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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진보 교육감들 중재자로 나서나

전교조-정부 대립 갈수록 심화…교육철학 실천 일부 교육감 신중한 행보

  • 신진우 동아일보 기자 niceshin@donga.com

진보 교육감들 중재자로 나서나

진보 교육감들 중재자로 나서나

6월 27일 조퇴투쟁에 나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서울역에서 열린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15년 만에 합법노조 지위를 상실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법과 원칙’을 내세운 정부의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에서 7일 1일 일제히 취임한 진보 교육감들의 역할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고용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을 경우 노동조합(노조)이 아니라고 규정한 교원노조법을 근거로 해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줬다. 전교조는 2010년 이후 고용노동부로부터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거부해왔다.

법원 판결로 전교조는 노조가 갖는 모든 기본 권리를 박탈당하게 됐다. 일단 ‘노동조합’이라는 명칭부터 사용하지 못한다. 교육부를 상대로 단체협약교섭권도 행사할 수 없다. 52억 원에 달하는 노조 사무실에 대한 교육부 임차료 지원도 중단된다.

노조 권리 박탈에 조퇴투쟁

전교조는 즉각 정부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에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항소는 전교조 합법화의 차원을 넘어 이 나라 민주주의를 다시 복원하고 독재정권에 대한 응징을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6월 27일에는 조퇴투쟁도 강행했다. 전국에서 모인 전교조 소속 교사 1500여 명이 서울역 광장에서 교사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교원노조법 개정,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등을 요구하며 서울역에서 출발해 을지로, 종로를 거쳐 종각역 앞에서 노동단체, 시민단체와 연합해 교사시민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전교조의 조퇴투쟁에 신속하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7차 교육과정 반대(2001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저지(2003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교원평가제 도입 저지(2006년) 등을 목적으로 전교조가 진행한 조퇴투쟁 당시 정부는 주동자를 경징계하고 단순 참가자는 경고 조치만 했지만 이번만큼은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먼저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조퇴자 현황과 시위 참여 여부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 의무를 위반해 징계를 받을 수준인지 따져본 뒤 이에 해당하면 전원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시도교육청 교육국장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교사들이 거리에 나가지 못하도록 사전 예방활동을 강화하라”면서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인 만큼 수업권 침해가 우려된다. 조퇴투쟁에는 무조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교육부의 고발이 접수되면 참석자 명단과 조퇴 과정에서의 사실관계 등을 파악해 즉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교육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유관기관들과 협조해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었다. 검찰 관계자는 “전교조의 집단행동은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원칙대로 모두 형사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교사들에 대한 수사에도 가속도를 붙였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해당 교사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징계 수준을 놓고 고심 중이다.

정부의 강경책에 전교조는 오히려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조퇴는 법이 보장한 권리로 교육부의 징계 방침은 부당하다”면서 “7월 12일 교사 1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교사대회에서 조퇴투쟁 징계 방침에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투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을 고려해 50억 원 수준의 기금도 마련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어차피 지금은 뒤를 돌아볼 수도 없을 만큼 멀리 와버린 상황”이라면서 “대량 징계 사태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가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하면서 진보 교육감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한 13명의 진보 교육감 중 8명은 전교조 지부장 또는 지회장 출신이다. 이 가운데 5명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소속이기도 했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1989년 전교조 결성에 참여했다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투옥된 전력도 있다.

양쪽 사이 굵직한 연결고리

진보 교육감들 중재자로 나서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7월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찾아가는 취임식’의 일환으로 열린 ‘희연쌤과 함께 하는 김밥 토크’에 참석해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위). 취임 첫날인 7월 1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경기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취임식을 대신해 각계각층 도민들과 경기 교육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전교조에는 진보 교육감들이 자신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실제 선거 직후 각종 논평 등을 통해 ‘진보 교육감 벨트’의 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단 진보 교육감들은 전교조의 기대대로 일정 부분 ‘편들기’에 나섰다. 진보 교육감 13명은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직후 “교육현장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일제히 유감을 표시했다. 일부 진보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현행대로 전교조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사에 대한 징계권이 각 시도교육청에 있는 만큼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부의 징계 조치를 계속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009년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놓고 벌어진 교육부와 교육청 간 법적 다툼이 재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진보 교육감들이 어떤 식으로든 중재 구실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진보 교육감들이 정부와 전교조의 갈등을 오히려 완화해줄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진보 교육감들은 교육부와 전교조 양측 모두에 굵직한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소통의 창구를 열기에 최적임자”라고 했다. 교육계 다른 관계자도 “진보 교육감들 처지에선 이제 막 새로운 교육철학을 실현하려는 순간이 전교조 문제로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지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일부 진보 교육감은 취임 이후 전교조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취임사에서 전교조 문제에 대해 “일단 실정법에 따르는 방법으로 될 개연성이 있다”고 밝혀 학교 복귀를 거부하는 노조 전임자는 징계할 수 있음을 내비췄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추구했던 정신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교육부의 후속 조치에 대해 법적 검토 등을 거쳐 신중하게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역시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지속 여부, 전교조 사무실 제공 등과 관련한 조치에 대해 일단 관련 법규부터 검토해야 한다”며 “다른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주간동아 2014.07.07 945호 (p40~41)

신진우 동아일보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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