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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몸값 상승 시동 건 ‘슈퍼달러’

외환시장 변동성 더욱 증가 예상…기업 차원 대응책 모색해야

  •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mbchoe@lgeri.com

몸값 상승 시동 건 ‘슈퍼달러’

몸값 상승 시동 건 ‘슈퍼달러’
달러 강세가 심상치 않다. 하반기 이후 반등하기 시작한 달러 가치는 9월부터 그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6월 말에 비해 달러는 유로와 엔 대비 7%, 브라질 헤알 대비 10%, 러시아 루블 대비 14% 이상 절상됐다. 달러가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크게 강세를 보인 것이다. ‘슈퍼달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사실 주요 국면에서 달러가 오르는 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금융 불안이 확대되면 달러는 어김없이 강세를 보였다 시장이 진정되고 나서야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패턴이 반복돼온 것. 하지만 최근 상황에는 그리 심상하게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난 수년간 진행된 미국의 통화완화가 마무리되는, 정책적으로 큰 전환점이 목전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간 종종 있던 일시적 달러 강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향후 달러는 어떤 향방을 그리게 될까. 이를 예측하는 작업에는 과거 경험이 힌트가 될 수 있다. 과거 미국 금리인상 당시를 살펴보면, 달러 가치는 금리인상 시점에 앞서 먼저 강세 압력을 받기 시작한다(그래프 참조). 실제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각하던 2000년대 중반을 제외하면 달러는 첫 금리인상 시점의 2~3분기 전부터 반등을 시작했고, 이후 3년이 넘는 동안 길고긴 달러 강세 국면이 지속되곤 했다.

내년 6~7월 美 금리인상 전망

이를 최근 상황에 대입해보자. 시점에 따라 전망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대체로 미국의 첫 금리인상 시점은 내년 6~7월 무렵이 되리라는 게 중론이다. 그보다 2~3분기 앞선 올해 4분기부터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현재 상황 역시 과거와 맞아떨어진다. 특히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달러 강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 문제는 이렇게 놓고 볼 때 최근의 달러 강세가 중·장기적인 강(强)달러 국면의 시작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중금리 움직임도 금리인상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관련한 시장의 예상은 보통 단기금리를 통해 나타나기 마련. 미국의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해 말 이후, 1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올해 6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중반을 전후로 금리인상이 예상된다는 관측과 맥을 같이한다. 이렇듯 채권시장에서도 금리인상 국면의 징후가 확인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넓은 의미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국면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달러 역시 중기적인 강세 국면에 접어들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경기 측면이나 금융 측면에서 달러 강세 폭이 과거에 비해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최소 2016년까지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금리 역시 미국이 인상에 나선다 해도 유럽이나 일본은 추가 통화완화에 나서는 등 상반된 노선을 걷게 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미국과 기타 주요국의 금리 격차가 한층 증가할 것이므로 미국 채권의 투자 메리트는 더욱 커질 테고, 달러 강세 압력 역시 과거에 비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차례다. 달러 강세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원화 역시 다른 통화와 마찬가지로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을 거듭하는데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만 홀로 안정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특히 올해 말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원화 약세 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더욱 긴 관점에서 보면 원화는 높은 변동성 속에서도 서서히 강세 흐름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실물경제 측면에서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급격한 자본 이탈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다. 경기 회복이나 경상수지 흑자 영향을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내년 원화는 달러에 비해 소폭이나마 절상되는 몇 안 되는 통화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원화가 달러에 비해서는 소폭 절상된다 해도 다른 통화에 비해서는 큰 폭의 강세를 보이는 셈이다. 특히 엔과 유로 대비 원화 강세가 한층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추가 통화완화 방침이 결정될 경우, 원-엔 환율은 내년 중 100엔당 8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국내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유로 대비 원화 가치도 10% 이상 절상될 가능성이 있다. 유로 약세가 비유로존 유럽통화들의 동반 약세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유럽 지역에 대한 한국의 무역 비중은 전체 약 15%로 미국(10%), 일본(8%)을 넘는 수준이다. 환율 여건 악화가 큰 불안 요인인 것이다.

몸값 상승 시동 건 ‘슈퍼달러’
정책적 대응 뾰족한 수 없어 고민

원화가 평균적으로는 절상된다 해도, 주요 국면마다 자본 유출은 빈번히 발생할 것이다. 자본이 덜 빠져나가고 덜 들어오는 잠잠한 상황이 아니라, 자본이 어느 정도 빠져나갔다가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유입되는 양상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의 변동성 역시 크게 확대될 테고, 이는 고스란히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져 국내의 소비심리나 투자심리를 위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러한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정책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수출경쟁력을 고려하자면 과도한 원화 절상을 경계해야 옳지만, 금융시장 안정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달러를 제외한 통화의 경우 원화와 직접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 대응은 더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외환정책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면 다른 방향에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먼저 통화완화 정책을 상당 기간 지속하는 가운데 취약 부문에 대한 지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내 자금시장의 우호적인 여건을 유지함으로써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국내외 금리 차이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 아니라면, 자본 유출이 어느 정도 발생하더라도 서둘러 금리를 올리기보다 오히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국내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게 경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 스스로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앞으로 원-달러 환율 변화에 비해 실제 수출 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환율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기업의 환헤지가 크게 줄어들었으나, 앞으로는 상황이 전혀 다를 수 있는 만큼 환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환위험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등 내부 시스템을 마련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수출시장과 결제통화 다변화를 점진적으로 모색해 환율 변동의 위험을 구조적으로 줄여나가는 일은 가장 근본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다.



주간동아 959호 (p40~41)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mbchoe@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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