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8

2014.10.13

회식 후 만취 동료 안전한 귀가 최상의 대처법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10-13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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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회식 후 만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동료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신도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힘든데 “한잔 더 하고 가자”며 몸을 늘어뜨리고 아예 정신 줄을 놓아버린 동료를 무사히 귀가시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 현명한 대처법은 무엇일까.

    최근 회식 후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자 직원을 부축해 집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다치게 한 남자 동료 2명에게 1억1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 판결이 있었다. 당시 부축하던 남자 동료들도 상당히 취해 있었고, 만취한 여자 직원은 부축받는 과정에서 수차례 머리를 벽에 부딪혀 후두부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으며, 그 결과 청력상실 등의 장애가 남게 됐다.

    술에 취한 동료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생긴 일인데 1억 원 넘게 배상하라는 판결 결과에 많은 사람이 적잖이 놀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상황이다. 인터넷은 이 주제로 한때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법은 비록 선의를 갖고 남을 도와주려는 사람이라도, 그 과정에서 별도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사를 도와주던 친구가 부주의로 고가의 도자기를 깨뜨린 상황과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유사한 사안을 들면, 선의로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에 동료를 태웠다 실수로 교통사고가 일어난 경우가 있다. 차량 운전자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동료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동승을 허락하고 동승자도 자기 편의와 이익을 위해 이를 받아들인 경우, 운전자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해 동승자가 다쳤다면 일반 교통사고와 다름없이 운전자가 배상해야 한다는 게 우리 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동승을 허락한 목적,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춰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信義則)이나 형평성 원칙으로 봐서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는 그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집에 데려다주기로 한 이상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거나 보호자에게 인계해줄 신의칙상 주의의무가 있고, 남자 직원들도 술을 마신 상태라 업고 가는 도중 중심을 잃어 넘어지거나 떨어뜨려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그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남자 직원들의 과실에 주목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다만 이번 사고는 피해자가 만취한 탓에 벌어진 일로, 남자 직원들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를 데려다주는 일에 나섰다”며 직장 동료로서 호의를 베푼 점을 참작해 그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호의로 한 일이라도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원칙인 것이다.

    그러나 주의의무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돈을 받고 남의 일을 해주는 사람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지만, 호의로 남의 일을 봐주는 사람에게는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의무’가 적용돼 그 부담이 경감된다. 이번 판결이 술 취한 동료를 그냥 내버려두라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만취한 동료가 곁에 있다면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면 될 것이고, 자신도 술에 취했다면 만취한 동료의 가족에게 연락해 가족이 현장에 오도록 조치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으로 생각된다.

    회식 후 만취 동료 안전한 귀가 최상의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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