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2

2013.06.17

전기 먹는 하마 ‘에어컨’ 다시 보자!

올여름 전력 수급 아슬아슬… 설정온도 1℃ 올리면 에너지 7% 절약

  • 차정환 에너지시민연대 정책국장 ppp08@naver.com

    입력2013-06-17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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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은 예년보다 더위가 일찍 찾아왔고, 비가 많이 내리면서 기온도 평년보다 높을 것이란 소식이다. 무더위 해결책으로 에어컨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지구온난화를 심화해 더 더운 여름을 불러오니 그다지 지속가능한 여름나기 방법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벌어지는 전력수급 위기만 봐도 여름철 전력소비의 23%를 차지하는 냉방부하를 줄여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몇 년째 전력 부족 경고를 듣고 살다 보니 익숙해진 측면도 있지만, 최근 전력난은 정말 심각한 지경이다. 전기는 그 특성상 만드는 양보다 쓰는 양이 조금만 많아져도 전체 시스템이 멈춰버린다. 이런 상황을 블랙아웃(Black-Out·광역정전)이라고 하는데,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데도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전력망이 하나의 덩어리로 묶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엄청난 재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큰일이므로 갑자기 전력 사용량이 늘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여분의 전기를 만들어두는데, 이를 예비력이라고 한다. 전력 부족으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른 지난해 전력 공급능력은 최대사용량 예상치와 똑같았고, 예비력이 0이 되게 둘 수는 없으니 사용량을 줄여 예비력을 유지하느라 국민과 정부 모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이런 노력 중엔 조업을 중단시킨 기업에 지불한 4000억 원도 포함됐다).

    시스템 정지 ‘블랙아웃’ 우려

    이번 여름은 전력 최대사용량 예상치가 공급능력보다 200만kW 정도나 많은 상황이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 전력난이 이슈가 된 배경엔 이런 사정이 있다. 그렇다고 무더위를 온몸으로 참자고만 할 수는 없는 일! 냉방하더라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할까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다소 번거롭겠지만 지구를 위한 실천과 올여름 전력난 극복에 동참한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 약간의 경제적 효과도 덤으로 챙길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여름철 전력소비의 주범은 단연 에어컨이다. 전체 부하의 4분의 1 정도를 냉방으로 사용하는데, 그중 대부분을 에어컨이 차지한다. 통상 전기사용량을 용도별로 구분하면 산업용이 제일 많고, 그다음이 일반용이다. 가정용은 가장 적어서 15% 정도다. 여름철 냉방엔 일반용이 43%로 가장 많고 산업용 31%, 가정용 24% 순으로 전기를 쓴다. 냉방 목적으로는 우리가 이용하는 사무실을 비롯해 상가, 식당 같은 건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쓴다. 따라서 전력 피크 분산을 위해 업무용 빌딩과 상업시설의 에너지 절약이 가장 중요하다.

    에어컨 설정온도를 1℃ 올리면 에너지 7%가 절약되는 만큼 전력소비를 줄이려면 적정온도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에어컨에 부착된 온도계를 믿지 말고 실내에 별도의 온도계를 걸어두면 적정온도를 26℃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관리를 위해서도 적정온도를 꼭 지키는 게 좋다. 외부 기온과 5℃ 이상 차이 나는 실내에서 생활하거나 장시간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에 있으면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직장인 3명 가운데 1명이 냉방병 증상을 보인다는 조사결과도 있으니, 실내외 온도차가 과하다고 느껴지면 에어컨 가동을 잠시 중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앙냉방인 경우라면 동료를 위해서라도 냉방온도를 올려줄 것을 요청하기 바란다.

    공공기관의 경우 적정온도를 28℃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근무하는 이들이 심심찮게 불만을 토로하는데, 과잉냉방보다 약간 더운 쪽이 여름철 건강관리에 훨씬 유리하다고 하면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적정온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가동시간이다. 실내온도가 26℃ 정도로 내려가면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만 켜두는 식으로 에어컨 가동시간을 줄이는 게 효과적인데, 이 경우 실내 냉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출입문을 열어두고 냉방하는 경우 에너지가 3배 이상 들어간다). 창문을 잘 닫는다고 해도 유리로 열이 많이 통과하므로 차양이나 블라인드로 햇빛을 차단한다면 외부 열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능하면 실내에 블라인드를 치는 것보다 외부에 차양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유리 전면에 차광효과가 있는 필름을 붙이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낸다.

    에어컨을 가동할 때 선풍기를 같이 쓰면 실내온도가 빨리 낮아지므로 에어컨만 단독으로 쓸 때보다 20% 이상 에너지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다. 에어컨 실외기와 실내기 주변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는데, 실외기 앞뒤로 장애물이 있는지 확인한다. 실내기의 경우 필터 청소만으로도 에너지를 3~5% 절약할 수 있다.

    선풍기와 같이 쓰면 20% 에너지 절약

    전기 먹는 하마 ‘에어컨’ 다시 보자!

    6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전광판이 전력수급경보 첫 단계인 ‘준비’를 가리키고 있다.

    실내에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것도 에어컨의 중요한 기능이다. 실내에서 발생하는 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조명인데, 백열등이나 할로겐램프처럼 발열이 많은 조명은 물론이고 형광등이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생각보다 열을 많이 낸다. 불필요한 조명은 당연히 꺼야 하고 큰 불편이 없다면 여름철 한두 달은 실내조명 개수를 반으로 줄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다. 대형 건물의 경우 형광등 조명을 반만 줄여도 상당한 양의 냉방부하를 줄일 수 있고,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실내를 약간 어둡게 유지하면 똑같이 냉방하더라도 더 시원한 느낌이 든다. 쓰지 않는 모니터를 비롯한 전기제품을 꺼두는 것도 같은 이유로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 가정에서 에어컨과 관련한 가장 큰 고민은 전기요금일 것이다. 일반용이나 산업용과 달리 가정용은 전기요금 누진제가 적용되므로 일정 수준의 사용량을 넘어서면 큰 폭으로 요금이 오른다. 이 때문에 에어컨을 사용하는 두세 달은 전기사용량이 지나치게 늘지 않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구간은 100kWh 단위로 나뉘는데, 이 구간을 넘지 않게 적당히 조절하면 에어컨을 쓰더라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 전기사용량이 330kWh인 경우 전기요금 5만5000원을 내게 되는데, 에어컨을 켜면서 100kWh를 더 썼다면 전기사용량 430kWh에 전기요금은 9만4000원으로 4만 원 가까이 더 내야 한다.

    이럴 땐 다른 전기제품 사용을 조금 줄여보자. 여름철에 별로 하는 일이 없으면서도 전기 15kWh를 쓰는 비데 플러그를 뽑고, 리모컨으로는 꺼지지 않아 한 달에 전기 10kWh를 축내는 TV 셋톱박스 플러그를 뽑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물을 끓였다 냉수를 만들었다 하면서 한 달에 전기 50kWh를 쓰는 냉온정수기 플러그를 하루 3시간만 빼두면 전기사용량이 30kWh 줄어 400kWh가 되고, 전기요금은 7만6000원으로 줄어든다.

    30kWh는 어지간한 가정의 대기전력만 차단해도 손쉽게 아낄 수 있는 양으로, 이것만 챙겨도 한 달에 100kWh 정도를 에어컨 가동에 쓰고 요금 2만 원만 추가 지불하면 된다. 심하게 더위를 타서 냉방에 200kWh를 쓴다면 30kWh의 가치는 더 커진다. 530kWh를 사용하면 전기요금 15만7000원을 내야 하는데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30kWh를 절약하면 전기요금은 12만7000원이 돼 3만 원을 덜 내게 된다. 에어컨을 쓰되 한 푼도 내고 싶지 않은 경우라면 여름 두 달 동안만 냉온정수기 플러그를 뽑고, 전기밥솥 대신 가스로 밥을 지으며, 비데 플러그를 뽑고, 집 안 대기전력을 모조리 차단해보길 권한다. 적게 잡아도 100kWh 이상의 전기를 에어컨에 쓰고도 전달과 똑같은 전기요금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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