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7

2013.07.22

물가의 꽃방망이 ‘붉은 유혹’

부처꽃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7-22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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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의 꽃방망이 ‘붉은 유혹’
    비가 참 오래오래 많이도 옵니다. 물은 더없이 요긴하고 소중한 존재이지요. 생명체에게는 생멸을 결정짓는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물은 무섭기도 합니다. 물가에서 자라는 나무나 풀은 큰물이 나면 땅을 부여잡은 채 쓸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이즈음 물 많은 물가에서도 그다지 강인할 것 같지 않은 줄기로 버티며 의연하게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부처꽃입니다. 이 대단한 빗줄기도 그 또한 지나가고, 잦아들겠지요. 그때가 되면 온통 붉은색으로 핀 꽃이 어느 물가에서나 더욱 아름답게 일렁이며 한여름 내내 이 무더운 계절을 시원하게 풍미할 것입니다.

    부처꽃은 북으로는 백두산 1000m 이상 초지에서부터 남으로는 제주 초원에 이르기까지 전 국토의 물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쉽게는 북한강 혹은 남한강을 따라가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지요. 물을 아주 좋아해 물가에서만 사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한두 포기 있으면 그저 그렇다가도 여러 포기가 모여 있으면 금세 화려한 꽃무리로 변신을 하지요.

    꽃색도 진분홍빛이어서 여간 인상적인 게 아닙니다. 1m 정도 높이까지 자라는데 곧게 올라가는 네모진 줄기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져 나오고, 갈라진 줄기 끝마다 진한 분홍빛 작은 꽃이 층층이 모여 달립니다. 꽃이 핀 모습을 멀리서 보면 붉은 꽃방망이처럼 느껴집니다. 꽃잎 여섯 갈래 가운데 수술 부분은 노란색이어서 하나하나 꽃 모양이 더욱 귀엽지요.

    왜 부처꽃이란 이름이 붙었을까요. 워낙 특별한 이름이어서 반드시 그 이유가 있을 터인데, 확인된 문헌 속에서는 아직까지 그 이유가 알려진 바 없어 궁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학명 중 속명 라이스럼(Lythrum)은 ‘피(血)’라는 뜻의 그리스어 라이트론(lytron)에서 유래한 것으로, 꽃이 붉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 강렬한 꽃빛깔 때문인지 꽃말도 ‘호수’와 ‘정열’입니다.

    이 꽃의 가장 큰 용도는 뭐니 뭐니 해도 관상용입니다. 빼어나게 아름다우면서 물가에 심을 수 있는 소재가 흔치 않은 실정에서 본다면 부처꽃의 존재는 단연 반갑지요. 특히 꽃피는 기간이 길고 재배가 손쉽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물가 식물에 일반인의 눈길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입니다. 부처꽃에 대한 관심도 공원이나 일반 가정에서 연못을 만드는 일이 늘면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물가에 꽃을 심어두고 보려는 이가 늘어난 게 결정적 이유가 됐습니다. 요즘 일어나는 생태공원 만들기와 하천 복원도 일조를 했지요. 물가를 식물이 살고 물고기도 쉬는 공간으로 되돌리는 일을 하면서 부처꽃이 새삼 대접받게 된 거지요. 아름답기도 하면서 이러저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식물이 별로 없으니까요.



    한방에서는 털부처꽃과 함께 천굴채라고 해서 늦여름에 채취한 전초를 볕에 말려뒀다가 이용하는데 방광염, 종독(腫毒), 이뇨장애, 수종(水腫) 등에 처방합니다. 특히 사카린과 타닌을 함유해 지사제로 많이 쓰며, 이질이나 자궁 출혈에도 처방한답니다. 혹 올여름 물가로 휴가일정을 잡았다면 꼭 한 번 이 붉고 아름다운 꽃을 기억해뒀다가 찾아보길 바랍니다. 색다른 기쁨을 줄 것이 틀림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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