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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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방황해도 아름다워라

나오미 포너 감독의 ‘베리 굿 걸’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4-09-22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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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은 방황해도 아름다워라
    성장 영화라는 게 사실 좀 뻔하다. 사춘기 소년이나 스무 살 무렵 젊은이가 등장해 살다 보면 겪게 되는 시행착오들을 보여주니 말이다. 시행착오의 원인은 대개 사랑이나 우정, 진학 같은 문제다. 마흔 살쯤 먹으면 무척 달콤하게 느껴지는, 부러운 고민들이다.

    그럼에도 성장 영화는 또 만들어진다. 비슷비슷한 고민이라 할지라도 장소와 시대에 따라 성장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배우가 주연을 맡고 누가 연출을 맡느냐가 중요하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으니,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떤 방식으로 연기하느냐가 곧 새로움의 징표가 된다.

    ‘베리 굿 걸’ 역시 성장 영화다. 여느 성장 영화처럼 19세, 성인이 되기 직전 소녀들의 성장을 보여준다. 눈여겨봐야 할 건 주연을 맡은 다코타 패닝과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배우로 활동해온 패닝의 연기가 무척 훌륭하다.

    릴리(다코타 패닝)는 곧 스무 살이 된다. 그의 고민은 부모와 친구, 그리고 남자다. 릴리의 가장 큰 재산은 친구 제리(엘리자베스 올슨). 보수적이고 정적인 릴리 집안과 달리 제리 집안은 수다스럽고 시끄럽다. 제리의 성격 역시 자유분방하다. 릴리는 제리를 통해 다른 삶을 호흡한다.

    그런데 어느 날 릴리에게 고민이 생긴다. 우연히 아버지가 외도하는 장면을 목격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제리가 좋아하는 남자 데이비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것. 부모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릴리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에 시달린다. 제리 때문에 참아야 하는 걸 알지만 매력적인 남자 데이비드의 접근도 거부하기 힘들다. 아버지에게 복수하듯, 제리를 속이면서 데이비드를 만난 릴리는 결국 성인의 세계로 진입한다.



    릴리는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도, 그렇다고 부모와 완전히 결부돼 있지도 않다. 친구, 우정, 사랑, 부모 같은 친밀한 관계도에서 그는 아직 자기 위치를 정하지 못한 것이다. 패닝은 이 곤혹스러움을 감정 동요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눈동자를 통해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매기 질런홀을 떠올리게 하는 올슨의 연기도 그럴듯하다.

    무엇보다 눈길을, 아니 귀를 사로잡는 것은 영화 전반에 조용히 흐르는 음악들이다. 영화 속 제리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뮤지션 지망생이다. 그가 직접 연주하고 부르는 노래뿐 아니라 주인공들의 감정적 흔들림과 함께 흐르는 음악은 청춘의 아름다운 방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젊기 때문에 그 방황도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걸 음악이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해준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나오미 포너는 10대의 방황과 갈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토닥인다. 데미 무어, 엘런 바킨 같은 왕년 섹시스타들이 엄마 역으로 등장하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난하고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다정한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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