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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 김유림의 올 댓 아트홀

오늘 문득 김광석이 보고 싶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오늘 문득 김광석이 보고 싶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가인(歌人) 김광석. 그가 떠난 지 17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의 목소리에 위로받는다. 그의 청명하면서도 깊은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 열린다. 바로 3월 15일부터 두 달간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다.

한 가수가 부른 노래로만 만들어진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한다. 팝그룹 아바 곡으로 채운 세계적 뮤지컬 ‘맘마미아’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광화문연가’(작곡가 이영훈), ‘어디만큼 왔니’(양희은), ‘스트릿 라이프’(DJ DOC) 등 다양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선보였다. 그런데 이들 작품과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공연을 만든 사람들이 가수 본인, 혹은 공연 제작자가 아니라 김광석 친구들과 팬이라는 점이다.

고인 동료와 친구들이 매년 그의 기일(1월 6일)에 맞춰 추모 음악회를 열던 것이 계기가 돼 공연이 제작됐다.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이택희 화백이 포스터를 그렸고 김광석 팬클럽이 후원했다. 초연 당시 마지막 공연에서는 고인 형이 제공한 유품 기타 2대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고인이 유년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꾸며진 대구 대봉동 한 극장에서 초연했는데, 당시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례적으로 서울 대학로로 ‘역귀성’한 경우다.

작품 줄거리는 신선하지 않다. 대학가요제 출신인 ‘이풍세’는 가수 꿈을 키우던 중 위독한 어머니를 보살피려고 대형기획사에 들어간다. 가수가 되려고 사랑까지 포기하지만 그는 원하는 음악 대신 상업적인 아이돌 가수가 될 위기에 처한다. ‘또 하루 멀어져 가는’ 꿈 때문에 좌절하던 풍세는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이 진부한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김광석 노래 덕분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제목만 들어도 가슴 저미는 김광석 노래를 그 감성 그대로 작품에 담았다. 이 때문에 배우를 선정할 때부터 연기보다 음악에 집중했는데 ‘이풍세’ 역을 맡은 박창근 씨는 대구 출신에 3집까지 낸 포크 뮤지션으로, 기타와 하모니카를 자유자재로 다룰 뿐 아니라 김광석 음색과도 유사하다. 소극장에서 기타를 메고 조곤조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생전의 김광석을 많이 닮았다. 고인이 노래한 것처럼 ‘그리워도 뒤돌아볼 수는 없’을지라도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 따뜻한 공연이다. 3월 15일~5월 19일, 서울 대학로 아트센터K 네모극장.

오늘 문득 김광석이 보고 싶다




주간동아 2013.03.04 877호 (p71~71)

  • 김유림 월간 ‘신동아’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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