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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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재산 보호 두말 필요 없는 국가의 존재 이유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05-19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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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 재산 보호 두말 필요 없는 국가의 존재 이유

    5월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세월호 침몰 사고로 나라 전체가 멈춰선 지 한 달이 됐다. 침몰 당시 선내방송 지시에 따라 구명복을 입고 가지런히 앉아 있던 사진 속 학생들의 모습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죄스럽게 한다. 배가 기울 때 생사 갈림길에 있던 희생자들은 ‘국가’를 호출하며 절규했을 테고, 지금은 그 가족들이 이어서 애타게 ‘국가’를 찾고 있다.

    국가의 원초적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생명 보호가 일차적이다. 토머스 홉스는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면서 우리가 ‘만인이 만인에 대해 투쟁’하는 자연 상태의 혼란을 극복하고 평온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내가 너를 보호하기 때문에 너에게 명령할 수 있다’는 국가 설립이 있다고 했다.

    현실에서 국가를 만들고 그 형태를 구성하는 규범은 헌법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회자되는 헌법 조문이 있다. 제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제34조는 사회적기본권(생존권)에 관한 것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1항), 사회보장 및 복지(2항), 여자의 권익(3항),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4항),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5항)에 이어 6항에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여유를 갖게 되면서 1987년 헌법 개정 시 사회적기본권에 관한 내용을 대폭 보강했는데, 6항은 이때 3, 4항과 더불어 신설됐다.

    사회적기본권은 과거 입법적 방침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법적 권리로 인정받는다. 다만 추상적 권리라서 입법을 통해 구체화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 중 여자, 노인의 기본권 부분은 관련 단체의 부단한 노력으로 법제가 상당히 정비됐다. 청소년 보호에 관한 부분도 부단히 제도 정비를 해왔다. 그러나 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의 경우 다소 소홀히 여겨진 면이 있다.

    모든 재해를 망라해 예방하고 대비하는 통합 법안은 서울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한 1995년에야 비로소 ‘재난관리법’으로 제정됐고,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겪은 뒤 현재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으로 정비됐다. 그러나 현실에 적용하기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희생자에 대한 배상 문제다. 세월호 희생자들은 승무원, 선박회사, 국가기관의 중대한 잘못이 중첩돼 사망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배상 한도는 60세까지 받게 되는 도시일용노임의 현재 가치 이상일 수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징벌적 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가해자의 불법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의 당시 수입, 즉 일실수익만을 기준으로 배상 책임을 정한다. 이 때문에 가해자가 천인공노할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피해자가 당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었다면 배상액이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국가라면 세월호 침몰 이후 실낱같은 가능성이 존재했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민 생명을 구해냈어야 했고, 지금은 시신을 수습해 가족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변명은 일절 필요 없는 것이다.

    생명과 재산 보호 두말 필요 없는 국가의 존재 이유

    1994년 10월 21일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왼쪽)와 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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