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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탕, 탕 비명에도 “I ♥ Gun”

美 잇단 총기사고에도 총기 집착 인구 더 늘어

탕, 탕 비명에도 “I ♥ Gun”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은 수시로 일어나지만 지난해 12월 코네티컷 주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참사는 특별히 비극적이었다. 20세인 범인이 27명 목숨을 앗은 뒤 자신도 죽음을 택한 이 사건은 희생자 수도 많았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수업을 받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였다는 점에서 많은 미국인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한 달, 두 달을 넘기면서 이 사건 역시 여느 대형 총기사건 가운데 하나로 묻혀가고 있다. 사건 직후 반짝 비등하던 총기 규제 여론이 수그러드는 데다, 무엇보다 미국 총기 ‘문화’ 본산인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NRA)가 꿈쩍도 않는다.

총기에 관한 정부 규제도 완화

NRA는 ‘총 쥔 나쁜 손(bad hand with gun)’에 대응하는 최선책은 ‘총 쥔 좋은 손(good hand with gun)’이라는 평소 논리를 내세우며,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모든 교직원이 수업 중에 총을 휴대하고, 전국 모든 공립학교에 무장 경비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결연한 의지로 여러 총기 규제안을 발표했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의회 동의를 얻어 원안대로 시행하기가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미국은 휴대전화 수뿐 아니라 총기 수도 인구를 능가했다. 미국 의회 조사국 추계에 따르면, 인구 3억700만 명인 2009년 현재 미국 내 민간인이 보유한 총기는 3억1000만 정이었다. 그중 권총이 1억1400만 정, 소총이 1억1000만 정, 사냥에 많이 쓰는 샷건 등이 8600만 정이었다.

총에 대한 미국인의 집착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총 보유량이 인구 증가 이상으로 늘어갈 뿐 아니라, 총기에 관한 정부 규제도 뚜렷이 완화되는 추세다. 여기서 ‘정부 규제’란 연방정부가 가하는 제한뿐 아니라, 각 주정부가 정하는 총 유통과 소유, 휴대 등에 관한 규칙을 모두 포함한다.



과거 주정부들은 민간인이 총을 소유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를 집에 보관하고 공공장소에 갖고 나오는 행위를 제한했으나, 지난 30여 년간 이 제한은 지속적으로 완화됐다. 2012년 미국 50개 주 가운데 공공장소에서 총 휴대를 허용하는 주는 4곳(버몬트, 애리조나, 알래스카, 와이오밍)이다. 37개 주에서는 허가증을 받은 사람만이 공공장소에서 총을 휴대할 수 있지만, 허가증 신청이 들어오면 주정부는 사유를 묻지 않고 자동 발급한다. 다른 8개 주는 허가증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를 통해 선별 발급하고, 오직 1개 주(일리노이)만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를 전면 금지한다. ‘표’는 1986년 이후 총기 휴대에 관한 규제가 풀려가는 추이를 보여준다.

미국은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를 옷 속에 감추는 ‘은닉 휴대’와 내놓고 보이는 ‘공개 휴대’로 나눈다. ‘표’는 은닉 휴대를 기준으로 했지만, 많은 주에서 공개 휴대도 무제한 또는 허가증 소지를 전제로 허용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민간인은 권총을 비롯해 사람을 살상하는 데 주로 쓰는 총을 소유할 수 없으며, 사냥이나 취미사격에 사용하는 총만 허용된다. 또한 총기 소유를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는 큰 원칙 아래 총기 관련법을 만들어놓았다. 미국은 이와 다르다. 미국에서는 사람을 살상하는 데 쓰는 총을 포함해 민간인이 총기를 지닐 권리가 있으며, 소유한 총을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총기 관련 규정이 출발한다.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2조를 보면, 건국 초기 미국 사회의 중요한 제도였던 민병대 구실과 관련해 민간인이 무장할 권리가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220여 년 전 만든 이 조항이 지금 민간인의 총 소유 권리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 논란이 많다.

미국 건국 초기 연방정부가 통솔하는 상비군은 규모가 작아, 각 주정부는 자체적으로 민병대를 결성해 운영했다. 민병대란 평소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 주지사에 의해 소집돼 군인 노릇을 하는 민간인 조직을 말한다. 민병대원은 총과 총알을 각자 집에 보관했다. 이 제도를 뒷받침하려고 1790년대 문제의 수정조항 제2조가 제정됐지만, 세월이 많이 지났고 민병대 의미도 달라졌으니 이 조항이 민간인 총기 소유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상당수 미국인이 갖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이 조항을 민간인 총기 소유권에 관한 불변의 보장이라고 믿는다. 이 믿음의 중심에 NRA가 자리한다.

탕, 탕 비명에도 “I ♥ Gun”
총기협회는 최강 로비 그룹

탕, 탕 비명에도 “I ♥ Gun”

미국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총을 ‘공개 휴대’한 사람이 음식을 사고 있다.

NRA는 민간인 총기 소유가 지난 역사를 통해 형성된 미국인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총을 ‘이념’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금 NRA는 총기 동호인 단체 수준이 아닌, 거대한 정치 세력이자 미국 내 최강 로비 그룹이다. 선거를 통해 공직에 오르려는 정치인이 총에 관한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간 이 단체 방해를 받아 꿈을 이루기가 어렵다. 같은 미국이라도 지역별로 민간인의 총기 집착 정도가 많이 다르다. 남부, 남서부, 북서부 등 총기 집착 성향이 강한 주에서 NRA의 눈 밖에 나고 당선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가급적 많은 미국인이 총을 소유하고, 그 총을 지니고 다니게 하는 것이 NRA 목표다. 이런 단체를 바라보는 미국인 시각이 대형 총기사건 직후라면 따가워야 정상일 것 같지만, 이는 우리 생각일 뿐이다. 코네티컷 주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하고 20여 일 뒤 실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그런 사정을 알 수 있다.

갤럽은 전화를 이용해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NRA에 대한 당신의 전반적인 의견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은 뒤 “우호적” 또는 “비우호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총 1011명이 응답했는데 “우호적”이 54%, “비우호적”이 38%로 과거 조사와 별 차이가 없었다. 같은 조사에서 총기 규제 엄격성에 관한 질문에는 “현행 규정에 만족”이 43%, “더 엄격히 규제해야”가 38%, “덜 엄격히 규제해야”가 5%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그 누구보다 총기 범람을 우려한다. 따라서 NRA 처지에선 당연히 금기 인물이다. 오바마는 NRA의 맹렬한 낙선운동을 극복하고 두 차례 대통령선거(대선)에서 승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바마 집권 기간에 미국 내 총기 판매량이 기록적으로 늘었다.

오바마 집권기간 기록적 매출

1년간 미국 내에서 총 몇 정이 팔렸는지는 유통기록이 공개되지 않아 알기 어렵지만, 총기 판매 가게들이 구매 희망자를 대상으로 판매 직전 실시하는 신원조회 건수를 통해 추세를 짐작할 수 있다. 신원조회란 강력범죄 전과나 심각한 정신병력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려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데이터베이스화한 자료를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뜻한다. FBI 자료에 따르면, 오바마 첫 임기 4년간 이 신원조회 건수가 연평균 1612만 건으로, 그 직전 부시 재임 8년간 연평균 968만 건보다 67% 늘어났다.

이 같은 총기 판매 붐의 주요한 원인으로 NRA가 벌이는 정치 선전을 꼽는다. 이 단체는 지난 두 차례 대선운동에서 오바마가 당선되면 헌법 수정조항 제2조를 말살하고 ‘애국’ 시민 손에서 총을 빼앗을 것이라는 말로 총에 집착하는 미국인의 불안감과 사재기 심리를 부추겼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오바마가 첫 임기 때 특별한 총기 규제를 하지 않았으니 중임 기간에는 반드시 중대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40% 가까운 미국인이 총을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녔고 이를 관철하려는 운동단체도 여럿 있지만, 이들이 가진 힘은 NRA를 비롯한 총기 옹호 단체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최근 총기 소유 증가와 관련해 총기 규제 운동단체들은 총 소유자의 절대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일부 총기광이 계속 사 모으기에 열중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반면, NRA는 총을 소유한 미국인 저변이 확대되는 고무적 현상이라고 주장하면서 공룡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간동아 2013.03.04 877호 (p48~50)

  • 황용복 통신원 hyb43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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