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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의 우리금융 민영화 셈법

친화력 짱! 안팎서 호평… 몸집 불려 합병 주도권 잡기 시작?

  • 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이순우의 우리금융 민영화 셈법

이순우의 우리금융 민영화 셈법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5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우리카드 본사 대강당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대마진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시중 은행들이 선택한 방법은 지점 수 축소였다. 스마트 뱅킹과 인터넷 뱅킹 활성화 등으로 굳이 많은 지점을 운영하지 않아도 고객 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은행만은 지점 수를 계속 늘려 금융권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은행은 특히 지난해 공격적인 지점 확장 전략을 펼쳐 지점 수 1000곳 돌파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경쟁 은행들은 “너무 무모한 것 아니냐”고 힐난하면서도 한편으론 자행 고객들의 이탈 움직임에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그동안 인구가 적고 경제력이 약하다고 판단해 진출하지 않았던 지방 중소도시에서 다른 은행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적어도 시 단위에는 우리은행 지점이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점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민영화에 대비한 자구책 성격도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금융지주를 민영화할 경우 대규모 조직 개편이 불가피한데, 그 상황을 염두에 두고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단 몸집을 키워놔야 구조조정을 해도 실제로 받는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되면서 금융권 화두는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식과 이후 조직 개편 방향이다. 금융당국이 이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낙점한 이유는 그가 조직 개편과 관련한 내부 직원의 저항을 줄이고 노동조합(노조)과의 관계를 유연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우리금융 내부 이해 풀기 적임자”



이 내정자의 친화력과 관련해선 여러 에피소드가 있다. 그중 2011년 9월 우리미소금융재단 경기 용인시지점 개점식에서 있었던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행장은 개점식을 마친 뒤 5일장이 열린 용인중앙시장을 찾았다. 미소금융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시장을 둘러본 이 내정자는 우리은행 직원들을 데리고 시장 안에 있는 순댓국집으로 들어갔다. 고생했으니 밥이라도 사겠다는 뜻이었다.

순댓국집에 한꺼번에 여러 명이 몰려드니 자리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이 행장이 나섰다. 그는 “제가 오늘 골든벨을 울리려 한다”며 “우리은행의 미소금융사업을 잘 봐주십사 하는 차원에서 이 자리에 계신 모든 손님에게 밥을 사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양해를 구한 뒤 좌중에게 미소금융 개념과 우리은행이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식당 안에 있던 손님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이 장면을 지켜본 우리은행 관계자는 “순댓국집에서 밥을 사봐야 돈이 얼마나 나왔겠느냐”며 “하지만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이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었고 우리은행 처지에선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의 이런 스타일은 은행 내부에서도 그대로다. 임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린다. 신입 행원들과의 식사자리도 자주 마련한다. 금융노조위원장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용득 민주당 최고위원이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을 할 때도 각별하게 신뢰를 쌓았다. 한 시중 은행장은 “이용득 최고위원이 금융노조위원장 시절엔 정말 각 은행장도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며 “그럼에도 이 내정자는 이 위원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히려 노조의 지지를 받으며 부행장과 행장직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이 같은 이 내정자의 친화력이 직원 2만여 명이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으로 양분되고 인사철마다 정치권 로비와 인사청탁설 등이 난무하는 우리은행 조직을 추스르고 결속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이 내정자에 대해 대단한 인내심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어떤 이는 ‘인동초(忍冬草)’에 비유하기도 한다. 과거 박해춘, 이종휘 행장 시절 4년간 수석부행장을 지내면서 싫은 내색 한 번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특히 박 행장 시절 이 내정자는 수석부행장이면서도 업무분장과 급여 수준이 다른 부행장과 다를 바 없었다. 당시 곁에서 그를 지켜본 금융권 관계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법한데 한 번도 불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우리은행 임원은 “결국 더 높은 자리에 올라 더 큰 임무를 맡겠다는 야심으로 버틴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은행 내부에서 수석부행장은 2인자다. 상당한 권한을 갖는 동시에 늘 1인자로부터 견제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임원은 “이 내정자는 조직 내부에서 자신이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며 “절제력이 강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순우의 우리금융 민영화 셈법

5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간담회를 개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연 한국자산관리공사 부사장,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신충식 NH농협은행장, 서종대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야심 있는 인물이다” 논란도

그가 회장 내정자가 된 직후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실제 그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지만, 민영화를 완료하면 임기에 관계없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자는 “지금 당장 임기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 당국과 척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주변 환경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만큼 우리금융 민영화 이후 그가 정말 물러나야 할 상황이 될지는 지켜봐야 하고, 이 내정자 스스로도 그런 점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좋은 친화력은 반대로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목적을 가지고 관계에 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그가 회장 내정자가 된 것은 현 정권의 실세 정치인 덕분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 내정자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현 회장과 임기 내내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다. 이 내정자는 우리금융지주가 2011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추진할 때 이 회장과 각을 세웠다. 매트릭스는 각 계열사의 공통된 사업 부문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수평적 조직 체제를 의미한다. 매트릭스 체제는 행장이 전권을 행사하는 수직적 조직과 달리, 사업 부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은행장 권한이 줄어드는 만큼 그룹 회장 쪽에 그 권한이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내정자로선 달가울 리 없었다.

지난해 5월에는 우리금융이 금융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일제 감사를 실시해 갈등을 빚었다. 우리은행은 임직원 30여 명이 문책과 관련된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또 다른 임원은 ”이 내정자가 다행히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게 돼 과거 같은 갈등양상은 나타나지 않겠지만, 이른바 ‘이팔성 라인’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심사”라며 “원만한 화합형 인사를 할 개연성이 높지만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3.06.03 890호 (p18~19)

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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