인다.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현대식 군사력 구축에 주안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미국 흉내 내는 21세기 중국 해군력

2014년 7월 미국 하와이 제도 주변에서 실시된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한 중국인민해방군 구축함 하이커우(海口)호(위). 2013년 8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선양항공기공업그룹의 항공모함 탑재기 생산공장을 방문해 ‘젠-15’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살펴보고 있다.

쉽게 말해 지금의 중국 해군은 두 개의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까운 바다에서는 해양분쟁에 대비해야 하는 전통적인 안보 문제가 있다. 먼바다에서는 해상교통로 보호 같은 비전통적인 안보 수요가 만만치 않다. 근해와 원해에서 동시에 작전을 병행할 수 있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ONI가 이번에 공개한 중국 해군의 신전략은 이와 관련 깊다. 이름하여 다층방어(Defensive Layers) 전략으로, 근해와 원해를 거리별로 구분해 3단계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먼바다에 속하는 1단계는 말레이시아-필리핀-일본을 잇는 구역으로, 대함탄도미사일과 잠수함이 주된 방어 전력이다. 2단계는 베트남-일본 오키나와를 잇는 구역으로 잠수함과 항공력을 주로 투입한다. 3단계는 우리로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대만을 잇는 구역. 이곳에서는 항공력과 해안방어순항미사일(CDCM) 등을 통해 효과적인 방어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전략 구성은 흡사 미 해군의 다층방어 개념과 유사하다. 중국 해군력의 현재 규모를 감안하면 이를 직접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진행 중인 해군력 현대화와 증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근해와 원해를 동시에 방어한다는 병행 전략은 이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그림이 공개되면서 방어막에 포함된 해양분쟁 당사국과 인접 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역시 한반도가 이러한 전략의 최종방어선에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덩치가 커지면 행동이 변한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최근 몇 년 사이 확 달라진 중국 해군의 모습에 주목한다. 노후화한 전력을 퇴역시키고 중장거리 대함·대공 미사일이 탑재된 최신 전력을 구비한 것이다. 먼저 뤼양2급 구축함에는 사거리 90km 내외의 HHQ-9 지대공미사일과 사거리 240km의 YJ-62 대함순항미사일(ASCM)을 장착했고, 최근 취역한 이지스함 수준의 뤼양3급 구축함은 사거리 130km의 HHQ-9ER 지대공미사일과 이지스함 킬러라 부르는 사거리 220km의 YJ-18 대함순항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잠수함 전력의 증강 속도도 눈부시다. 디젤 잠수함은 현재 59척, 핵 잠수함은 9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각각 63척, 11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유일한 항공모함인 랴오닝호는 칭다오 북해함대에 배치돼 전력화가 진행 중이다. 해상 공격 임무에 투입될 해군 항공력 또한 주목할 만하다. 각종 전투기와 폭격기에 개량된 단·장거리 공대공미사일, 대함순항미사일 등을 이미 운용하고 있다. 또한 해상초계기, 공중조기경보감시기, 무인기, 정찰위성 등이 해상 감시정찰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해경 전력 역시 인접 국가의 해경을 모두 합친 것보다 월등히 앞서는 규모다.

해군력이 달라지면 훈련 내용도 달라진다. 특히 먼바다에서 진행되는 작전 활동과 훈련은 이제 ‘새로운 규범(the new norm)’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 해군은 2013년 필리핀 해에서 전자전(電子戰) 대응 훈련을 실시했고, 2014년 환태평양군사훈련(RIMPAC)에도 참가했으며, 인도양에서 최초로 잠수함을 운용하기도 했다. 위상이 커진 만큼 활동폭도 한층 커진 것이다.

20세기 미국 흉내 내는 21세기 중국 해군력
되살아나는 앨프리드 머핸

다만 ONI 보고서는 그간 중국 해군이 추진해온 전력 현대화 계획이 향후 10~15년 사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불투명한 소요장비 획득 과정과 경제 성장 둔화가 그 주범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남해구단선(nine dash line)’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인공섬에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인접한 해양분쟁 국가들과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중국 수뇌부가 해군력 강화 흐름에서 벗어날 개연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당장 중국 내부에서 해군과 해경은 물론, 자원과 에너지 관련 주요 부서들까지 해군력 증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중국 정부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153조 원의 국방예산을 발표했다. 이는 세계 2위 규모로, 현재까지도 중국 국방예산은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군 현대화 작업도 지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현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19세기 미 해군 전략가 앨프리드 머핸은 국익과 직결되는 주요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패권보다 지역 패권을 차지할 해군력을 구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세기 미국은 이 전략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ONI 보고서는 이제 21세기 중국이 지난 세기의 미국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손에 잡힐 듯 생생히 보여준다. 자신의 과거를 다시 분석해야 하는 ONI 처지야말로 말 그대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주간동아 2015.05.11 987호 (p22~24)

박주진 연세대 북한연구원 연구원 airju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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