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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 배선영의 TV 속 세상

우린 열광한다, 금기시된 사랑을

김희애 주연 ‘밀회’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우린 열광한다, 금기시된 사랑을

우린 열광한다, 금기시된 사랑을

김희애(왼쪽)와 유아인이 스무 살 차이 나는 유부녀와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JTBC 드라마 ‘밀회’의 한 장면.

3월 17일 첫 방송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이 드라마는 실제 열아홉 살 차이가 나는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이 스무 살 차이 나는 유부녀와 청년의 사랑을 그리는데, 캐스팅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그 관심은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밀회’는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4%를 기록했으며, 분당 최고 시청률은 6%를 넘어섰다. JTBC 월화드라마 중 최고 기록이다.

JTBC 내부에서는 향후 시청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드라마가 오늘날 인기 척도가 된 인터넷 세상을 완전히 장악해버렸고, 타깃 시청층이라 할 수 있는 여성뿐 아니라 탄탄한 남성 마니아층까지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 분포도를 보면 물론 여성 비율이 압도적이다. 그중에도 40, 50대 여성 비율이 가장 높다. 아직 초반부이기는 하지만 극이 주로 김희애가 연기하는 마흔 살 오혜원의 심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만큼, 이 이야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가 주로 시청하는 셈이다.

주인공 혜원은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이다. 상류층과 맞닿은 그의 삶은 다른 사람 시선으로 볼 때 완벽에 가깝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건 위장에 불과하다. 실제 인생은 위태롭고 안타깝다. 철없는 속물 남편은 대학동창회에서 제 자신을 우스개로 만들 정도의 존재에 불과하다. 본인도 그렇다. 예고 동창 밑에서 일하며 때로는 뺨까지 맞지만,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고 늘 차분하게 대한다. 처세에 길들여진 탓이다.

혜원의 인생은 행복 가까이에 있지 않다.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 날 스무 살 이선재(유아인 분)가 다가온다. 그는 맹목적 순수함으로 혜원의 인생을 뒤흔들어버린다.



혜원의 삶 속에 나타나는 이런 번쩍이는 순간은 또래 여성에게 자기 인생을 돌이키게 만드는 힘과 대리만족감을 준다. 여기에 플러스알파로 작용하는 것이 김희애의 우아한 자태다. 단아하면서 은근한 섹시미까지 감도는 스타일은 여성들로부터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밀회’에는 온통 여성 시청자를 위한 장치가 가득하다.

하지만 ‘밀회’를 지켜보는 남성 시청자도 분명 존재한다. 송원섭 JTBC 홍보마케팅팀장은 “시청률 데이터를 본다면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작품성이 뛰어나 남성 마니아층도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남성들이 ‘밀회’에 빠진 이유를 들어보면 여성과는 다른 시각이 느껴진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호감

우린 열광한다, 금기시된 사랑을
‘밀회’ 마니아라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선재를 통해 젊은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향수, 지나버린 청춘에 대한 회한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밀회’에서 선재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인물. 사회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감정에 충실하다. 그에게 혜원과의 나이 차는 문제되지 않는다. 사랑을 느끼는 순간 감정을 따라 직진해버리는 그의 저돌성은 때가 탈 대로 타버린 중년은 쉽사리 끄집어내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러니 중년 남성이 ‘밀회’ 속 선재를 통해 잃어버린 감정 조각을 잠시나마 맞춰보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한 30대 남성 시청자는 ‘밀회’를 보는 이유를 “김희애 때문”이라고 했다. “먼저 안정적인 연기력에 감탄했다. 유아인과 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에선 스릴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 드라마에서 혜원은 선재를 향해 마음을 열었다가 이내 접기도 하고, 때로는 선재보다 더 저돌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등 일종의 신비스러운 마성을 발휘한다. 김희애가 완성하는 이러한 ‘작업의 기술’은 남자 혼을 빼놓기 충분하다. 연애가 주관심사인 30대 남성에게는 김희애의 연기가 큰 매력으로 다가가는 셈이다.

20대 남성 시청자는 ‘밀회’ 속 또 다른 요소에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바로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선재 캐릭터다. 그는 “가난한 천재인 선재가 자신의 실력만으로 성장해나갈 미래에 기대를 걸게 된다”고 했다. 스펙 쌓기, 취업 경쟁에 지친 20대의 경우 이 드라마에서 그리는 선재의 천재성과 그 재능을 발견하는 세상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밀회’가 중년 여성을 넘어 폭넓은 시청자층에 어필하는 요소는 또 있다. 이 드라마는 음대와 예술재단의 온갖 추악한 이면을 낱낱이 해부한다. 겉으로만 고고한 그들을 파헤치는 칼질에 거침이 없다. 고상한 척 위장한 이들이 화장실에서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육두문자를 내뱉는 장면도 등장했다.

상류계층을 훔쳐보고 그들의 위선을 ‘까발리는’ 시선은 많은 이에게 흥미 요소로 작용한다. 극중 서한예술재단 이사장으로 분해 의붓딸의 머리채를 잡고 화장실 변기에 넣어버린 배우 심혜진은 “겉과 속이 다른 상류계층의 모습이 훔쳐보기식 카메라 앵글로 표현된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이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

우린 열광한다, 금기시된 사랑을
‘밀회’에 열광하는 시청자 반응을 통해 이 드라마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다양한 각도에서 울림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20대 남자와 40대 유부녀의 사랑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똑똑하게 혹은 정상적으로 살아간다고 여기는 우리가 놓치고 마는 것들을 보여준다.

‘밀회’의 안판석 PD는 “스무 살 미혼 청년과 마흔 살 유부녀의 사랑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망각하고 있는 가치를 되새길 것”이라며 “혜원은 주변에서 바라보면 오점 없이 잘 살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더럽게’ 머리만 굴리고 살아온 건지도 모른다. 그런 혜원이 선재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만나는 과정을 보며 시청자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밀회’는 그렇게 차가운 시선을 던진다.



주간동아 2014.04.08 932호 (p74~75)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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