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2

2014.04.08

女 아나운서 비하 법은 헐렁해도 사회 평가는 냉혹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04-08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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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7일 대법원은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전 국회의원 A에 대한 상고심에서 A가 여성 아나운서 집단에 대해 부적절하고 저속한 발언을 했다 해도 개인에 대한 모욕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형법 제311조에서는 모욕죄를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욕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명예훼손은 사실(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모욕과 다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모욕과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A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 중 모욕 부분을 무죄 취지로 해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A는 2010년 7월 전국대학생토론회를 마친 뒤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아나운서 지위를 유지하거나 승진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 등의 발언을 했다. 이후 아나운서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A의 발언 내용이 매우 부적절하고 저속해 여성 아나운서에게 수치심과 분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여성 아나운서’라는 집단 규모와 조직체계, 집단 자체의 경계가 불분명한 점 등에 비춰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고, A의 이 사건 발언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그 개별 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 정도가 희석돼 아나운서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의 발언에 대한 형법상 모욕죄 성립을 부정해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전에도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을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엄격히 판단했다. 지난해 1월 10일 인터넷 사이트 토론방에 ‘개독알밥 ○○○○(단체명) 꼴통놈들은’ ‘전문시위꾼 ○○○○ 똘마니들’ 등의 글을 게시한 것이 ‘○○○○’ 회원(구성원) B를 모욕한 것인지를 다툰 사건에서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이 개별 구성원(B)에게까지는 모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며 B에 대한 모욕죄 성립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대법원 2012도13189).

    요즘에는 자기 의사를 거침없이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거나 상대방의 명예감정을 훼손해 고소 및 고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한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해도 도덕 기준에 의해 사회적 평가를 냉혹하게 받는 만큼 평소 상대를 배려하는 언행을 해야 할 것이다.

    女 아나운서 비하 법은 헐렁해도 사회 평가는 냉혹

    전 국회의원 A가 아나운서들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전국 여성 아나운서 200여 명은 A의 발언에 수치심을 느꼈다는 증언을 담은 동영상을 법원에 제출했다. 2011년 1월 성세정 한국아나운서협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법정에 제출할 CD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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