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4

2013.09.09

어머니와 아내 위한 고운 꽃

익모초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9-09 09:3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어머니와 아내 위한 고운 꽃
    이맘때 들판에 가면 익모초 꽃을 볼 수 있다. 익모초는 이름은 익히 들어 잘 알 듯한 식물이지만, 어찌 보면 쑥과 비슷하고 들판이나 시골길 가장자리 수북한 풀밭 틈새에서 자라 쉽게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눈여겨보지 않게 되고, 실제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여름 내내 그 속에서 줄기를 쭉 돌려내고 층층이 홍자색 꽃들을 매달고 피워내니 이즈음이 이름만 들어 알았던 익모초를 익힐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 하겠다.

    익모초는 꿀풀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이즈음 꽃대가 달리는 줄기가 쭉 올라오면 1m까지도 자란다. 꿀풀과에 속하는 풀들이 그렇듯, 익모초도 줄기는 둔하게 네모지고 흰 털이 나서 전체적으로 희뿌옇게 느껴진다. 잎은 마주난다. 3개로 가늘게 갈라진 조각은 다시 2∼3개로 갈라지고, 톱니가 있어 다소 특별한 모습이다. 그래서 한 번 알고 나면 다음엔 꽃이 없어도 알아보기 쉬워진다.

    꽃은 한여름에 핀다. 하나하나 보면 작은 꽃들이지만, 몇 개씩 모여 층층이 달리는 진한 분홍빛 꽃들은 초록 일색의 풀숲에서 제법 눈길을 끈다. 뜻밖에 아름다운 꽃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좀 더 관심 있게 다가가 그 작은 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꽃의 꽃잎 끝을 벌리고 있는 모양새가 헤프게 입술을 벌린 여인처럼 보인다. 오목조목 재미나다.

    많은 이가 알고 있지만 익모초(益母草)는 어머니들을 이롭게 한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육모초라고도 하고, 한방에서는 씨앗을 충위자, 잎과 줄기를 합쳐 충위경엽이라는 약재로 사용한다. 눈비애기라는 우리말 이름도 있다. 이름에서 알려주듯 당연히 임신을 돕기도 하고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여러 병을 잘 낫게 하는 등 부인병에 두루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든 약재가 그러하듯 사람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니 잘 알아보고 올바르게 써야 한다.

    민간에서는 술에 익모초를 넣어 약술로도 먹는데, 월경을 조절하고 혈독을 푸는 데 좋다고 한다.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한다. 익모초차는 혈액순환이 잘되게 도와주고 어혈을 풀어주며 자궁 수축력을 높여주고 신장염으로 몸이 붓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좋다는 기록도 있다. 또 새벽에 내리는 이슬을 맞히고 그 이슬과 함께 짓찧어 즙을 내 마시면 한여름 더위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도처에 널린 수많은 식물은 제각기 그 모습과 아름다움을 달리하고 그 식물이 품고 있는 성분도 각각이다. 우리는 그중에 아주 일부를 알아내 병을 다스린다. 뜨거운 여름 볕이 한풀 꺾인 어스름한 초저녁쯤 혹은 이른 아침 들길을 산책하다 만난 익모초 꽃송이들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할 만큼 곱고 신선하다. 낮에 꽃이 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익모초는 그늘지지 않은 곳에서 자란다. 약으로 쓰는 익모초는 단오 즈음에 거둔다. 부인병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머니나 아내가 있을 경우 차라도 끓여 나눠 마시면 그 마음으로라도 낫지 않을까 싶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