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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메가뱅크

메가뱅크 탄생 임박했나

우리+KB ‘투 뱅크’ 거쳐 ‘원 뱅크’로 통합 가능성…자금 부담 적은 주식 맞교환 방식 민영화 유력

  • 홍수용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

메가뱅크 탄생 임박했나

메가뱅크 탄생 임박했나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지주(왼쪽)와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KB금융지주 본사 건물.

“처음에는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이 ‘묵묵히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되면서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적합하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속도를 내는 정책에 무게를 두면서 현직인 이순우 우리은행장을 차기 회장에 내정한 것 같습니다.”

머리만 합치는 ‘투 뱅크’ 체제가 대안

금융권 한 관계자는 4~5월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을 뽑을 때 ‘우리금융 민영화를 빨리 추진하려면 누가 적당한가’를 핵심 항목으로 두고 각 후보자를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 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한 뒤 회장과 행장을 겸하게 하면 행장을 따로 뽑을 필요가 없어 2개월가량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대목이 장점으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전에 없이 강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우리금융과 KB금융을 합치는 초대형은행론(메가뱅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가설은 머리에 해당하는 지주사를 먼저 합치되, 몸통격인 은행은 당분간 독자적으로 운영하다가 나중에 합치는 ‘시간차 메가뱅크론’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장한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을 완전 합병하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강 전 장관의 급진적 메가뱅크론이 등장한 지 5년 만에 궤도를 수정한 메가뱅크 탄생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5월 25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현안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 당초 ‘끝장 토론’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실제 결론 난 것은 없다.



“우리금융에서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계열사를 먼저 팔고 우리금융 본체를 파는 분리매각은 과거 심도 있게 논의한 적 없는 방식이어서 이번 토론 때 상당 시간을 여기에 할애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어요. 민영화 플랜은 6월 말이나 돼야 나올 것 같습니다.”(손병두 공자위 사무국장)

시차 두고 매각과 합병 추진할 듯

메가뱅크 탄생 임박했나
정부 당국자의 이런 부인에도 금융계에선 이미 시차를 두고 매각과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첫 번째 단계는 우리금융 계열 지방은행인 경남, 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는 것이다. 우리금융 지분 57%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주체가 돼 각 계열사 지분 57%를 인수자에게 파는 방식이나, 각 계열사 지분 100%를 보유한 우리금융이 매각 주체로 나서 각 계열사를 통째로 파는 방식을 고려한다. 57%만 파는 전자 방식을 채택하면 인수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 여러 인수자 사이에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녀 채택될 공산이 크다.

다음은 민영화의 핵심인 우리금융지주사와 우리은행을 파는 단계다. 머리(지주사)와 몸통(은행)을 한꺼번에 사려면 인수 주체가 9조 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만한 자금력이 있는 토종자본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면 자금 부담을 덜어 민영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때 KB금융이 맞교환 파트너가 될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을 합치는 완전 합병을 하면 외국인 주주가 반발할 수 있는 데다 중복되는 점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노조)이 크게 반발할 수 있다.

따라서 머리만 합치고 몸통은 그대로 두는 ‘투 뱅크’ 체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에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따로 떼어 독자 경영한 것과 같은 구조다.

투 뱅크 체제를 거치더라도 몇 년 뒤 한 은행으로 합쳐 궁극적으로는 원래 의미의 메가뱅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주주와 노조의 반발을 감안해 머리만 합치고 몸통은 그대로 두는 과도기적 형태를 일정 기간 인정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를 하려면 완전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옛 상업은행, 한일은행 등에 공적자금 12조8000억 원을 투입해 우리금융 대주주가 됐다. 이후 공적자금을 회수하려고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음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금융위원장들은 ‘반드시, 꼭’ 등의 수식어를 동원하며 민영화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정부가 회수한 공적자금은 5조6000억 원에 불과하고 경영권은 여전히 정부가 보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우리금융 계열사 요직에 공무원들을 내려 보내는 달콤한 맛을 떨쳐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일부 고위공무원이 임기를 늘리려는 수단으로 1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민영화를 추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금융인도 있다.

이순우 내정자 ‘키맨’ 구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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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위원장이 4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명시된 민영화 원칙 가운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조항이 메가뱅크 출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우리금융 주가가 떨어진 상태라면 헐값 매각 논란이 일어 민영화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가가 오를 때는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주가 하락기에는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까 걱정돼 매각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적자금은 부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려고 투입한 위기관리 비용이라고 봐야 한다”며 “그런 목적을 이룬 만큼 원금 회수에 집착해 민영화를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금융권에 회자되는 메가뱅크론을 어떻게 생각할까. 5월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내정자는 이와 관련해 “합병이 민영화 방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합병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민영화 태스크포스(TF)에서 연구하는 방안과 관련해 “들은 바 없지만 우리금융의 가치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인수합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도 했다.

원론적 발언일 수 있지만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우리금융 내부 조직원들이 이 내정자에게 큰 기대를 거는 만큼 그가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만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우리금융 자체적으로 다양한 민영화 플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우리금융 내부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만큼 메가뱅크 탄생 과정에서 키맨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3.06.03 890호 (p14~16)

홍수용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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