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2014.09.22

와인 입문 ‘가성비’ 무척 좋아

린드만 빈(Bin) 시리즈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09-22 10:2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와인 입문 ‘가성비’ 무척 좋아

    호주 린드만의 와인들.

    진열대에 즐비하게 늘어선 와인을 보고 있자면 레이블을 이해하기 어려워 어떤 와인인지 쉽게 짐작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포도 품종을 레이블에 명확하게 밝히고, 심지어 품종별로 레이블 색상도 달리해 와인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만든 와인도 있다. 그런 와인을 브랜드 와인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마을이나 밭 또는 샤토 단위로 생산하면서 매년 기후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테루아르 기반의 와인과 달리, 브랜드 와인은 특정 생산지를 고집하지 않고 포도 품종의 특징을 명확히 보여주면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맛을 매년 균일한 품질로 만들어낸 와인이다.

    브랜드 와인 중에는 호주산이 많다. 호주는 전 세계 와인 수출국 중 5위 안에 들 정도로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다. 땅이 넓어 포도 생산량이 많고 소비할 인구가 적으니 수출이 자연스레 많아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 와인을 생산하는 호주 와이너리 중에는 짧지 않은 역사를 바탕으로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린드만(Lindeman’s)이다.

    린드만은 1843년 영국인 군의관 헨리 린드만(Henry Lindeman)이 호주 헌터밸리(Hunter Valley)에 설립한 와이너리로, 빈(Bin) 시리즈가 특히 유명하다. 빈 시리즈는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 와인을 즐기게 하자는 데 목표를 두고 만든 제품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와인 맛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린드만은 철저한 시장조사는 물론, 와인 전시회와 경진대회에서 찬사를 받는 고급 와인의 맛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리고 그 맛을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 광활한 사우스이스트 오스트레일리아(Southeast Australia)에서 대량 생산되는 저렴한 포도를 이용하는 대신, 와인 품질의 고급화를 위해 양조 과정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린드만 빈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와인이 됐고, 빈 65 샤르도네는 단일 품종 와인으로는 호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됐다.

    린드만은 빈 시리즈 외에도 리저브(Reserve)와 쿠나와라(Coonawarra) 시리즈도 생산하고 있다. 리저브 시리즈는 시라즈,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와인을 우수한 산지에서 생산된 포도를 이용해 품종별로 만든다. 쿠나와라 시리즈는 린드만의 최고급 와인으로, 호주 최고 포도 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쿠나와라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즈,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들며, 세계 유명 와인 경진대회에서 많은 상을 휩쓸었다. 빈 시리즈는 2만 원대, 리저브 시리즈는 3만 원대로 가격 부담이 적고, 쿠나와라 시리즈는 7만~8만 원 수준이다.



    브랜드 와인을 두고 와인이 코카콜라화되고 있다든지, 맥주 또는 위스키와 다를 게 없다는 식으로 폄하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테루아르 기반의 와인과 브랜드 와인을 비교하면서 무엇이 옳다거나 더 고급인지 논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우리 코와 입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와인이 다양한 가격대로 존재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 아닐까. 특히 와인에 입문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린드만이 생산하는 빈 시리즈 같은 브랜드 와인은 그 첫발을 쉽게 내딛게 도움을 주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좋은 고마운 와인일 수 있다.

    와인 입문 ‘가성비’ 무척 좋아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