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0

2013.10.28

성공 위해 영혼을 파는 연예계 밑바닥

박중훈 감독의 ‘톱스타’ vs 신연식 감독의 ‘배우는 배우다’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입력2013-10-28 10:3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마치 요리사 두 명에게 같은 재료를 주고, 서로 다른 요리를 주문해 벌이는 경연 같다. 영화배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신연식이 연출한 ‘배우는 배우다’ 이야기다. 공교롭게 같은 날 개봉한 두 영화는 톱스타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의 성공과 추락을 통해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을 그리고 있다. 무명이던 신인이 ‘인상적인 조연’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고,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추악한 음모와 뒷거래도 불사하지만 결국 수많은 별이 그랬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덧없이 추락한다는 내용이 마치 짜 맞춘 것처럼 똑같다.

    물론 ‘레시피’는 다르다. ‘톱스타’는 묵직하고 고전적인 드라마다. 신기루 같은 성공과 허망한 몰락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묻는다. ‘배우는 배우다’는 어둡고 날이 서 있다. 배우라는 인간 내면에 도사린 위험한 욕망과 정글 같은 연예계의 악마적 속성을 스크린에 재현하는 데 집중한다.

    먼저 ‘톱스타’. 주인공 태식(엄태웅 분)은 당대 최고 톱스타 원준(김민준 분)의 운전과 스케줄 관리를 맡은 이른바 로드 매니저다. 몸종이나 다름없는 신세지만 그를 버티게 하는 건 배우와 스타를 향한 꿈이다. 어느 날 원준이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를 치는 뺑소니 사고를 낸다. 태식은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위장 자수하고, 원준은 보답으로 자신이 출연 중인 드라마에 단역으로 태식을 ‘꽂아준다’. 태식은 이를 발판삼아 승승장구하며 마침내 원준을 위협하는 라이벌로 떠오른다.

    그러나 태식은 숨겨왔던 자신의 과거가 연예기자 취재망에 걸려 한순간에 몰락할 위기에 처하자 원준의 비리를 언론에 흘린다. 결국 태식은 원준이 출연하려 했던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가로채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지만, 톱스타의 모든 영광을 쥐었던 그의 손안에는 또 다른 비극의 씨앗도 함께 들어 있다.

    ‘배우는 배우다’의 주인공은 무명의 젊은 연극배우 오영(이준 분)이다. 오로지 배우로 성공하고자 하는 광기에 휩싸인 그는 현실과 가상을 혼동해 상대 배우를 당황스럽게 하고 무대를 망쳐버리기 일쑤다. 무대 위에서 실제로 상대 배우를 때리고 목을 조르며 칼로 위협하는 식이다.



    이 말썽 많은 무명배우에게서 스타 가능성을 본 한 매니저가 오영에게 접근한다. 매니저는 ‘끼워팔기’를 하고 ‘스폰서’를 대주며 PD와 감독에게 로비를 하는 등 수완을 부려 오영을 벼락 스타덤에 올린다. 하지만 성공보다 더 가까운 것은 추락. 폭력도 서슴지 않는 기획사끼리의 농간으로 오영은 추악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고, 모든 광고와 작품 섭외가 떨어져나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퇴물신세로 전락한다.

    낯설지 않은 연예계 관행과 사건, 가십이 두 영화에 가득하다. 한국 영화가 유사 이래 최대 황금기를 보내고, 한류라는 이름의 대중문화 전성기를 맞은 지금, 동시에 선보인 영화 두 편이 자신이 발 딛고 선 스타 시스템을 소재로 삼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두 영화에서 스타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 같은 존재이며, 연예계에서 성공이란 환락을 약속하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그러나 어디 배우가 되고, 스타가 되는 일뿐이랴. 영혼 일부를 악마에게 팔면서도 살아야 하는 게 우리 모두의 인생 아닐까. 두 영화 모두 밑바닥에 떨어진 주인공이 맨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을 결말로 삼은 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성공 위해 영혼을 파는 연예계 밑바닥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