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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 배선영의 TV 속 세상

원작 뛰어넘는 매력 포인트가 필요해

리메이크 빛과 그림자

원작 뛰어넘는 매력 포인트가 필요해

원작 뛰어넘는 매력 포인트가 필요해

대만 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를 리메이크한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언제부터인가 리메이크 드라마(리메이크작)가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대만에서 2008년 방송된 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이며, 6월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마녀의 연애’ 역시 2009년 방송된 대만 드라마 ‘패견여왕(敗犬女王)’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지난해 방송된 KBS 2TV ‘직장의 신’, MBC ‘여왕의 교실’, SBS ‘수상한 가정부’와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모두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이다.

리메이크의 사전적 정의는 이미 발표된 작품을 다시 만드는 것. 부분적으로 수정은 하지만 대체로 원작 의도를 충실히 따르는 것을 뜻한다. 원작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내는 패러디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리메이크를 순수한 창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했으나, 최근엔 리메이크의 가치를 차츰 인정하는 추세다.

대중문화 창작자가 리메이크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해석이 가지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리메이크를 통해 원작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순수창작과는 또 다른 매력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과거 특정 장소에서의 이야기를 현재 또 다른 장소로 끌어들여 시대를 넘어선 울림을 만들어내는 매력이 창작자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햄릿’,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 등 여러 고전이 시대를 넘어 꾸준히 리메이크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리메이크의 성공은 단순히 원작을 잘 복원하는 데 달려 있지 않다. 원작이 유명하면 순수창작물보다 관심을 끄는 데는 유리하지만, 성공하려면 원작을 뛰어넘는 무엇이 필요하다.

시대를 넘어 재해석의 매력



‘운명처럼 널 사랑해’ 제작사 페이지원필름의 정재연 대표는 “리메이크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알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원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며 “따라서 좋은 이야기 틀을 갖고 있으면서 ‘현재 한국에서 다시 이야기해도 충분히 공감을 살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드는 작품을 만났을 때 리메이크에 도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경우도 단순히 남녀 간 사랑을 다루는 데서 벗어나 가족에 대한 애착과 유대감 등 한국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고, 더 세련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 리메이크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가 간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 다른 나라에서 인기가 검증된 콘텐츠를 다시 만드는 사례는 점점 많아지게 마련이다. 많은 드라마 관계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른 나라의 콘텐츠를 참고하는데, 그 과정에서 리메이크 대상을 접하게 된다. 한국 드라마가 과거 일본 드라마의 강렬한 캐릭터나 만화적 설정을 참조한 덕에 오늘날 더 다양해질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비록 국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2009년 방송된 KBS 2TV ‘결혼 못하는 남자’의 경우, 그간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그리던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과는 다른, 괴짜 같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도 충분히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이 작품 역시 원작이 일본 드라마다.

앞서 언급한 ‘직장의 신’이나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 역시 주인공 미스김(김혜수)과 마여진(고현정), 박복녀(최지우) 등이 모두 한국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전형성에서 크게 어긋나는 캐릭터였다. 배우로서는 연기할 맛이 나는 캐릭터이고, 바라보는 시청자 역시 신선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시도는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남았다.

원작 뛰어넘는 매력 포인트가 필요해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KBS ‘직장의 신’, MBC ‘여왕의 교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왼쪽부터).

또 하나의 장점은 다른 나라 작품에 대한 리메이크가 양국 간 문화교류에 윤활유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원작을 방영한 대만 방송사와 2009년부터 계약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 대만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인기리에 방송하던 시기라 한국 측의 역제안에 놀라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기분 좋은 출발’에 대해 귀띔했다. 정 대표는 또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명중주정아애니’가 대만에서는 한국의 ‘대장금’과 다름없는 국민 드라마였고 작품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더라. 이를 계기로 대만에도 좋은 드라마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렇게 교류하다 보면 다양한 문화권의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중국 수출이 확정됐으며, 대만이나 일본과도 수출을 협의 중이다.

그렇지만 리메이크가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콘텐츠 질이 떨어지고 마케팅 전략만 앞세운다면 원작 나라에서도 외면당할 수 있다. 특히 한류스타를 앞세워 만든 리메이크 드라마의 경우,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당장 판매 실적은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비단 리메이크뿐 아니라 한류시장을 겨냥해 만든 모든 프로젝트형 드라마가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콘텐츠보다 마케팅 앞세우면 실패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한 리메이크작이 모두 성공하지 못하는 건 결국 콘텐츠의 품질 때문이다. 드라마 홍보사 틱톡의 권영주 대표는 “리메이크작의 경우 우리나라 드라마가 가진 고질적 문제인 쪽대본(작가가 시간에 쫓겨 만든 촬영 대본)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며, 원작 캐릭터가 강렬한 경우 초반 시선 잡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면 더는 원작의 후광만 바라기는 어렵다”며 “주사위가 던져지고 나면 연출력, 스토리, 연기력 등 작품 내실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리메이크에만 치중하면 순수창작 작품의 비율이 줄어 우리 문화의 기본 체질이 약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장점을 극대화해 우리 드라마 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려면 리메이크의 목표를 잘 세워야 한다. 우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좋은 콘텐츠를 활용하겠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궁극적으로 발전의 계기가 되겠지만, 콘텐츠 질을 외면하고 당장의 경제적 이익만 노린다면 또 하나의 실패 사례만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간동아 2014.07.21 947호 (p72~73)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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