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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마지막 회>

사랑의 끝판

  • 한용운
입력
2014-04-25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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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판

사랑의 끝판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러다가 초를 거꾸로 꽂았습니다그려.

저를 어쩌나, 저 사람들이 흉보겠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짖습니다.

에그, 저것 좀 보아,‘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겠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줄이 완급(緩急)을 잃을까 저어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릅나무 그늘을 지워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단 한 줄이다.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임의 말씀대로 천천히 가자. 그것이 빠른 것이 아니라, 바른 것이다. 꽃이 진 자리에 머물다, 문득 이 시를 떠올리고 찾아봤다. 임의 꾸지람 소리가 요즘 천둥소리처럼 울린다. 아…, 슬프고 슬프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935호 (p5~5)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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