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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 황장원의 클래식 산책

오케스트라 고유 음색 만드는 전용홀

빈 필과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오케스트라 고유 음색 만드는 전용홀

오케스트라 고유 음색 만드는 전용홀

1963년 완공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콘서트홀. 당시 음악감독이던 폰 카라얀은 새 콘서트홀 공모전에서 건축가 한스 샤로운의 원형 콘서트홀 구조를 선택했다.

‘최고’를 지향하는 오케스트라가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필수요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출중한 실력을 갖춘 단원들과 그들을 제대로 이끌 만한 음악적 능력 및 예술적 비전(vision)을 가진 탁월한 지휘자가 있어야 할 테고, 이들이 오로지 ‘음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절히 지원하는 관리·경영 시스템도 필요할 것이다.

대개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인정 내지 인지하는 요건들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이가 간과하는 필수요건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수준급의 전용 콘서트홀(전용홀)이다. 전용홀은 왜 필요한 것일까.

외적 측면부터 살펴보면 전용홀은 오케스트라의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활동에 크게 기여한다. 남의 콘서트홀을 빌려 연주회를 여는 오케스트라는 일단 대관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공연 진행에서도 이런저런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공연하지 못할 수도 있고, 준비에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충분한 횟수의 공연을 하기도 어렵다. 또 공연 때마다 100명 안팎의 인원이 각종 악기, 장비와 함께 이동해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전용홀은 이런 어려움과 번거로움을 해결해줄뿐더러 좀 더 진취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 가능하게 해준다. 일단 공연 일시와 횟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참신하고 다양한 기획 아이디어를 큰 부담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기존 청중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한편 새로운 청중의 창출을 꾀하기도 한층 수월해진다.

오케스트라 고유 음색 만드는 전용홀

1842년 오스트리아 빈 궁정 가극장 관현악단의 콘서트홀에서 시작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870년 무지크페라인 황금홀로 옮겨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적 측면이다. 전용홀의 사운드(음향)가 그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음색)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용홀이 어떤 음향을 취하느냐에 따라 그 오케스트라의 음색이 결정된다. 오케스트라에서 음색은 ‘가장 돋보이는 개성’이라 할 수 있는데, 예술에서 개성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구나 음악은 ‘소리의 예술’이기 때문에 그 소리의 색깔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독자적인가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공교롭게도 ‘주간동아’ 975호에 소개한 ‘세계 3대 오케스트라’는 공히 ‘고유의 음색’이라고 할 만한 뚜렷한 개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예외 없이 각자 전용홀에 기대어 만들어진 것이다. 먼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여타 콘서트홀에 비해 잔향이 길면서 유려하고 풍부한 음향을 빚어내는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찬란하고 화려한 ‘빈 필하모닉 사운드’를 확립했다. 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시절 무대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객석 전체에 고르고 선명하게 전달되는 필하모니 콘서트홀의 ‘민주적 구조’에 걸맞은 명징하고 균형 잡힌 사운드를 다져냈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역시 전용홀에 어울리도록 윤택하고 풍요로운 사운드를 꾸준히 가꿔내며 역사를 이어왔다.

이렇게 보면 전용홀과 연계된 고유의 사운드를 보유하지 못한 오케스트라는 ‘최고’ 반열에 오를 자격이 없다 해도 그리 심한 말은 아닐 것이다.



주간동아 2015.02.16 976호 (p111~111)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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