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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중국 하얼빈과 창춘

말춤 추는 싸이 얼음조각像이 되었네

하얼빈 빙등축제 세계적 명성…만주국 수도였던 창춘은 푸이 흔적 간직

  • 글·사진 안성의 여행 작가 ahneui@hanmail.net

말춤 추는 싸이 얼음조각像이 되었네

말춤 추는 싸이 얼음조각像이 되었네

올해로 29회째를 맞은 하얼빈 빙등제의 화려한 야경 모습.

고색창연한 러시아풍 건축물이 곳곳에 자리한 중국 하얼빈은 멋과 낭만의 도시다. 또한 중국 동북지방을 대표하는 공업도시이자 교육도시다. 제정러시아는 이르쿠츠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철도 연변에 자리한 하얼빈을 만주 침략을 위한 세력 확장의 근거지로 삼았다. 당시 중국은 쇠약해진 청나라 말기로, 열강 침입 탓에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웠다.

19세기 말 하얼빈에는 러시아 사람을 포함해 많은 외국인이 거주했으며 동북아에서 이름난 상업도시가 됐다. 지금도 중국 헤이룽장성의 성도(城都) 하얼빈에는 중국과 서구 문화가 혼재한 독특한 건축물이 많다. 시내 신양 광장에서 북쪽 방홍 기념탑까지 1400m 거리에는 상점, 호텔, 음식점 등이 즐비하다.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 등 러시아 영향을 받은 건축물을 보면 이곳이 중국인지 러시아인지 아리송해진다.

#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애국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선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안중근 의사가 일본 추밀원 원장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죽인 것이다. 조선 침략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 재무상 코코프체프와 비밀회담을 하려고 하얼빈역에 도착해 그와 악수를 나누는 순간 역사적인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하얼빈역 플랫폼에는 당시 암살했던 지점에 삼각형 표시가 남아 있다.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에는 당시 저격 상황을 재현한 모습과 안중근 의사의 친필, 동상, 각종 자료를 전시해놓았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11일간 머물며 의거를 기획하고 달성한 과정이 잘 보존된 것이 인상 깊었다.

말춤 추는 싸이 얼음조각像이 되었네

눈 오는 날 러시아정교회 건물. 눈으로 조각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전시해놓은 안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만행이 적나라하게 남은 731부대도 하얼빈에 있다. 주로 한국인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생체해부, 생체냉동실험, 세균실험 등을 자행하면서 수천 명을 살해한 장소다. 일본군이 퇴각하면서 건물과 자료를 파괴해 지금은 건물 외벽만 남았을 뿐이고, 전시관에서는 당시 수술도구와 사진을 볼 수 있다.



하얼빈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높이가 53m에 이르는 러시아정교회가 나타난다. 내부에는 러시아의 독특한 성화인 이콘이 있다.

백두산 천지물이 북으로 흘러내려 시내를 흐른다는 쑹화강. 그 옛날 단군왕검이 하얼빈 남쪽 쑹화강 유역에서 조선 삼한을 일으켜 세웠다는 전설이 스며 있는 강이다. 하얼빈 시민들은 이 강변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보트를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겨울이 되면 쑹화강은 꽁꽁 얼어붙는다. 영하 40℃까지 내려가는 하얼빈 겨울 풍경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다. 눈 속에 파묻힌 시가지 위로 코발트빛 하늘이 펼쳐지고, 얼어붙은 쑹화강에서 썰매를 즐기는 사람은 풍류 넘치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쑹화강가에선 해마다 하얼빈 빙등제가 열린다. 캐나다 퀘벡, 일본 삿포로 눈 축제와 함께 3대 겨울 축제로 손꼽는 행사로 매년 1월 5일 개막한다. 올해로 29회째를 맞는 하얼빈 빙등제는 1963년 처음 열렸지만, 85년부터 제1회 국제 빙등제로 친다. 빙등제가 열리면 중국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전시작품도 1500여 점 이상으로, 세계에서 열리는 눈과 얼음 축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올해에는 ‘강남스타일’의 상징인 말춤을 추는 모습의 싸이 조각상이 등장했다. 싸이의 모습을 꼭 빼닮은 이 조각상은 규모도 초대형일 뿐 아니라, 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 쑹화강가 새로운 조형예술

축제가 열리는 곳은 타이양섬 동북부의 빙설대세계, 타이양섬 풍경구의 눈조각예술박람회와 도리구 삼림가 북린공원의 빙등예술유원회다. 축제 기간 내내 뛰어난 솜씨의 눈과 얼음 조각가들이 만든 세계의 유명 건축물, 인물, 동물이 전시된다. 건축 재료는 추운 날씨에 단단히 얼어붙은 쑹화강의 투명한 얼음이다. 밤하늘을 신비스러운 불빛으로 밝히는 빙등을 중국어로는 ‘ ’, 즉 ‘얼음등’ 이라고 한다. 과학기술과 예술을 융합해 새로운 조형예술로서 얼음 조각 안에 조명을 넣어 큰 얼음 조각품을 만드는 것이다. 낮에는 맑고 투명하게 반짝이고, 밤이면 찬란한 불빛으로 마치 별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밖은 춥지만 얼음으로 만든 찻집 실내는 따뜻해 식사나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 자동차와 영화의 도시 창춘

말춤 추는 싸이 얼음조각像이 되었네

19세기 말 운행하던 증기기관차.

창춘은 지린성의 성도로 지린성의 정치, 경제, 문화, 교통 중심지다. 중국에서는 ‘자동차 도시’ ‘삼림의 도시’ ‘영화의 도시’로 유명하다. 오늘날 창춘에는 중국은 물론 세계 유수 자동차 기업의 공장이 들어섰다. 창춘의 자동차 생산량은 중국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1/5을 차지한다. 또한 1992년 시작한 창춘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아시아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무대로 제몫을 톡톡히 한다.

역사적으로 창춘은 일찍이 만주국 수도로,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푸이가 일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만주국 황제로 머물던 곳이다. 위만주국황궁박물관, 관동군사령부, 위만중앙은행 등이 당시 유적이다. 1987년 아카데미상 9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마지막 황제’는 소련군의 감시 속에 중국인 전범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중국 마지막 황제 푸이도 그 무리 속에 있었다. 그는 아무도 없는 역사로 들어가 자살을 기도하는데, 푸이의 고단한 인생 여정이 거기서부터 펼쳐진다.

1908년 3세 나이로 황제에 등극한 푸이는 영국인 가정교사를 통해 세계 흐름을 익히고, 결혼도 했다. 12년 신해혁명으로 자금성에서 추방당한 그는 톈진의 일본 조계에서 기거하다, 32년 일본이 세운 만주국 황제로 즉위한다. 그곳이 바로 지금 창춘에 있는 위만주국황궁박물관이다.

현재 역사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위만주국황궁박물관은 1932~45년 일본 관동군의 비호 아래 만주 일대를 지배하던 만주국 황궁이다. 13년에 불과한 만주국 역사는 중국인 뇌리에 가장 수치스러웠던 시기로 남아 있다. 예전부터 중국은 일본을 왜라고 무시하며 가장 미개한 오랑캐로 치부했다. 하지만 청일전쟁 이후 번번이 일본에게 패하고, 급기야 중국 동북지역 안방까지 내주고 말았다. 위만주국황궁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9·18을 잊지 말자’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은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중국인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다.

말춤 추는 싸이 얼음조각像이 되었네

만주국 황궁이던 위만주국황궁박물관.

# 만주국 황제 그리고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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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만주국 황제에 오른 푸이의 모습.

위만주국황궁박물관 입구 정면에 있는 즙희루는 만주국 황제였던 푸이가 거처로 사용하던 곳으로, 서쪽에는 그의 침실과 서재가 있다. 서재에는 푸이가 관동군사령관에게 지시를 받는 듯한 모습을 담은 미니어처가 있는데, 만주국에 대한 중국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건물 동쪽에는 푸이 황후인 원용의 거처가 있다. 어린 나이에 황실로 시집와 망명생활을 전전하다 결국 아편중독자로 죽어야 했던 그녀의 슬픈 인생을 자료와 미니어처로 구성해놓았다.

즙희루를 지나면 만주국의 공식 업무를 보던 근민루가 나온다. 근민루 1층은 사진과 문서 자료실이다. 일본이 만주국을 세우고 어떻게 중국 대륙 침략의 교두보로 사용했는지를 설명한다. 2층 접견실을 지나 3층에 오르면 유럽 무도회장을 방불케 하는 연회장이 나타난다. 서랑방에서는 푸이가 생전에 사용하던 책상, 일기장, 만주국 황제 자리에서 퇴출된 후 입었던 죄수복 등을 볼 수 있다.



주간동아 2013.01.28 873호 (p54~56)

글·사진 안성의 여행 작가 ahneu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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