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2015.03.09

푸릇, 쌉싸름한 나물엔 달콤새콤 와인으로

그 나물에 그 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3-09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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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릇, 쌉싸름한 나물엔 달콤새콤 와인으로

    미나리무침 또는 전과 잘 어울리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왼쪽)과 미나리 돼지삼겹살 구이와 잘 어울리는 코트 뒤 론 로제 와인.

    봄나물 대축제. 요즘 마트마다 다양한 봄나물이 가득하다. 냉이, 달래, 쑥, 미나리. 보고만 있어도 푸릇하고 쌉싸름한 맛이 떠올라 침이 꼴깍 넘어간다. 황사가 오는 봄, 상큼한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는 것은 어떨까. 향긋한 와인까지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봄나물의 종류와 조리법에 따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선택해보자.

    가장 간단한 봄나물 요리는 무침이다. 서양에서 샐러드에 주로 가벼운 화이트 와인을 즐기는 것처럼 봄나물 무침에도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특히 독일 모젤(Mosel) 지방의 리슬링(Riesling) 와인은 야생화의 향긋함을 지녀 봄나물과 즐기기에 딱 맞는 와인이다. 리슬링 와인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레이블에 카비넷(Kabinett)이라고 적힌 것을 골라보자. 리슬링 카비넷은 가벼우면서도 약간의 단맛이 입맛을 돋운다. 달래무침이나 냉이무침에는 고추장 또는 된장, 간장, 고춧가루가 들어간다. 그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은 리슬링의 옅은 단맛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리슬링 카비넷 와인은 저렴한 종류가 많아 1만~2만 원대에도 구매할 수 있다.

    냉이전, 두부달래전, 쑥연근전처럼 봄나물로 전을 부쳐도 별미다. 봄나물전에는 어떤 와인이 좋을까. 리슬링도 좋지만 전은 무침보다 무게감이 있는 음식이므로 보디감이 느껴지는 프랑스 알자스(Alsace)산 화이트 와인을 추천할 만하다. 알자스는 프랑스에서 맑은 날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가을이 건조하고 길어 알자스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은 묵직하면서도 농익은 과일향이 일품이다.

    특히 알자스산 피노 그리(Pinot Gris) 와인은 옅은 단맛과 상큼한 산도, 사과와 배, 레몬 같은 과일향, 그리고 꽃향이 어우러져 있어 봄나물전과 최상의 파트너다. 단맛은 전에 곁들이는 간장의 짭조름함과 조화를 이루고, 상큼한 산도는 전의 느끼함을 잡아주며, 꽃향은 마치 꽃잎으로 전을 감싼 듯한 느낌을 준다. 봄나물 비빔밥에 곁들이기에도 피노 그리 와인이 딱이다. 피노 그리 와인은 대체로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휘겔 에 피스(Hugel&Fils)의 피노 그리 트라디시옹(Tradition)은 5만 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푸릇, 쌉싸름한 나물엔 달콤새콤 와인으로

    봄나물 무침과 잘 어울리는 리슬링 카비넷 와인(왼쪽)과 봄동, 돌나물, 달래, 도라지 등 봄채소.

    미나리는 봄에 특히 맛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황사 때문에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나리의 향긋함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단연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다. 소비뇽 블랑 와인은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지만 뉴질랜드산 특유의 진한 허브향은 미나리초무침이나 미나리전과 더없이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미나리에 돼지삼겹살 구이를 얹어 먹겠다면 프랑스 남부 론 지방의 로제 와인을 곁들여보자. 적당한 타닌이 돼지고기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기름기를 다스리며, 신선한 붉은 과일향은 미나리의 푸릇함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2만~5만 원대에, 코트 뒤 론 로제는 3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봄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봄나물은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해준다. 왔는가 싶으면 어느새 가버리는, 늘 아쉬운 계절 봄. 굳이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으면 어떠랴. 싱싱한 봄나물과 향긋한 와인만 있다면 식탁 위에 봄을 한가득 차려놓고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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