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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행복한 채식 03

“한 달만 채식해보면 몸이 춤추는 것 알 수 있어”

인터뷰 | 채식하는 전문의 이의철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한 달만 채식해보면 몸이 춤추는 것 알 수 있어”

“한 달만 채식해보면 몸이 춤추는 것 알 수 있어”
세계채식인연합(IVU)은 채식을 ‘육지에 있는 두 발과 네 발 달린 동물을 먹지 않은 것은 물론, 바다나 강에 사는 어류도 먹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채식 종류는 유제품과 달걀은 먹되 고기는 먹지 않는 경우, 달걀과 고기는 먹지 않되 유제품만 먹는 경우 등 다양하다. 세계적인 채식 열풍과 함께 국내에서도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모인 베지닥터(Vege Doctor) 모임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11년 5월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한 베지닥터의 사무국장이자 대전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과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이의철(36) 박사를 만나 건강하게 채식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단백질 부족? 밥만 먹어도 충분

▼ 의사나 영양사 등 많은 전문가가 건강을 위해 음식을 골고루 먹고 편식하지 말라고 한다. 왜 채식을 권장하나.

“최근 20~30년간 음식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동물성 식품이 더는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히려 동물성 식품을 과거 성인병이라 부르던 생활습관병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과거 채식에 동조하지 않던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나 영양사협회도 채식을 권장한다.”

▼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서는 동물성 식품도 필요한 것 아닌가.



“동물성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 성장 관련 호르몬인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IGF-1 농도가 올라갈수록 모든 종류의 암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결론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암뿐 아니라 골다공증, 요로결석, 통풍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장내 세균 균형도 무너져 자가면역질환 발생 위험도 커지게 된다. 지방 축적이 촉진돼 비만 위험도 있다. IGF-1 농도를 올리는 대표적인 음식이 우유로, 우유뿐 아니라 동물성 단백질은 많이 먹어서 좋을 게 없다.”

▼ 베지닥터에서 권장하는 채식은 뭔가.

“‘Whole Foods Plant-Based Diets’다. 흔히 사용하는 비건(vegan)이나 베지테리언(vegetarian)이라는 말에는 종교적 또는 철학적 함의가 담겼다. 반면 ‘Whole Foods Plant-Based Diets’는 말 그대로 가공 안 된, 있는 그대로의 자연식품을 먹는 행위를 말한다. 현미밥을 기본으로 잎채소와 나물, 견과류를 많이 먹고 육류와 유제품, 가공식품은 배제한다. 현미는 백미에 비해 식이섬유가 9배 많은 데다 불필요한 콜레스테롤과 당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칼륨은 백미의 4배, 마그네슘은 12배가 들어 있어 영양 측면에서도 훨씬 좋다. 생채소는 식이섬유뿐 아니라 항산화성분, 비타민 등을 섭취하기에 아주 좋으며, 견과류는 지방 섭취에 유익하다.”

▼ 채식하면 단백질이 부족해지지 않나. ‘고기를 못 먹어서 허기진다’며 채식을 포기하는 사람도 봤다.

“세포가 활동하려면 단백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생물에는 단백질이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 현미밥 열량의 8%가 단백질에서 나온다. 현미밥으로 하루 세끼만 먹어도 단백질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또 잎채소 열량의 50%가 단백질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은 열량 대비 5~10%면 충분하다. 10%가 넘어가면 성장호르몬 등의 분비가 촉진돼 정상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식물성 단백질에는 항산화성분이나 미네랄이 충분하므로 식물성 식품 중심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우리 몸에 훨씬 안전하다.”

▼ 채식하면서 신경 써야 할 게 있다면 뭔가.

“현미밥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게 중요하다. 한 숟가락 입에 넣어 천천히 씹은 뒤 알갱이가 다 없어졌다고 생각될 때 반찬을 입에 넣고 좀 더 씹다가 삼키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보통 한 끼 식사를 하는 데 15~20분 걸리는데, 그 정도면 배가 찬다. 천천히 씹어 먹으면 본인의 양만큼 먹게 되고 포만감도 오래가서 과식하지 않게 된다. 또 굽거나 튀기기보다 삶거나 찌는 조리 방식을 사용하는 게 좋다.”

이 박사는 2년 반 동안 채식을 이어오고 있다. 채식에 대한 관심은 직업적 고민에서 시작됐다.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한 그는 병원과 연계한 기업체를 찾아 건강검진과 진료를 하고 약을 처방한다. 그는 “사업장을 다니면서 생활습관병 환자를 많이 만났다. 혈압이 높거나 당 수치가 높으면 열심히 약을 썼다. 그런데 약을 끊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환자들에게 평생 약을 먹게 하는 것이 의사로서 할 일인가’ 하는 회의와 고민이 밀려왔다”고 했다. 그러던 중 채식이 좋다는 얘기를 접하고 관련 논문과 서적을 뒤져 공부한 뒤 직접 시험에 나섰다.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

“한 달만 채식해보면 몸이 춤추는 것 알 수 있어”

베지닥터가 권장하는 채식 상차림(위)과 ‘희망건강실천단’의 채식 식사 모습.

▼ 채식을 경험해보니까 실제로 효과가 있었나.

“채식을 시작하고 2~3일 지나니까 먼저 피로감이 없어졌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늘면서 하루 2번 화장실을 갔고, 갈 때마다 시원하게 변을 봤다. 자잘한 피지가 몇 년씩 팔뚝에 박혀 있어 왜 안 없어지나 고민했는데, 채식을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문득 보니 말끔히 사라졌다. 얼굴에 나던 뾰루지도 없어졌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에는 먹는 걸 바꾼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겠나 싶었는데, 스스로 체험해보니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사업장 환자들에게 약을 권할 게 아니라 먹는 것을 바꿈으로써 그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게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성인병을 앓는 중·장년층이 많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에 채식이 효과적인가.

“채식 위주의 식단은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저열량 식단으로 심장질환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당뇨, 동맥경화 같은 현대 질환은 대부분 염증성질환인데, 우리 몸에 있는 여러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도 채식이 효과적이다.”

이 박사는 3월 대전역 주변 쪽방 거주자와 노숙자 13명을 대상으로 ‘희망건강실천단’을 조직해 5주간 채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중도에 5명이 탈락했지만 끝까지 참여한 8명의 건강상태는 혈당과 혈압 부분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재원과 인력 부족 등으로 이 프로그램을 1회밖에 진행하지 못한 이 박사는 “무료 급식소나 진료소에 투자하는 정부 자원을 먹는 것에 집중해 채식으로 돌리면 효과가 훨씬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 박사는 5주 채식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했던 대전역 앞 무료 진료소 원용철 목사와 채식식당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마을기업 형식으로 카페를 열어 채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베지닥터 회원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채식과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다. 현대인은 대부분 특정 자세로 장시간 일하기 때문에 몸의 균형이 깨져 허리나 목 디스크 같은 질환을 호소한다. 채식과 더불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3.08.05 899호 (p32~33)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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