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6

2015.02.16

베이징 ‘뉴노멀’과 한판 승부

민간 분야 성장과 공산당 1당 체제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하는 딜레마

  • 왕용 중국 베이징대 국제대학원 교수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ckkang@keaf.org

    입력2015-02-16 10:3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다고들 말한다. 신창타이는 중국 지도층과 경제학자들이 만들어낸 개념으로, 지난 수년간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최근 7.0~7.5%대로 주춤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였다. 그러나 신창타이 혹은 뉴노멀은 단순히 중국 경제가 재편됨에 따라 나타난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베이징 정책결정자들이 의도적으로 유도한 상황이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4조 위안(당시 환율로 약 586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단행했다. 대폭 완화된 통화정책과 함께 고속철, 제조업, 신기술 산업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이후 2012년까지 고속성장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로 중국 수요는 급속히 증가했으며, 새롭게 창출된 세계 GDP의 3분의 1을 중국이 만들어냈다. 금융위기 와중에 많은 나라가 중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도 끼쳤다. 먼저 생산과잉 문제다. 철강과 시멘트 등 기존 노동집약 산업부터 신(新)에너지 분야 등 이른바 고부가가치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생산과잉이 심각해졌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중국 경제 저성장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해결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수 있으며, 대안이 될 수 있는 해외 시장을 찾아내는 일이 중국 경제의 급선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성장의 힘, 고용과 중산층

    경기부양책이 가져온 또 다른 문제는 유동성 과잉 공급이 초래한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 거품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전 세계 총통화(M2) 공급의 절반을 중국 위안화가 차지했다. 물론 중국 부동산가격이 점차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방정부 사이에서는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상업은행이나 금융기관의 악성 부채 비율이 급증하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요인들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역동적인 성장세에 흠집을 내고 있다. 이제 중국은 에너지 소비나 환경오염을 줄이면서도 내수를 강화할 신(新)성장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중국의 성장률 폭락을 막는 대표적인 힘은 바로 고용과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 대학들이 배출한 졸업생 수는 매년 700만 명에 달했다.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사회적, 정치적 불안이 불가피하다. 이들 신규 노동력을 흡수하는 데 필요한 GDP 성장률이 바로 7% 안팎이다. 이를 유지하지 못하면 중국 정부는 다른 방식의 고용 진작 정책을 내놔야 할 판이다.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는 사실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여전히 생산과 소비가 모두 늘어날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 현(縣)급 도시나 그 이하 시골의 상업시설은 아직 낙후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 격차는 전자상거래나 운송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채워지고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 최장 고속철도를 구축했고, 세계 10대 인터넷 기업 중 4곳이 중국 기업이다.

    이러한 전자상거래의 발전은 중국 경제가 수출 주도형에서 내수 기반형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변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AT커니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향후 매년 2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거래 규모 역시 2014년 3900억 달러에서 2017년에는 718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급속한 도시화와 중산층의 증가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앞으로 15년 내 3억1000만 명의 중국 인구가 지방에서 도시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프라와 부동산, 교육, 서비스 분야의 수요를 지탱하는 초석이 될 테고, 이러한 도시화는 중산층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중국 중산층이 가진 어마어마한 구매력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2014년 기준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만큼 경제적 능력이 있는 중국인 수는 1억 명을 넘어섰다.

    큰 틀에서 보자면 시진핑 정부는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이런 다양한 과제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2013년 11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채택한 60개의 심화 개혁과제는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후 일부 개혁과제가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국가 성장과 통치제제 차원에서 2014년까지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경제와 정치, 두 마리 토끼

    베이징 ‘뉴노멀’과 한판 승부
    당시 제기된 시장 지향적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는 중국 경제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미묘한 쟁점이 남아 있다. 리커창 총리가 언급했던 제도개혁의 효과는 여전히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이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경쟁구도를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도 한층 심화할 것이다.

    가장 쉽지 않은 부분은 중국 경제가 내건 시장개혁이 결국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장악력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개혁 사례에 비춰보면 시장개혁을 통해 민간 분야가 발전할수록 중국공산당의 위상은 흔들리기 십상이다. 베이징이 내세운 경제 목표(시장개혁)와 정치 목표(정치적 안정 유지)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 가느냐가 중국 지도부의 최대 고민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생산과잉이나 부동산 거품 같은 내부적 요인과 함께 외부 상황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미국 경제가 강세를 이어갈 경우 오히려 이 때문에 일부 국가의 금융시장이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IS(이슬람국가)와의 분쟁이 다른 산유국으로 번지거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둘러싼 영토분쟁이 통제 불능에 빠진다면, 혹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는 경우에도 중국 경제는 흔들릴 수 있다.

    결국 2015년 중국 경제는 이들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뉴노멀’이라는 시대적 상황만 두고 보면 중국이 7.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기는 힘들 듯하지만, 7% 안팎의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가 안착할 경우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베이징 당국의 신중한 낙관론 역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7% 내외 경제성장률은 물론 이전에 비해 더딘 속도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어찌 됐건 중국이 ‘뉴노멀 시대’에 진입한 것을 환영해야 하는 이유다(영어원문은 www.globalasia.org/article/chinas-economic-challenges-grappling-with-a-new-normal/ 참조).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