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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다 끌어안을 비대위장 어디 없소!

민주당, 계파별 세력별 ‘동상이몽’… 당 외부 인사 기용 가능성도

  • 이남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irun@donga.com

다 끌어안을 비대위장 어디 없소!

다 끌어안을 비대위장 어디 없소!

1월 1일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당 주요 인사들이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신년 단배식에서 떡을 자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선거(대선) 패배 후 공황 상태에 빠진 민주통합당(민주당)이 당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뼈를 깎는 쇄신에는 공감하면서도 비대위원장 후보와 당의 재건 방법을 놓고는 계파별, 세력별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박기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합의 추대에 방점을 둔다. 비대위원장을 경선으로 뽑을 경우, 계파 간 충돌로 당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한다”는 기존 당론을 뒤엎는 공약(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분리)으로 당선됐다. 그의 당선에는 대선 패배 후 당내 비주류가 제기해온 ‘친노(친노무현) 책임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박 원내대표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직계로 통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으며 원내수석부대표를 두 차례 지낸 ‘실무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비대위원장을 무리 없이 선임하는 것이다. 그는 상임고문단, 전직 원내대표단, 시도 당위원장, 초선의원 간담회를 잇달아 갖고 1월 9일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도 주류, 비주류를 떠나 ‘합의 추대가 이상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초선의원 모임인 ‘민초넷’(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네트워크)도 합의 추대가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교황 선출 방식을 경선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황 선출 방식을 따른다면 회의 참석자가 각자 적임자를 적어 낸 뒤 다득표자를 비대위원장으로 뽑는 형태가 된다.

‘합의 추대가 이상적’ 공감대

문제는 세력별로 선호하는 비대위원장 후보가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문희상, 유인태, 이미경 의원 등 범친노 중진의원 그룹을 중심으로 원혜영 의원 추대론이 고개를 들었다. 친노 등 당내 주류의 지원을 받는 원 의원은 손학규계나 김근태계에서도 상대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원 의원은 손사래를 치고 있으나 주변에서는 설득을 자신한다.



반면 김영환, 안민석 의원 등 쇄신모임 소속 비주류 의원들은 “친노가 자신들의 대리인 격으로 계파색이 옅은 원 의원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다”며 이종걸 4선 의원을 대안카드로 내밀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선 “각 세력이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세워 차기 당권을 잡으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내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사는 김한길, 정세균 의원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고사하고 있다. 길어야 5월 중순까지 임기를 채우는 비대위원장은 희생이 불가피한 ‘독배’가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 이후 당 전열을 재정비할 막중한 책임을 지지만 “실속 없이 잘해야 본전인 자리”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자리여서 당권에 대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박영선 의원을 추대하자는 흐름도 있다. 단, 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해 반대 의견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이석현 의원, 박병석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 지역구인 이낙연 의원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을 전폭 지지해준 호남 지역에 대한 ‘힐링’ 차원에서라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과감하게 재선의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자는 의견이 초·재선의원 사이에서 나왔지만 반향은 없는 상태다.

박 원내대표는 1월 2일 민주당 당직자 시무식과 YTN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 인선 난항에 대해 “많은 의견을 듣고 있지만 개인적 관계를 우선시하는 사람도 있고, 당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말씀도 많았다. 현장에는 사심과 사욕이 득실거린다”며 “사심과 사욕이 제거되지 않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듣는 비대위원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의 쓴소리는 당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에게 모두 실망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원혜영, 박영선, 박병석, 김한길 의원을 거론했다.

당 외부 인사 기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낙연 의원은 “당의 혁신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데는 외부 인사가 당내 인사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인물이나 소임으로 보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같은 분이 참 좋다”면서도 “야당이 원내 중심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당내 현역의원 가운데 선임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세력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경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대위원장은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를 맡을 것으로 알려져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비대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대선 책임론’의 유불리와 그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주류와 비주류 진영은 전대 시기를 놓고도 대립할 조짐이다. 친노 세력을 포함한 주류는 5월, 비주류는 3월을 주장한다. 이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성격은 물론, 차기 당권 향배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인선 난항에 조기 全大 목소리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8일 중앙위원회에서 현행 ‘2개월 이내’로 규정된 당 대표 궐위에 따른 임시전대 개최 시기를 ‘6개월 이내’ 개최가 가능하도록 부칙을 넣었다. 이해찬 전 대표 사퇴로부터 2개월 이내인 1월 18일 전대를 치르기엔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전대는 5월 18일 이전에만 열면 된다.

비주류 측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3월에는 전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대위의 성격은 공정한 전대를 책임지는 관리형으로 국한하고 빨리 새 지도부를 뽑아 당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주류 측은 “3월에 새 지도부를 뽑고 만약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할 경우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5월 전대를 주장한다. 비대위는 민주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형’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비주류 측은 주류 진영이 전대를 늦춰 대선 책임론을 희석한 뒤 당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고 의심한다.

비대위원장 인선이 난항을 겪자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대를 조기에 실시하자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수도권 한 3선 의원은 “당을 뼛속까지 바꿀 강력한 비대위원장 선출은 어려워진 게 아니냐”면서 “새 지도부를 이른 시일 안에 선출해 당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인선할 새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혁신 △대선 패배 원인 분석 △전대 준비 등 세 가지 주요 업무를 맡는다. 대외적으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민주당의 대표 격으로 참석하는 등 사실상 민주당 대표 구실을 수행한다.



주간동아 870호 (p12~13)

이남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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