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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김원곤 교수의 외국어 도전기

만만찮은 스페인어 중급 델레 B2

살라망카대가 문제 내고 평가…세 부문 모두 통과 유난히 힘들어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만만찮은 스페인어 중급 델레 B2

만만찮은 스페인어 중급 델레 B2
외국어 도전의 마지막 관문인 스페인어 능력 평가시험의 대상은 델레(DELE) B2 등급이었다. 델레는 스페인어 ‘Diplomas de Espaol como Lengua Extranjera’의 약자로 ‘외국어로서 스페인어 자격증’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스페인 정부가 공식적으로 그 수준을 인정해주는 유일한 자격시험이다. 이 시험은 스페인 교육부 주관하에 세르반테스문화원(Instituto Cervantes)이 관리하며, 스페인 살라망카대가 시험문제 출제, 평가와 최종 점수 산정까지 하고 있다.

2014년부터 한 해 다섯 차례 시험

시험을 주관하는 세르반테스문화원은 1991년 스페인어 홍보와 교육, 그리고 스페인 및 라틴아메리카 문화 보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스페인 정부 주도의 비영리 공공기관이다. 세르반테스문화원은 2012년 7월 기준으로 세계 44개국에서 78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원 어학교실인 아울라 세르반테스(Aula Cervantes)가 2011년 4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외국어대학 내에 처음 개설됐다. 서울에는 비교적 최근인 2014년 2월 동대문구 소재 한국외국어대에서 개소식을 가졌다.

세계적으로 동시에 치르는 델레는 현재 서울과 대구 두 곳에서 시행된다. 서울 지역 시험은 경희대 내 한국 세르반테스 교실이 주관하고, 대구 지역 시험은 호텔 인터불고대구에 자리한 스페인문화원이 주관한다. 지방 중 유독 대구에서만 시험을 치르는 이유는 한 한국인 사업가와 스페인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스페인에 사업 본거지를 둔 ㈜인터불고가 2001년 5월 17일 호텔 인터불고대구를 오픈하며 사회 환원의 일환으로 스페인문화원을 함께 개관한 것이다.

델레는 원래 1년에 3차례만 치르는데 2014년부터는 4, 5, 7, 10, 11월 모두 5차례로 늘었다. 이 중 4월과 10월 시험은 서울에서만 시행하고, 시험 등급은 일정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델레 역시 프랑스어 능력 평가시험인 델프처럼 ‘유럽 공용 외국어 등급표’에 따라 6단계로 등급을 나누고 있다. 이 중 기초 과정에 해당하는 A1과 A2 등급은 모두 기본적으로 제1 영역(독해와 작문)과 제2 영역(듣기와 회화) 두 부문으로 나뉜다. 시험 시간은 A2가 더 길다. 영역당 50점으로 총 100점 만점이다. 합격 기준은 총점과는 관계없이 영역당 최소 30점(60%) 이상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중급에 해당하는 B1과 B2 등급 역시 약간의 시험 시간 차이만 있을 뿐 기본 형식은 A 등급과 같다. 합격 기준 역시 동일하다. 그런데 이는 2013년 8월 시험부터 개정된 것으로 내가 시험을 치른 2012년에는 시험 형식이 제1 영역(독해와 작문), 제2 영역(문법과 어휘), 제3 영역(청취와 회화) 등 세 부문으로 나뉘었고, 합격 기준도 영역당 70% 이상이었다.

만만찮은 스페인어 중급 델레 B2

스페인어 능력 평가시험인 델레 B2 합격증.

가장 어려운 C1과 C2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꿈의 등급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어 사용 국가 교포 출신이나 현지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아니고는 합격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난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학원에서는 아예 C1, C2 시험 준비반이 개설조차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세계적으로 델레 응시자 대부분이 목표로 하는 B1, B2 등급에서의 시험 형식과 합격 기준 변화다. 내가 직접 시험을 통해 경험했던 B2 등급의 경우 2013년 8월부터 일부 형식이 개정됐다.

2012년 내가 본격적으로 시험 공부를 할 때 다른 외국어 시험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유달리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첫 번째가 합격 기준 문제고, 두 번째는 영역 설정 문제, 그리고 마지막은 합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총점 반영의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그 나름대로 모순이 크다고 생각해 강의 도중 가까운 강사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시험이 다 끝난 뒤엔 이를 정리해 인터넷 개인 블로그에 글로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다음 해인 2013년 개정된 시험 내용을 보니 개인적으로 지적했던 3가지 문제점 중 무려 2가지가 반영된 게 아닌가! 세르반테스문화원 측에서 내 의견을 염두에 두었을 리 만무하지만 어쨌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 참고로 당시 글을 간추려 잠깐 소개해보자.

합격 기준과 총점 모순 지적

델레 합격 기준인 만점 대비 70% 이상 점수는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3개 외국어 시험의 경우, 50%(프랑스어)에서 60%(중국어) 사이 점수를 합격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70%는 수치상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 외에도, 특히 말하기 평가에서 불합리한 결과를 낳을 여지가 크다. 말하기 평가는 시험관이 세부 평가 항목마다 1(25%), 2(50%), 3(75%), 4(100%)의 4단계 점수로 구분해주게 된다.

이런 방식에서는 심리적으로 보통 아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4점, 어느 정도 잘한다고 생각할 때 3점, 약간 아쉽다고 생각할 때 2점, 그리고 못한다고 생각할 때 1점을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16개 세부 평가 항목 대부분에서 3점을 획득한다 해도, 불과 4개 항목에서 2점을 받게 되면 70%에 미달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문법과 어휘가 독립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으나, 다른 외국어 시험에서와 같이 독해 영역에 포함해 전체적으로 다루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는 합격 결정에 총점을 반영하는 문제다. 2012년 B2 시험을 구체적인 예로 들어보자. 제1 영역이 독해 20점+작문 15점으로 모두 35점 만점이 되고, 제2 영역은 문법·어휘 부문만으로 20점 만점이며, 제3 영역은 청취 15점에 말하기 30점으로 합계 45점이 된다. 합격하려면 영역별로 70% 이상 점수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는 영역별로 각각 24.5점, 14점, 31.5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총점은 100점인데, 총점이 합격 여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다 보니 영역별 35, 45, 20점이라는 배점도 각 영역의 상징적 중요성 외에는 아무런 영향도 가지지 못한다.

물론 제대로 된 언어구사를 위해서는 모든 영역에서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는 이론적 당위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모순이 많다. 가령 제1 영역에서 33.25점(95%), 제3 영역에서 40.5점(90%)의 우수한 점수를 얻은 수험생이 제2 영역에서 자칫 잘못해 13점(65%)만을 얻은 경우 총점이 86.75점임에도 최종적으로는 불합격 처리될 수밖에 없다.

이제 델레에서 문법·어휘 영역이 독해 영역으로 흡수돼 없어지고 합격 기준도 60%로 낮아졌다. 여기서 좀 더 욕심을 내자면 합격 여부에 총점 반영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됐으면 하는 것이 후학을 위한 개인의 작은 바람이다.



주간동아 2014.08.18 951호 (p68~69)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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