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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의 미술 여행

눈과 마음 흔드는 ‘순백의 美’

‘백자예찬’展&‘백자호Ⅱ’展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눈과 마음 흔드는 ‘순백의 美’

눈과 마음 흔드는 ‘순백의 美’

한상구 작가의 ‘백자철화운룡문항아리’(왼쪽)와 박영숙 작가의 ‘항아리’.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그렇게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

화가 김환기가 1963년 쓴 산문 ‘항아리’의 일부다. 그는 이 글에서 백자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나는 아직 우리 항아리의 결점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만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유홍준, 화가 강익중, 사진작가 구본창 등 수많은 미학자와 예술가가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대체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영혼까지 사로잡은 걸까. 서울 종로구 서울미술관 기획전 ‘백자예찬 : 미술, 백자를 품다’는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자리다.

김환기의 대표작 ‘항아리와 매화’부터, 세계 각국에 반출된 조선백자를 카메라에 담아온 구본창의 사진,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도예가 박영숙의 달항아리까지, 백자를 테마로 한 근현대 예술작품 56점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을 나서면 또 하나의 전시가 펼쳐진다. 서울미술관 앞뜰 구실을 하는 흥선대원군의 옛 별장 석파정 안에 둥그런 백자가 한 점 놓여 있는 것. 활짝 열린 창 너머로 펼쳐진 푸른 하늘과 한옥 처마의 유려한 곡선이 항아리와 어우러지는 풍경은 우리 백자가 품은 아름다움의 경지를 확인하게 한다. 8월 31일까지, 문의 02-395-0217.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는 색다른 조선 백자를 만날 수 있다. ‘백자호Ⅱ_순백(純白)에 선(線)을 더하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각종 문양으로 장식한 항아리들이 관객을 맞는다. 지난봄 열렸던 ‘백자호Ⅰ_너그러운 형태에 담긴 하얀 빛깔’전에 이은 기획전시 두 번째 순서로, 호림박물관이 소장한 청화·철화백자를 선보인다.

청화백자는 백자 위에 중국에서 수입한 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주로 궁중화원이 제작했다. 당대 최고의 예술가가 값비싼 재료를 사용해 창조한 만큼 문양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격조 있다. 반면 철 성분의 철사(鐵沙) 안료를 사용한 철화백자는 거칠고 생동감 넘치는 붓질이 특징이다. 똑같은 용을 그려도 전자가 곤룡포를 떠올리게 한다면, 후자는 민화를 연상케 한다. 해학적인 묘사를 통해 보는 이를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드는, 우리 미술의 또 다른 매력이 백자 위에 구현된 셈이다.

김환기는 1955년 한 산문에서 백자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며 “싸늘한 사기(沙器)로되 따사로운 김이 오른다.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 체온(體溫)을 넣었을까”라고 썼다. 온화하고 그윽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백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0월 18일까지, 문의 02-541-3523.

눈과 마음 흔드는 ‘순백의 美’

구본창 작가의 백자 연작 중 ‘Vessel(HR 02-1)’과 김환기 작가의 ‘섬스케치’ ‘항아리와 매화’(왼쪽부터).





주간동아 2014.08.18 951호 (p76~76)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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