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7

2013.10.07

운동 중 갑자기 우두둑 푹 쉬고 얼음찜질하라

염좌, 근좌상, 피로골절 등 운동 부상 요주의…평소 무리한 운동 피해야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3-10-07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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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 중 갑자기 우두둑 푹 쉬고 얼음찜질하라

    운동선수들도 관절이나 근육에 갑작스레 무리가 가면 부상을 입곤 한다. 운동선수라도 이런 경우에는 무조건 쉬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년 전 한 시인이 ‘불속지객’이란 묘한 제목의 시집을 낸 적이 있다. 사실 이 제목의 뜻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제목을 한자 그대로 ‘不速之客’이라 썼다고 해도 그 뜻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不速之客’은 그리 낯설지 않은 표현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불청객(不請客)’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시어 사전’에 나온 설명에 의하면 이 말은 원래 중국 고전 ‘역경(易經)’의 수괘(需卦)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滿庭月色無煙燭 入座山光不速賓(뜰의 밝은 달빛 그을음 없는 촛불이요, 방에 드는 산 경치 청하지 않은 손님일세).’ 여기서 ‘速’이란 글자는 우리가 아는 대로 ‘빠르다’는 뜻이 아니라, ‘초청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됐다는 설명도 붙어 있다.

    인대, 힘줄 늘어나고 째지고…

    운동을 전문으로 하든 취미로 하든 이처럼 청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불쑥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바로 부상이다.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의지를 다잡은 뒤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는데도 예기치 않은 부상이 찾아오면, 운동을 계속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쌓아둔 성과조차 속절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불청객이라고 해서 함부로 돌려보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운동 부상 역시 일단 발생하면 어찌 됐든 잘 다스려 되돌려 보낼 수밖에 없다.

    운동 부상에는 의사의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부상부터 적절한 자가 치료와 휴식만으로 웬만큼 치료할 수 있는 부상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전자의 경우는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최선이며, 후자의 경우는 부상 정도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지식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곤 한다.



    이런 의미에서 몇 가지 대표적인 가벼운 운동 부상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근좌상(筋挫傷·muscle strain). 우리말로는 흔히 ‘접질렸다’ ‘삐끗했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상태다. 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근육섬유나 힘줄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소규모로 찢어져 생기는 증상이다. 근좌상은 꼭 운동뿐 아니라서 일상생활에서도 생길 수 있다.

    증상은 주로 부상당한 부위가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느껴지고, 미세출혈로 멍이 생기기도 한다. 근좌상이 잘 생기는 부위는 무릎 뒷부분의 오금과 허벅지 안쪽의 사타구니 근육이다. 구체적인 운동 동작을 예로 들면, 벤치프레스(벤치에 누워 팔을 가슴 위로 밀어 올리는 동작)를 할 때 무리하게 힘을 주거나 스쿼트(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동작)에서 너무 빨리 일어설 때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갑자기 날카로운 통증이 생기면서 지속된다.

    일단 근좌상이 생기면 현장에서는 흔히 농담으로 ‘쌀 치료’라고 부르는 ‘RICE 치료법’을 사용한다. 이때 ‘RICE’는 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rest(휴식), ice(얼음), compression(압박), elevation(다리 올리기)의 머리말을 따서 만든 용어다. 얼음찜질은 부상 부위의 혈액 공급을 줄여 부종과 통증을 없애는 구실을 한다. 필요한 경우 RICE 치료법에 곁들여 소염제를 약간 복용하기도 한다.

    그다음 운동 부상으로 염좌(捻挫·좌섬·sprain)라는 것이 있다. 이는 뼈와 뼈 사이 관절을 연결하는 인대 조직이 외부 충격으로 늘어나거나 부분적으로 찢어진 경우를 뜻한다. 앞서의 근좌상을 의학용어로는 염좌라고 혼용해 부르기도 한다. 표현할 때도 역시 근좌상과 비슷하게 ‘발목이나 손목이 접질렸다, 또는 삐었다’고 한다.

    염좌는 발목에서 가장 많이 생기고 손목에서도 빈발한다. 증상은 대체로 근좌상과 비슷하지만 통증은 더 심한 편이다. 치료 역시 앞서의 RICE 치료법이 주가 된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기 전 충분히 준비운동을 해서 관절을 미리 따뜻하게 해주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운동 부상으로는 달리기 후 특별한 이유 없이 정강이가 아픈 증상이 생기는 정강이통(shin splints)이 있다. 의학용어로는 내측경골스트레스증후군(medial tibial stress syndrome)이라는 긴 이름으로 부른다. 병명 그대로 갑작스럽고 과도한 근육 스트레스로 정강이뼈(경골)를 싸고 있는 결체조직에 이상이 생겨 뼈와 그 위의 근육 사이가 약간 벌어지는 것이 원인이다.

    운동량 점진적으로 늘려야

    달리기 시간을 갑자기 많이 늘리거나, 익숙지 않은 장소에서 달릴 때 또는 신발에 문제가 있을 때 잘 발생한다. 일단 정강이통이 생기면 역시 앞서의 RICE 치료법을 바탕으로 치료를 해나간다. 만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에는 피로골절(stress fracture) 또는 본격적인 골절 같은 심각한 문제로까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네 번째로 알아둬야 할 운동 부상은 피로골절이다. 피로골절은 강한 충격 때문에 발생하는 일반 골절에 비해 몸무게를 지탱하는 뼈인 정강이뼈나 발뼈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가해짐으로써 생기는 골절이다. 가느다란 금처럼 미세한 형태로 골절이 생기기 때문에 흔히 머리선 골절(hairline fracture)이라고 부른다.

    피로골절이 생기면 대부분 달릴 때 해당 부위에 통증이 느껴진다. 그러나 안정을 취하면 특별한 통증이나 압통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정강이뼈에 피로골절이 생긴 경우 앞서의 정강이통과 혼동할 수도 있는데, 피로골절은 좀 더 국한적인 부위에서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이 차이점이다. 피로골절 치료에서 핵심은 충분한 휴식이다. 필요하면 일반 보행 시에도 충격을 완화해주는 장치를 착용해 회복을 도와야 한다. 회복에 걸리는 기간은 부상과 휴식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보통 수 주가 걸리고 수개월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 운동 부상으로 흔히 접하는 물집(blister)이 있다. 이는 잘 알다시피 무리하게 달리거나 걸은 뒤 발생하는데, 과도한 마찰로 피부에 물을 함유한 작은 주머니가 생기는 증상이다. 의학적으로는 피부 최상층인 진피와 그 아래층 사이에 물이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만일 물집을 만들 수 있는 자극보다 약한 자극이 오래 지속되면 물집 대신 굳은살(callus)이 생긴다.

    일단 물집이 생기면 그 안의 물 자체가 보호막 구실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대로 두고 새 피부 조직이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통증 때문에 물집을 터뜨려야 하는 경우라면 물집 위의 껍질은 그대로 유지해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물집은 이론적으로 언제든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물집을 터뜨릴 때는 가급적 소독한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이상 우리가 운동 중에 만날 수 있는 가벼운 운동 부상의 대표적인 예들을 소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운동 부상은 대부분 자기 능력보다 과도하게 운동할 때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평소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운동량을 유지하고, 운동에 웬만큼 적응한 상태라 해도 운동량을 늘릴 때는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밖에 운동 전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만일 운동 부상이라는 불청객을 만나면 미련 없이 운동을 중단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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