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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권

삶과 미래? 후성유전학에 물어봐!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삶과 미래? 후성유전학에 물어봐!

삶과 미래? 후성유전학에 물어봐!

페터 슈포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328쪽/ 1만6000원

우리 몸에서 얼마나 많은 것이 유전자로 결정될까. 또 얼마나 많은 것이 환경이나 생활방식의 영향을 받을까. 흔히 사람은 타고난 모습대로 산다고 한다. 부모를 꼭 닮은 붕어빵 아이의 모습을 보면 특히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유전물질을 물려주는 것은 자신의 생명 특성과 성질 대부분, 즉 DNA로 이뤄진 유전자 텍스트를 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 신경생물학 박사인 저자는 “육체와 정신을 주관하는 유전 프로그램은 분명히 있지만, 그 운명에 영향을 끼치는 생활방식에 변화를 줌으로써 몸뿐만 아니라 자손의 체질까지 건강하게 할 수 있다”며 “교육, 사랑, 음식, 스트레스, 호르몬, 배고픔, 심리치료, 중독, 니코틴 등 기타 많은 것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우리의 세포를 재편성(리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말한다.

후성유전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꿀벌과 여왕벌이다. 모든 암컷 꿀벌 유충은 여왕벌이 될 수 있는 유전적 잠재력을 갖고 태어난다. 일벌은 알에서 깨어난 지 약 사흘 만에 모든 암컷 유충에게 로열젤리를 먹여 그들의 행동 변화를 살핀 후 곧바로 여왕벌이 될 유충 한 마리를 선정한다. 나머지 유충에겐 꽃가루와 꿀을, 여왕벌 유충에겐 최상의 먹이인 로열젤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차세대 꿀벌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다.

과학계에선 오래전부터 일란성 쌍둥이에 주목했다. 쌍둥이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과 후천적으로 습득한 것이 인간의 삶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명료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전자가 동일한 쌍둥이에게서 나타나는 어떤 차이는 유전적이지 않은 원인에 의해 생긴 것일 수밖에 없다. 이것을 잘 분석하면 어떤 특성이 어느 정도의 퍼센트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고,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다. 어린 쌍둥이보다 나이가 든 쌍둥이가 다른 삶을 사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운명이 환경으로부터 영향 받았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다 아는 상식이지만, 태어날 때 비록 건강한 유전인자를 받지 못했다 해도 일찌감치 건강을 위해 노력한 사람은 건강하게 태어나 방탕하게 생활한 사람보다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실천 내용은 간단하다. 동물성 지방을 적게 먹고, 생선을 많이 먹으며,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신체활동을 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는 석기시대에 맞춰졌다. 당시에는 먹을거리가 거의 없었고, 뭔가 먹을 만한 것을 찾으려면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했다. 먹을거리가 풍족할 때 체내에 영양을 저장해놓았다가 먹을거리가 별로 없을 때 체내 영양을 소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진화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동물 대부분, 심지어 식물은 지금도 이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이 오래된 질서를 깨뜨리는 인간에게 ‘대사증후군’이라는 무서운 병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고혈압, 고지혈증, 복부 비만은 쉼 없이 에너지를 공급해주길 원하는 지방 조직과 시상하부의 요구에 굴복해 생긴 증상이다.

“생활방식을 변화시켜서 자손에게까지 이어지는 생화학적 선로를 준비하라. 그럼으로써 자신의 미래는 물론 자녀와 손자에게도 눈에 띄지 않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들을 계속하여 도울 수 있다. 우리의 환경과 행동은 후성유전체를 통해 앞으로 몇십 년간을 좌우하며, 우리 자신과 자손의 신체 및 정신에 일어날 일을 미리 결정한다.”

후성유전학은 건강한 삶의 방식이 우리 신체와 정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설명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행동이 미치는 부정적 결과가 두뇌와 신진대사 세포에까지 새겨진다는 점을 알려준다. 저자가 이것을 ‘제2의 암호 스위치’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생명과 미래를 위해 당신은 어떤 스위치를 켜고 있는가.



주간동아 2013.09.02 903호 (p72~72)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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