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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원의 클래식 산책

기대 저버리지 않은 연주의 깊이

구스타보 두다멜과 LA필하모닉 내한공연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기대 저버리지 않은 연주의 깊이

기대 저버리지 않은 연주의 깊이

베네수엘라 음악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30대 젊은 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왼쪽). 지휘자의 수준 높은 해석을 충분히 뒷받침한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미국 유수 교향악단인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3월 25~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7년 만에 내한공연을 했다. 악단의 음악감독이자 베네수엘라 음악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최고 스타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이 함께해 더욱 주목받은 화제의 공연이었다. 특히 두다멜은 조만간 선출 예정인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기 상임지휘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일부 애호가에게 이번 공연은 그 가능성을 가늠해볼 기회이기도 했다.

첫째 날 프로그램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6번’, 단 한 곡. 혹자에게는 반갑고 혹자에게는 아쉬운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교향곡은 통상 연주시간 80~90분에 달하는 대작으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게 기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극한의 도전을 요구하는 난곡이다. 무엇보다 ‘비극적 교향곡’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작곡가의 생애와 음악세계를 대변하는 면이 강해 말러 애호가들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이다. 더구나 이 곡은 그동안 국내 악단이 연주한 적은 몇 차례 있지만 해외 유명 악단이 내한해 연주한 것은 처음이기에, 이번 공연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객석으로 입증됐다.

당초 애호가 상당수는 이 격렬한 곡에서 ‘두다멜다운’ 화끈한 연주를 기대했으리라. 하지만 이날 두다멜은 그런 기대를 ‘배신’했는데, 전편에 걸쳐 자못 차분하고 진중한 자세로 음악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단 첫 악장부터 중도적인 템포와 어조로 출발했고, 이후 흐름도 다분히 신중하게 조율해나갔다. 최근 추세대로 둘째 악장에 놓인 안단테도 특유의 비극적 정서를 강렬하게 분출하기보다 깊이 있고 폭넓게 음미하는 방식으로 표현했으며, 이어진 스케르초 악장도 너무 거칠거나 날카롭게 진행하지 않았다.

사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악장이었고, 이전 악장들은 그 목표를 위한 포석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장엄한 피날레에서 두다멜은 비로소 자신만의 개성을 돌출하는 한편, 놀라울 정도로 끈질긴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설득력 있는 해석을 선보였다. 아울러 LA필하모닉도 존재감이 다소 약했던 목관 파트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견실하고 안정감 있는 합주를 들려줘 지휘자의 수준 높은 해석을 충분히 뒷받침했다.

둘째 날 공연의 주제는 ‘미국’이었다. 1부에서 연주된 미국 현대작곡가 존 애덤스의 ‘시티 누아르’는 캘리포니아 역사와 문화에 관한 할리우드적 스케치라 할 수 있었고, 2부에서도 역시 미국을 소재로 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 연주됐다. 먼저 재즈적 요소가 다분한 ‘시티 누아르’에서 LA필하모닉 단원들은 미국인다운 그루브 감각을 바탕으로 더없이 다채롭고 풍요로운 리듬과 색채의 향연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그중에서도 무대 뒤편을 가득 메운 각종 타악기와 색소폰 솔로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반면 ‘신세계 교향곡’에서는 단원들의 긴장이 다소 풀린 듯 실수가 적잖았고, 두다멜의 거침없고 즉흥성 풍부한 리드는 흥미진진했지만 설득력은 다소 부족했다.



주간동아 2015.04.06 982호 (p76~76)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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