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천사(Fallen Angels).’
단군 이래 최대 히트상품이란 말을 들었던 ‘적립식 펀드’의 현재 모습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표현이다. 이 말은 인기주였다가 인기를 상실한 주식이나,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채권을 가리킬 때 자주 쓰인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IT(정보기술) 버블’ 당시 고집스럽게 IT 관련주를 모르쇠로 일관하던 워런 버핏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추락한 천사’라고 평하기도 했다. 물론 그들이 틀린 것으로 판명 났지만 말이다.
적립식 펀드가 금융상품의 주류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이후 주식시장 상승세와 더불어 적립식 펀드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적립식 펀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적립식 펀드의 판매 잔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가구 1펀드 시대도 열렸다. 주위에서 적립식 펀드로 돈을 벌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적립식 펀드는 최고 히트상품 자리에 올랐다.
적립식 펀드 잔고 40%나 줄어
상황이 반전한 것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적립식 펀드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적립식 펀드는 2008년 말 기준 약 76조2000억 원을 기록한 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0조 원대도 무너져 46조5000억 원 정도(2014년 5월 30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6년도 안 되는 시기에 규모가 40%나 쪼그라들었다.
왜 현 시점에서 비운의 스타가 된 적립식 펀드의 성공과 좌절(?)을 다시 돌아봐야 할까. 일부 전문가의 주장처럼 국내 증시가 더는 적립식 펀드에 유효한 시장이 아닌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과거 적립식 펀드에서 우리가 건져 올려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다시 적립식 펀드를 살펴보는 이유는 초저금리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예·적금 비중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3% 예금조차 만나보기 힘들다. 증권사에서 특판 형태로 판매하는 3% 이상의 확정금리 상품은 모집하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이런 특판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최소한 몇천만 원 여유자금이라도 있는 경우다. 3% 이상의 적금이라 해도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2%가 채 되지 않는다. 적금은 매달 적립하는 돈에 대해 각각 이자를 붙여 마지막에 합산하는 적수(積數) 방식을 적용하므로, 제시 금리와 실질 금리에 차이가 있다. 이런 초저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는 관심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이번에는 두 번째 질문이다. 더는 적립식 펀드가 유효한 투자 방법이 아닌 것일까. 물론 지속적인 강세장에 비해 최근 몇 년간 박스권 장세에서 수익을 내기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이 박스권인지 상승장인지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 사후적 시장 비평일 뿐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시장 흐름과 투자 패턴의 상관관계다. 적립식 펀드의 잔고 추이는 코스피 지수 상승세에 후행해 늘어난다(그래프 참조). 이는 시장이 오른 뒤 개인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그에 비례해 펀드 잔고도 줄어든다. 이런 모습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이 마켓 타이밍에 따라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 적립식 투자의 원리와 배치되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의 경우 시장이 언제 오르고 내릴지 인간이 알 수 없다고 전제한다. 그래서 일정액을 투자하면 주가가 쌀 때는 많이, 비쌀 때는 적게 사서 결국 평균 가격에 사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를 ‘평균 단가 분할 매입법’(dollar cost averaging)이라고 하는 이유다. 여기서 핵심은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매입 단가를 낮추려면 쌀 때 많이 사야 한다. 주가가 싸지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시장이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적립식으로 투자해도 마켓 타이밍에 따라 투자한다면 실패 확률을 높일 뿐이었다.
대안은 적립식 투자의 원리에 맞게 시장 전망은 뒤로 밀어놓고 투자 기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적립식 펀드는 판매 초기 3년 만기로 설정한 탓이었는지 3년 안팎의 투자 기간이 일반적이다. 3년도 중간에 손실이 나면, 납부를 정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3년은 투자 기간이 짧은 편이다. 최소 5년은 돼야 한다. 물론 5년 내라도 수익이 나서 환매한다면 상관없지만, 적립식 투자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 물론 5년 이상 투자한다고 돈을 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손실 가능성은 확실히 줄어든다.
손실 가능성 줄이는 방법들
문제는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현실적으로 5년 이상 인내하며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간을 어느 정도 투자해야 하는지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적립식 투자 전략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목표 수익률을 사전에 설정하는 것이다. 먼저 1년 이상은 무조건 납부한다. 너무 기간이 짧으면 적립식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1년 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환매한다(1년이 아닌 2, 3년도 괜찮다). 예를 들어 20만 원씩 납부해 20%를 목표로 했는데, 2년 만에 달성했다면 바로 환매하는 식이다. 이때 원금과 수익을 챙겨놓고, 기존에 납부했던 20만 원은 계속해 납부해나간다.
둘째, 추가 납부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쌀 때 많이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이 하락해 주가가 싸질 때 추가로 돈을 더 넣으면 매입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셋째, 밸류 애버리징(value averaging) 방법이다. 일반 적립식은 납부 금액을 정해놓는 반면, 이 방법은 총액을 결정해놓고 투자하는 것이다. 가령 매달 100만 원을 총액으로 결정했다고 해보자. 첫 번째 달에 먼저 100만 원을 투자했다. 두 번째 달에는 첫 번째 달에 투자한 100만 원에서 수익이 발생해 평가 금액이 105만 원이 됐다. 통상 적립식 투자라면 또 100만 원을 넣어야 하지만 밸류 애버리징은 95만 원만 납부한다. 두 달간 총액 200만 원에서 부족한 금액만 투자하는 것이다. 반대로 손실이 발생하면 납부액은 더 늘어난다. 이 방법은 주가가 오를 때 적게 투자하고, 내릴 때 투자 금액을 자동으로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끝으로 적립식 투자의 효과를 보는 방법은 강제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연금저축펀드 계좌나 소득공제펀드처럼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 성공의 요체는 시장이 아닌 시간과 꾸준함에 있기 때문에 강제 저축 효과가 있는 상품은 좋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마켓 타이밍 전략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은 알 수 없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 즉 투자 기간과 투자 방법을 정해놓고 투자하는 것이 승률을 높이는 길이다.
단군 이래 최대 히트상품이란 말을 들었던 ‘적립식 펀드’의 현재 모습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표현이다. 이 말은 인기주였다가 인기를 상실한 주식이나,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채권을 가리킬 때 자주 쓰인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IT(정보기술) 버블’ 당시 고집스럽게 IT 관련주를 모르쇠로 일관하던 워런 버핏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추락한 천사’라고 평하기도 했다. 물론 그들이 틀린 것으로 판명 났지만 말이다.
적립식 펀드가 금융상품의 주류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이후 주식시장 상승세와 더불어 적립식 펀드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적립식 펀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적립식 펀드의 판매 잔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가구 1펀드 시대도 열렸다. 주위에서 적립식 펀드로 돈을 벌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적립식 펀드는 최고 히트상품 자리에 올랐다.
적립식 펀드 잔고 40%나 줄어
상황이 반전한 것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적립식 펀드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적립식 펀드는 2008년 말 기준 약 76조2000억 원을 기록한 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0조 원대도 무너져 46조5000억 원 정도(2014년 5월 30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6년도 안 되는 시기에 규모가 40%나 쪼그라들었다.
왜 현 시점에서 비운의 스타가 된 적립식 펀드의 성공과 좌절(?)을 다시 돌아봐야 할까. 일부 전문가의 주장처럼 국내 증시가 더는 적립식 펀드에 유효한 시장이 아닌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과거 적립식 펀드에서 우리가 건져 올려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다시 적립식 펀드를 살펴보는 이유는 초저금리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예·적금 비중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3% 예금조차 만나보기 힘들다. 증권사에서 특판 형태로 판매하는 3% 이상의 확정금리 상품은 모집하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이런 특판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최소한 몇천만 원 여유자금이라도 있는 경우다. 3% 이상의 적금이라 해도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2%가 채 되지 않는다. 적금은 매달 적립하는 돈에 대해 각각 이자를 붙여 마지막에 합산하는 적수(積數) 방식을 적용하므로, 제시 금리와 실질 금리에 차이가 있다. 이런 초저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는 관심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이번에는 두 번째 질문이다. 더는 적립식 펀드가 유효한 투자 방법이 아닌 것일까. 물론 지속적인 강세장에 비해 최근 몇 년간 박스권 장세에서 수익을 내기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이 박스권인지 상승장인지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 사후적 시장 비평일 뿐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시장 흐름과 투자 패턴의 상관관계다. 적립식 펀드의 잔고 추이는 코스피 지수 상승세에 후행해 늘어난다(그래프 참조). 이는 시장이 오른 뒤 개인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그에 비례해 펀드 잔고도 줄어든다. 이런 모습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이 마켓 타이밍에 따라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 적립식 투자의 원리와 배치되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의 경우 시장이 언제 오르고 내릴지 인간이 알 수 없다고 전제한다. 그래서 일정액을 투자하면 주가가 쌀 때는 많이, 비쌀 때는 적게 사서 결국 평균 가격에 사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를 ‘평균 단가 분할 매입법’(dollar cost averaging)이라고 하는 이유다. 여기서 핵심은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매입 단가를 낮추려면 쌀 때 많이 사야 한다. 주가가 싸지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시장이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적립식으로 투자해도 마켓 타이밍에 따라 투자한다면 실패 확률을 높일 뿐이었다.
대안은 적립식 투자의 원리에 맞게 시장 전망은 뒤로 밀어놓고 투자 기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적립식 펀드는 판매 초기 3년 만기로 설정한 탓이었는지 3년 안팎의 투자 기간이 일반적이다. 3년도 중간에 손실이 나면, 납부를 정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3년은 투자 기간이 짧은 편이다. 최소 5년은 돼야 한다. 물론 5년 내라도 수익이 나서 환매한다면 상관없지만, 적립식 투자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 물론 5년 이상 투자한다고 돈을 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손실 가능성은 확실히 줄어든다.
손실 가능성 줄이는 방법들
문제는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현실적으로 5년 이상 인내하며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간을 어느 정도 투자해야 하는지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적립식 투자 전략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목표 수익률을 사전에 설정하는 것이다. 먼저 1년 이상은 무조건 납부한다. 너무 기간이 짧으면 적립식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1년 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환매한다(1년이 아닌 2, 3년도 괜찮다). 예를 들어 20만 원씩 납부해 20%를 목표로 했는데, 2년 만에 달성했다면 바로 환매하는 식이다. 이때 원금과 수익을 챙겨놓고, 기존에 납부했던 20만 원은 계속해 납부해나간다.
둘째, 추가 납부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쌀 때 많이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이 하락해 주가가 싸질 때 추가로 돈을 더 넣으면 매입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셋째, 밸류 애버리징(value averaging) 방법이다. 일반 적립식은 납부 금액을 정해놓는 반면, 이 방법은 총액을 결정해놓고 투자하는 것이다. 가령 매달 100만 원을 총액으로 결정했다고 해보자. 첫 번째 달에 먼저 100만 원을 투자했다. 두 번째 달에는 첫 번째 달에 투자한 100만 원에서 수익이 발생해 평가 금액이 105만 원이 됐다. 통상 적립식 투자라면 또 100만 원을 넣어야 하지만 밸류 애버리징은 95만 원만 납부한다. 두 달간 총액 200만 원에서 부족한 금액만 투자하는 것이다. 반대로 손실이 발생하면 납부액은 더 늘어난다. 이 방법은 주가가 오를 때 적게 투자하고, 내릴 때 투자 금액을 자동으로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끝으로 적립식 투자의 효과를 보는 방법은 강제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연금저축펀드 계좌나 소득공제펀드처럼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 성공의 요체는 시장이 아닌 시간과 꾸준함에 있기 때문에 강제 저축 효과가 있는 상품은 좋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마켓 타이밍 전략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은 알 수 없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 즉 투자 기간과 투자 방법을 정해놓고 투자하는 것이 승률을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