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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지 흥!…더 퍼부은 보조금

이통사 순차적 영업정지 기간에 시장은 더 혼탁

영업정지 흥!…더 퍼부은 보조금

지난해 휴대전화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이동통신 3사가 순차 영업정지에 들어간 가운데 처벌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의도와 달리 영업정지 기간에도 보조금 경쟁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영업정지를 당하는 이동통신사(이통사)는 가입자 감소를 최소화하려고 영업정지 기간 전후 보조금을 높이고, 경쟁사는 상대방 영업정지 기간을 가입자를 빼앗아올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해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것. 순차 영업정지가 적용돼도 보조금을 쓰는 행태는 여전하다.

가입자 뺏어 오기 치열한 경쟁

문제가 된 이용자 차별도 사라지지 않았다. 영업정지 기간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자 방통위가 경고했고, 경고 직후 보조금이 낮아졌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자 이통사들이 다시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높이면서 휴대전화 구매 시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실효성 없는 영업정지보다 근본적인 보조금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통사는 1월 7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66일간 순차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LG유플러스는 1월 7일에서 30일까지 24일간 영업정지를 당했고, 이어 SK텔레콤이 1월 31일에서 2월 21일까지 22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KT가 2월 22일에서 3월 13일까지 20일간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지 못한다.

방통위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때만 해도 통신사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고 시장이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영업정지에 돌입하자 시장은 더 혼탁해졌다. 1월 초 LG유플러스 영업정지를 앞두고 보조금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영업정지 전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LG유플러스와 이를 방어하려는 경쟁사가 서로 보조금을 높였기 때문이다. 영업정지에 돌입한 뒤에는 SK텔레콤과 KT가 서로 LG유플러스 가입자를 뺏어 오려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에서 LG유플러스와 2위 경쟁을 펼치는 KT로선 2위로 올라설 절호 기회라고 판단했을 터. 영업정지를 앞둔 SK텔레콤도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결국 시장이 안정화할 것이란 기대는 오판이 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1월 이동전화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번호 이동자 수는 지난해 12월 대비 0.4%p 감소한 116만3720명으로 집계됐다. 영업정지에도 아이폰5가 출시돼 번호이동이 많았던 12월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휴대전화 보조금 과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월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3를 15만 원, 애플 아이폰5를 11만 원에 판매했다. 갤럭시S3 출고가가 99만4400원, 아이폰5 출고가가 81만4000원(16GB 기준)임을 감안한다면 보조금 가이드라인 27만 원을 한참 뛰어넘는 보조금을 집행했다는 얘기다.

각 이동사별 1월 번호 이동자 현황도 보조금 경쟁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LG유플러스는 영업정지가 시작되기 전 보조금을 높여 가입자 약 9만7000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영업정지 기간 SK텔레콤에 약 14만6000명, KT에 약 7만 명을 빼앗겨 결과적으로 12만 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가입자가 약 4만4000명 늘었고, KT는 약 7만6000명 늘었다.

과도한 보조금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보다 통신 과소비를 조장한다. 보조금이 높더라도 그때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일부 소비자만 이익을 볼 뿐, 대다수 기존 가입자는 보조금으로 인한 이동사의 비용부담을 떠안는 셈이라 불합리하다.

방통위는 영업정지 기간에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자 수차례 이통사 임원을 소집해 구두 경고를 내렸다. 졸업 및 입학 시즌을 앞두고 보조금 과열을 우려해 사전 경고조치도 했다. 문제는 경고 효과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영업정지라는 중징계와 반복되는 경고에도 보조금은 계속 되살아난다.

영업정지 흥!…더 퍼부은 보조금
“휴대전화 가격이 달라서 문제”

이통사가 영업정지와 경고에도 보조금을 높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동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가입자를 늘리려면 다른 회사 가입자를 빼앗아야 하고, 가입자를 빼앗을 때 가장 쉬운 수단이 보조금이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가만히 앉아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경쟁사 보조금 수준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처벌이 약한 것도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가입자를 빼앗기는 것보다 일단 시장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처벌을 받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업정지와 함께 과징금 118억9000만 원을 부과했지만, 이통사 매출 규모나 보조금 규모에 비하면 부담이 크지 않다. 또 처벌 수위를 판단하는 핵심 근거로 위반율을 사용하다 보니 어느 사업자가 보조금 경쟁을 촉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는 관계없이 결과만 놓고 판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보조금 경쟁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경쟁을 촉발한 사업자를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이통사 임원은 “어느 한 곳이 보조금을 높이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촉발 사업자에 대한 가중 처벌이 없다면 보조금 경쟁 유혹이 계속 생겨난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사실상 없애기 어려운 만큼 단순한 보조금 규제를 넘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통사도 보조금 경쟁보다 기존 가입자 혜택을 늘리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요금 인하로 연결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현명 KT 텔레콤·컨버전스(T·C) 부문 사장은 최근 “외국 특히 선진국은 휴대전화 가격이 두 가지뿐이다. 첫째는 무약정에 무보조금, 둘째는 약정기간을 정하는 대신 보조금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같은 휴대전화 가격이 그때그때 달라서 문제”라며 “이런 구조는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휴대전화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조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가격표시제를 엄격하게 실시하고, 제조사 보조금을 없애 단말기 출고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13.03.04 877호 (p28~29)

  • 권건호 전자신문 통신방송사업부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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