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6

2014.07.14

감사원 중간 감사발표 도대체 왜?

관행 어긴 이례적 발표 온갖 잡음 솔솔…너무 짧은 현장감사 피치 못할 사정 뭐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4-07-14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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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중간 감사발표 도대체 왜?

    7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찬현 감사원장과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왼쪽). 7월 8일 오전 정길영 감사원 제2사무차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실태 감사 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국회 국정조사가 여야의 날선 공방으로 겉도는 가운데 감사원의 참사 관련 중간 감사결과 발표를 두고 온갖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야당에 공격 빌미를 줄 게 빤한데 하필이면 이런 시점에 전례 없는 중간 감사결과 발표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반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선 “변죽만 울린 물 타기 감사, 날림 감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감사원이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 해양경찰청(해경), 해양항만청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작한 시점은 4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명을 받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감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별감사에는 감사원의 국토해양감사국과 행정안전감사국, 특별조사국 정예요원 50여 명이 투입됐으며, 5월 9일까지 예비조사가 이뤄졌다. 본격적인 현장감사는 5월 14일부터 30일까지, 6월 9일부터 20일까지 두 차례 총 23일간 이뤄졌다. 그리고 2주일 후인 7월 8일 전격적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실태’라는 제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전격 진행

    문제는 감사원이 감사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것도 국회 국정조사 일정 중 자신들의 기관보고(7월 9일)가 있기 바로 하루 전 감사결과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감사원은 관례적으로 감사가 완전히 종결되고 피감사기관과 피감사인의 소명을 모두 들은 후 감사의 적정성과 공개 여부에 대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감사결과를 발표해왔다. 최종 감사결과에는 피감사기관과 피감사인에 대한 징계나 문책 요구사항과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 또는 수사를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그런데 감사원의 이번 감사결과 발표 과정에는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없었던 것은 물론, 징계나 문책 요구사항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정길영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감사결과에 따른 관련 책임자들의 징계 수준에 대해 “8월 중순쯤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 의결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감사결과 발표가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전격적으로 진행된 사실을 인정한 셈. 감사원은 기자회견 당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올리고 ‘감사 진행상황’이란 제목의 별첨자료도 공개했다.



    검찰의 전 방위적 수사가 석 달 이상 진행되는 상황에서 단 23일간의 현장감사로 세월호 사고 발생 원인과 초동대응, 재난대응체계 등 전 분야를 감사했다는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감사결과 발표서는 목차를 제외하고 13쪽뿐. 감사결과 내용은 대부분 ‘주간동아’를 비롯한 각 언론에서 지적했거나 검찰에서 수사한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감사원 중간 감사발표 도대체 왜?

    7월 9일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중간 감사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는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변조한 정원·재화중량 계약서를 그대로 받아들인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의 증선 부당 인가 △한국선급의 복원성 검사부실 수행 △해경의 부당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또한 △선박의 운항관리자인 한국해운조합이 세월호 출항 전 화물중량 및 차량 대수, 고박 상태 등을 제대로 점검, 확인하지 않은 점 △청해진해운이 화물을 초과 적재하면서도 복원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등도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사고 초동대응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이 이미 수사를 마쳤거나 언론이 지적한 부분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업무태만 등으로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점, 사고 초기 세월호와의 교신을 통한 해경의 사전 구조 조치 미흡, 현장 상황 및 이동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출동 명령’만 시달한 해경의 현장 대응 한계가 그것이다. 재난대응체계 분야에서도 재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대응 역량 부족, 기관 간 혼선 등으로 사고 상황 지연 및 왜곡 전파 등 모두 해묵은 지적을 반복했다.

    감사원 측은 세월호의 증선 인가와 복원성 검사가 잘못됐다는 부분을 밝혀낸 점이 새로운 점이라고 역설하지만 이마저도 ‘주간동아’(936호 참조) 등 각 언론사 보도와 학계의 지적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감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또 다른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발표에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부당 승인과 관련해 인천해양경찰 직원 3명이 2013년 2월 세월호에 대한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청해진해운 소속 오하마나호와 당시 시험 운항 중이던 세월호를 타고 인천과 제주도를 오가며 각종 향응을 수수했고, 인천지방해양항만청 간부가 세월호의 부당 증선과 인천-제주 노선 부당 인가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비위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각 언론은 마치 감사원의 발표가 새롭게 밝혀진 사실인 양 보도했지만 이마저도 이미 검찰이 일찌감치 해당 직원 5명을 구속하고 여죄를 추궁하는 부분이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진통 겪어

    감사원 중간 감사발표 도대체 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례적인 중간 감사발표로 의문을 사고 있는 감사원.

    이를 둘러싸고 검찰과 감사원 측 주장도 어긋나고 있다. 감사원은 발표한 자료를 통해 “향응 수수 등 비리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 과정에서 검찰에 이미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검찰은 “당시 이미 내사 중이거나 구속된 후 수사 요청이 들어와 참고만 했다”고 반박한다. 검찰 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는 완전히 별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는 피감사자의 소명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도 많은데 감사원이 급하게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한 데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감사원이 자신의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하루 앞두고 이례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한 속내는 무엇일까. 사실 감사원은 이번 발표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많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선 “정치적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발표를 만류하는 기류였다. 더욱이 감사원은 국정조사 개시 이전 새정치민주연합의 세월호 감사 내용 공개 요청에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과 자료를 일절 제공하지 않은 상황이라 전격적인 공개에 부담이 많았다.

    이에 대해 정길영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7월 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간)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한 자료가 국회에 제출됐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국회에 제출하면 어차피 공개되기 때문에 불규칙적인 보도가 나오는 것을 예방한다는 차원의 고려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7월 9일 감사원의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청와대에 대한 감사가 없었다”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감사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고 “이번 감사 이전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에 대한 감사가 그간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질타에는 “반성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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