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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 송화선의 Art and the City

빛과 어둠…산산조각…깊은 여운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 전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빛과 어둠…산산조각…깊은 여운

빛과 어둠…산산조각…깊은 여운

1 명이지가 Sound of Chiaroscuro(明夷之歌), 2009, Single channel video, 4min 35sec.
2, 3 브로큰 미러 Broken Mirror, 2011, 117×80.5×8.5, 42inch monitor, mac mini, mirror, stereo speakers.

마지막으로 경탄한 적이 언제였나.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갤러리 앞에서 잠시 생각했다. 뻔한 일상에서 ‘놀랄 만큼 감탄할 만한 대상’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윤재갑 큐레이터는 행운아다.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작가를 여섯 명이나 만나 그들의 작품만으로 전시장을 채웠으니 말이다.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은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던 윤씨가 기획한 전시다. 이용백, 이석, 허수영 등 한국 작가 세 명과 니요우위, 진양핑, 치우안시옹 등 중국 작가 세 명이 참여했다. 윤씨는 이들을 “진정성과 속물성이 공존하는 미술계에서 드물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경탄의 순간을 느끼게 해준 작가들”이라고 소개한다.

특히 치우안시옹은 묵직한 진정성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그의 영상작품 ‘명이지가(明夷之歌)’는 4분 35초 동안 오직 초 한 자루만을 보여준다. 칠흑 같은 어둠을 홀로 밝히는 빛. 처음엔 찬란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초는 녹아들고 차츰 허물어져간다. 다 타버린 심지 끝에서 파르르 떨리던 불꽃이 꺼지는 순간, 스크린은 어둠에 뒤덮이고 작품도 끝난다.

‘명이’는 주역 64괘 중 36번째 괘를 가리킨다. ‘밝은 빛이 땅속에 들어가는 형상(明入地中)’으로, 난세에 현자가 몸을 숙이고 때를 기다린다는 고사를 담고 있다. 과연 어둠은 세상을 뒤덮고, 최후의 빛마저 사라졌다. 그 아득함 속에서 또 하나의 초가 불을 밝히고 작품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어두운 침묵은 갤러리 공기를 무겁게 짓누른다.

오직 빛과 어둠만으로 깊은 울림을 전하는 치우안시옹의 작업은 먹의 농담만으로 삼라만상을 표현하는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동양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은 미국 뉴욕현대박물관, 일본 도쿄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였던 이용백의 미디어 작품 ‘브로큰 미러(Broken Mirror)’도 눈길을 끈다. 검은 방에 설치된 거울 앞에 서면 어디선가 갑자기 총알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고 굉음과 함께 거울이 깨져버린다. 그 안에 담긴 자신의 모습도 산산조각난다. 잠시 후 거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전함을 되찾지만, 시각적으로나마 몸이 찢기던 생경한 느낌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7월 28일까지, 문의 02-720-1524.



주간동아 2013.07.15 896호 (p72~72)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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