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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새로운 피베(차세대 스타)’ 10번 로드리게스

브라질월드컵서 혜성처럼 등장…조엘 캠벨·카림 벤제마도 각광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새로운 피베(차세대 스타)’ 10번 로드리게스

‘별들의 잔치’라 부르는 70억 지구인의 축제 월드컵은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를 지켜볼 수 있는 행복한 무대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월드컵 역사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은 유독 큰 즐거움을 선사한 대회로 기록될 듯하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27), 브라질 네이마르 다 실바(22·이상 바르셀로나), 독일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가 명성에 맞는 실력을 보여주면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명불허전. 개막을 앞두고 골든볼(최우수선수)을 다툴 후보로 꼽혔던 ‘빅 4’ 가운데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만 일찍 짐을 쌌을 뿐, 나머지 3명은 조별리그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더구나 이들의 명성을 넘어설 ‘떠오른 별’도 제법 많다. 혜성처럼 등장한 ‘콜롬비아의 샛별’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가 가장 돋보인다. 로드리게스는 메시나 네이마르 못지않은 기량과 스타성을 갖춰 이번 대회를 빛낸 최고 신성으로 꼽힌다. 수년간 ‘넘버 1’ 수문장으로 군림했던 스페인 이케르 카시야스(34·레알 마드리드)가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한 가운데 카시야스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젊은 골키퍼들의 약진도 도드라진다.

# 4경기 5골 놀라운 성적

로드리게스는 6월 29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2골을 뽑아내며 2-0 완승을 일구고 콜롬비아의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조별리그 C조 1차전 그리스와의 경기(3-0 승)에서 팀의 세 번째 골로 이번 대회 첫 골을 신고한 뒤 2차전 코트디부아르(2-1 승), 3차전 일본(4-1 승)과의 경기에서 각 1골씩을 추가한 데 이어 우루과이전까지 4경기(5골)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의 포지션이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조별리그가 끝난 뒤 1라운드를 빛낸 최고 선수로 로드리게스를 선정했다. 로드리게스는 ‘캐스트롤 인덱스 포인트 랭킹’에서 9.79점으로 1위에 올랐다. 캐스트롤 인덱스는 경기 중 패스, 태클, 드리블 등과 득점, 어시스트, 골 장면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산출하는 지수다. 네이마르(9.52)는 8위였다. 콜롬비아에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된 우루과이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은 “로드리게스는 메시, 디에고 마라도나, 루이스 수아레스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라며 “내가 이번 월드컵에서 본 최고 선수”라고 극찬했다.

로드리게스는 17세이던 2008년 아르헨티나 반필드에 영입됐을 정도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예비 스타’였다. 포르투(포르투갈)를 거쳐 2013년 AS모나코(프랑스)로 스카우트됐다. 그는 콜롬비아에서 ‘새로운 피베(pibe)’로 불린다. 피베는 스페인어로 ‘소년’이란 뜻이다. 1980~90년대 콜롬비아 축구를 대표했던 ‘슈퍼스타’ 카를로스 발데라마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타란 의미다. 로드리게스는 2011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주장으로 콜롬비아를 8강으로 이끌고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1월 공격의 핵 라다멜 팔카오(28·AS모나코)가 십자인대 파열로 일찌감치 월드컵 출전이 무산되자 콜롬비아 내부에서조차 비관적 시선이 제기됐다. 그러나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에서 7골을 기록한 팔카오의 부재는 그에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로드리게스는 팔카오의 빈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채우며 자기 이름을 전 세계 축구팬에 각인했다.

‘새로운 피베(차세대 스타)’ 10번 로드리게스

프랑스 카림 벤제마.

에이스 등번호인 10번을 다는 로드리게스는 전형적인 10번 스타일이다. 발재간이 뛰어나고, 놀라운 스피드로 무장했다. 안정감 있는 볼 키핑 능력을 갖추고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 능력도 보유했다. 날카로운 돌파 능력과 정확한 프리킥 등 골잡이로서 기량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로드리게스와 함께 코스타리카의 조엘 캠벨(22·올림피아코스)도 ‘떠오르는 별’이다. 캠벨은 조별리그 D조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9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트래핑한 후 그대로 왼발 슛으로 연결했다. ‘만삭 세리머니’로도 각광받은 그는 20대 초반 어린 나이임에도 침착한 플레이와 노련미를 자랑한다. 다음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복귀가 예상돼 벌써부터 아스널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맡고 있는 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 역시 이번 대회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벤제마는 소속팀에서 호날두에게 밀렸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 오초아, “카시야스 후계자는 나”

북·중미 강호 멕시코는 네덜란드와의 16강전에서 1-2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미겔 에레라 감독이 지휘한 멕시코는 탄탄한 조직력과 끈끈한 팀 컬러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 선수 중 가장 주목받은 건 공격수 오리베 페랄타(30·산토스)가 아니었다. ‘천수(千手) 수문장’이라는 별명으로 국내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킨 기예르모 오초아(29·전 아작시오)였다.

조별리그 A조에서 카메룬(1-0 승), 브라질(0-0 무), 크로아티아(3-1 승)와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만 허용하며 이번 월드컵 최고의 ‘거미손’으로 떠오른 오초아는 네덜란드전에서 2골을 내줬지만 그중 1골은 페널티킥이었다. 4경기서 내준 필드골은 고작 2골뿐이다. 브라질전에서는 상대의 유효슈팅 6개를 모두 막아내는 등 네이마르를 앞세운 브라질의 파상 공격에도 무실점을 마크했다. 수차례 슈퍼세이브를 연출하며 축구의 묘미가 결코 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케 했다.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탁월한 순간 판단력을 갖춘 오초아는 최후방 수비수로서 동료들을 리드하는 모습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골키퍼는 기본적으로 동료들에게 믿음을 주고 슈퍼세이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오초아 같은 골키퍼를 보유한 멕시코는 행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브라질전에서 경기 최우수선수(MOM·Man of the Match) 영예를 안았던 오초아는 네덜란드전에서도 MOM에 뽑혔다. FIFA가 패한 팀에서 이례적으로 MOM을 선정했다는 것 자체가 오초아의 위력을 나타낸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그에 대해 “골을 넣고 싶어도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믿지 못할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오초아의 주가는 폭등하고 있다. 6월 말로 아작시오와 계약 기간이 끝난 오초아에게 이미 관심을 보이는 클럽팀이 최소 20개에 이를 정도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는 물론이고 프랑스 리그앙의 파리 생제르맹,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널과 리버풀이 그를 영입 리스트에 올려놨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초아의 월드컵은 네덜란드전에서 끝났지만 그를 영입하려는 빅클럽들의 경쟁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멕시코에 오초아가 있다면 코스타리카에는 케일러 나바스(28·레반테)가 있다. 조엘 캠벨이 공격을 이끌고, 나바스가 철벽 수문장 노릇을 한 코스타리카는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가장 큰 이변을 일으킨 팀이다. 우루과이,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린 D조에 속해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코스타리카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우루과이전(3-1 승)에서 단 1골, 그것도 에딘손 카바니(27·파리 생제르맹)에게 페널티킥골만 내줬다. 이탈리아(1-0 승), 잉글랜드전(0-0 무)에서는 모두 무실점했다.

나바스의 진가는 그리스와의 16강전에서 또 한 번 발휘됐다. 전후반 90분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나자 코스타리카는 연장 30분 동안 수비에 치중하며 승부차기로 승부를 몰아갔다. 나바스의 능력을 믿었고, 나바스는 이 같은 동료들의 바람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4번째 키커 테오파니스 게카스(34·아크히사르 벨레디예스포르)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냈고, 결국 코스타리카는 5-3 승리로 사상 첫 8강 진출에 성공했다. FIFA는 잉글랜드전에 이어 그리스전에서도 나바스를 MOM으로 선정했다.

# 월드컵과 이별 고한 베테랑들

뜨는 별이 있으면 지는 별이 있게 마련이다. 브라질월드컵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들의 동반 부진이다. 10여 년 동안 자국 대표팀을 이끌어왔던 30대 초·중반의 슈퍼스타들이 이번 무대를 통해 월드컵과 작별을 고했다.

브라질에서 월드컵 무실점 신기록에 도전했던 스페인 수문장 카시야스는 영광 대신 굴욕만 당한 채 쓸쓸히 물러났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마지막 433분(4경기)간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던 그는 첫 경기 네덜란드전에서 무실점으로 막으면 발테르 쳉가(이탈리아)가 갖고 있는 517분을 넘어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전에서만 5골을 내주고 칠레와의 2차전에서도 또 2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스티븐 제라드(34·리버풀)도 ‘진 별’이다. 잉글랜드의 심장,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캡틴 제라드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무2패의 허무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일찌감치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퇴장했다.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은 제라드에게 돌아온 것은 ‘잉글랜드의 56년 만의 조별리그 탈락’이란 슬픈 성적표였다.



주간동아 2014.07.07 945호 (p64~66)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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