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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롯기’, 가을야구 초대장 받을까

LG 선두권 넘보는 상승세, 롯데 저력 발휘, KIA 선두권 재도약 노려

  •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엘롯기’, 가을야구 초대장 받을까

2013년 한국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막내 구단’ NC의 가세로 사상 첫 9개 구단 체제로 운영한 올 시즌은 4월까지 한화, NC의 ‘2약 구도’ 속에 맥 빠진 순위 싸움이 이어졌지만 5월 초순 선두권을 달리던 KIA의 추락을 기점으로 엎치락뒤치락 순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여전히 NC와 한화가 하위권을 형성하고 수년간 가을잔치 단골 멤버였던 SK가 뒤로 처진 가운데, 나머지 6개 팀의 불꽃 튀는 순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과정에서 최근 야구팬들의 관심사로 부상한 것이 ‘엘롯기’(LG, 롯데, KIA)의 사상 첫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다.

‘엘롯기’라는 인터넷 신조어가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유난히 열성팬이 많기로 소문난 세 팀은 21세기 들어 나란히 암흑기를 겪었고, 온라인상에서 팬들끼리 서로 위로하다 암묵적으로 ‘엘롯기 동맹’을 맺었다. 이 말에는 세 팀 팬들이 느끼는 동병상련이 담겼다.

LG 팬들 “유광점퍼를 입고 싶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 우승을 내준 뒤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가을잔치 구경꾼에 머물렀다. KIA는 그나마 형편이 나았다. 2002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06년에도 준플레이오프에 나갔다. 하지만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에 진출조차 못 했다. ‘해태 왕조’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았다. 또 세 팀은 2000년대 들어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꼴찌를 했다. 롯데가 2001년부터 4년 연속 최하위였고, 2005년 KIA, 2006년 LG, 2007년 KIA, 2008년 LG가 꼴찌였다.

더욱이 이제까지 MBC(LG), 해태(KIA) 등 전신팀을 포함해 이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동반 진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올해는 여느 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사상 첫 ‘엘롯기’ 가을잔치 동반 진출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LG 순위는 ‘6-6-6-8-5-8-7-6-6-7’이었다. 이미 8년 연속 실패해 단일팀 최장 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란 불명예 신기록을 세운 LG는 결국 두 자릿수 연속 실패란 또 다른 오욕의 역사 주인공이 됐다.

‘엘롯기’, 가을야구 초대장 받을까
‘엘롯기 동맹’의 선봉장이듯, 세 팀 가운데 지난 10년간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낸 팀이 바로 LG다. 최근 수년간 매 시즌 초반 반짝하다 중반 이후 고꾸라져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령탑 2년째를 맡는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LG는 5월 초 신생팀 NC에 3연패를 당한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년 뒷심이 부족하던 LG 성향을 고려하면 “올해도 힘들어 보인다”는 평가가 대두됐다. 그러나 LG는 거짓말처럼 다시 일어섰다. 5월 21일 대구 삼성전 이후 8연속 위닝시리즈를 내달리며 완벽하게 살아났다. 그리고 6월 들어 16일까지 13게임에서 11승2패를 거두는 등 월간 승률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린다. 한때 7위까지 곤두박질쳤던 순위는 어느새 선두권을 넘볼 정도의 위치로 격상됐다. ‘예비 전력’으로만 여겼던 ‘돌아온 메이저리거’ 류제국의 분전과 40세 ‘노장’ 이병규의 투혼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

LG의 상승세는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LG 팬들은 “유광점퍼를 입고 싶다”는 말로 가을잔치에 대한 염원을 표현한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입는 두꺼운 ‘유광점퍼’를 입고 스탠드에서 LG를 응원하고 싶다는 말. 그동안 수년째 옷장 속에 잠자던 LG 팬들의 유광점퍼가 올가을에는 빛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KIA 막강한 티켓파워 자랑

‘엘롯기’, 가을야구 초대장 받을까
1984, 92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롯데는 NC와 2008년 창단한 넥센을 제외한 7개 팀 가운데 한국시리즈 우승 기억이 가장 오래된 팀이다. 더욱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순위 ‘8-8-8-8-5-7-7’을 기록할 정도로 LG 못지않은 암흑기를 거쳤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롯데는 최근 5년 연속 가을잔치에 오르며 과거의 아픔을 씻어내는 듯했다. 롯데 팬들은 한동안 “가을에 야구하고 싶다”는 말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염원했지만, 이제 더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5년 연속 가을잔치에 참가하면서 팬들 눈높이가 높아졌다. 이제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뿐. 그러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대호(일본 오릭스), 홍성흔(두산), 김주찬(KIA) 등 간판선수들이 잇달아 팀을 떠나면서 팬심이 적잖이 이탈한 상태다.

롯데는 올 개막 이전부터 전문가들의 ‘4강 예상’에서 빠질 정도로 허약한 팀 전력을 갖고 있었다. 7승1무11패로 4월 월간 성적 7위를 기록하며 부진하던 롯데는 그러나 5월 들어 13승1무9패(3위)로 상승 곡선을 그렸고, 6월 들어 16일까지 8승5패로 LG에 이어 월간 팀순위 2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 5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저력이 힘을 발휘하는 분위기다. ‘2년 차 용병’ 유먼과 5년 만에 한국 무대를 다시 밟은 옥스스프링 두 용병의 원투 펀치가 마운드를 이끌고, 손아섭을 중심으로 한 타선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해태 시절을 포함해 ‘V10’을 완성한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꼽은 우승후보 1순위였다. 올 시즌이 끝난 후 윤석민과 이용규 등 투타 핵심이 모두 FA 자격을 얻는 터라 팀 내부에서도 “올해가 우승 적기다. 내년엔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시즌 초 단독 1위를 질주하던 KIA는 5월 중순 이후 ‘트레이드 저주’라는 말을 들으며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6월 들어 연승 행진을 벌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제는 호시탐탐 선두권 재도약을 노린다. LG, 롯데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KIA는 홈인 광주에서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연일 만원 관중을 동원하는 등 막강한 티켓파워도 자랑한다.

에이스 윤석민이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닌 게 마음에 걸리지만 풍부한 마운드와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KIA는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노리는 삼성의 강력한 대항마다. FA로 입단한 김주찬이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SK와의 트레이드로 새로 합류한 송은범과 신승현은 불펜의 믿을 구석이 되고 있다. ‘엘롯기’ 가운데 앞으로 전망이 가장 밝다고 볼 수 있다. 4강이 아니라 우승을 노린다는 점에서 롯데와 공통점을 갖지만, 현실적인 목표 달성 가능성은 KIA가 롯데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다.

‘엘롯기’, 가을야구 초대장 받을까




주간동아 893호 (p56~57)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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