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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브릭스(BRICS) 너마저 얼어붙는가”

경제모델 구조적 한계와 경기침체로 高성장은 옛말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브릭스(BRICS) 너마저 얼어붙는가”

세계경제 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다. 주요 국제 경제기관들이 앞다퉈 브릭스(BRICS) 국가의 고성장 시대가 끝났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브릭스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다. 2001년 11월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이 신흥경제 강국을 가리키는 의미로 처음 사용했다. 오닐 회장은 당시 “브릭스 4개국이 앞으로 미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브릭스를 ‘금전(金)’이라고 부른다. ‘금전’이란 ‘금 벽돌’을 가리키는 것으로 브릭스 발음이 ‘벽돌(bricks)’과 비슷하기 때문에 보통 부자를 의미하는 황금 금(金) 자에 벽돌 전() 자를 붙였다.

브릭스는 2009년 6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첫 정상회의를 갖는 등 협력관계를 강화해왔다. 2011년 4월에는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5개국 연합체가 됐다. 이에 따라 BRICs가 BRICS로 바뀌었다.

브릭스 경제에 경고등 잇따라

브릭스 5개국의 공통점은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브릭스 인구는 전 세계의 42%를 차지한다. 엄청난 인구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형성할 수 있고 노동력 역시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넓이는 전 세계의 30%, 국내총생산(GDP)은 18%, 무역액은 15%를 차지한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브릭스 5개국 가운데 남아공을 제외한 4개국 전체 GDP가 2015년이면 전 세계의 22%를 차지해 미국을 추월하리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선진 7개국(G7) 가운데 독일을 제외하면 모두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 반면 브릭스 5개국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해왔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선 브릭스가 10년 내 G7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러시아는 자원대국이며, 인도는 아시아 3대 경제대국이 됐고, 남미 경제 맹주인 브라질과 아프리카 경제 대국인 남아공은 말 그대로 거칠 것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경제성장을 해왔다.



그렇게 질주하던 브릭스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11월 27일자)를 보면, 브릭스 5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5개국의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브라질 1.5%, 러시아 3.4%, 인도 4.5%, 중국 7.5%, 남아공 2.6%다. OECD는 2013년과 201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중국과 인도 6.5% 이상, 브라질 4% 또는 4.1%, 러시아와 남아공 3~4%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10월 9일자)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브라질 1.5%, 러시아 3.7%, 인도, 4.9%, 중국 7.8%, 남아공 2.6%이다. IMF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브라질 4.0%, 러시아 3.8%, 인도 6.0%, 중국 8.2%, 남아공 3.0%로 예상했다.

브릭스 국가의 경제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브릭스 국가의 2011년 경제성장률은 모두 전년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은 2011년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해 2010년(7.5%)에 비해 1/3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8년래 최저치다. 인도의 2011~2012 회계연도의 경제성장률은 6.5%로, 2003~2004 회계연도(4.0%)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2010년 경제성장률이 10.4%를 기록했던 중국은 2011년 9.2%로 둔화됐다. 러시아는 고유가 덕분에 2011년 경제성장률이 4.3%로 2010년 4.0%보다 약간 상승했다.

수출주도형이라 경기에 민감

미국의 비영리 민간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는 “브릭스의 고성장 시대는 끝났다”고 전망했다. 이 기관은 ‘세계경제 전망 2013’이라는 보고서(11월 13일자)에서 “브릭스의 고성장 신화는 종언을 고했다”며 “더는 브릭스가 세계경제의 엔진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부정적 예측을 내놓았다. 브릭스 국가의 성장모델이 한계에 이르러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에 빠질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2013~2018년 5.5%, 2019~2025년 3.7%를 기록하리라고 예상했다. 인도는 2013~2018년 4.7%, 2019~2025년 3.9%까지 내려앉으리라고 전망했으며, 브라질도 2013~2018년 3.0%, 2019~2025년 2.7%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러시아도 2013~2018년 1.8%, 2019~2025년 1.1%를 기록하리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루치르 샤르마 신흥시장 총괄대표도 “브릭스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평했다.

브릭스가 더는 고성장하지 못하리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 악화 등 세계 경기침체 영향이 크다. 브릭스 국가는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에 의존하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다. 상품 종착지인 선진국의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물론 브릭스 국가의 성장 과정이 제각각이라 고성장할 수 없는 원인을 그것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브릭스가 지난 10년간 세계 경기 호황 속에서 고성장을 보였지만, 스스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실패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브릭스 국가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중국의 경우, 컨퍼런스보드는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자산 거품, 임금 상승, 사회적 불평등, 환경오염 등 각종 문제로 인한 사회적 고비용이 고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컨퍼런스보드는 특히 인구 고령화가 중국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제조업은 인구 고령화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제조업에 종사 가능한 젊은 노동인구 출생이 1990년 2800만 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유엔 통계 전망치를 보면,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억300만 명 증가하는 반면, 2015년부터 2030년까지는 6900만 명 감소할 전망이다. 이 같은 인구 연령 비율 변화가 중국 성장모델을 왜곡한다.

소득 양극화도 문제다. 중국 전체 인구 13억 명 가운데 13%가 하루 1.2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산다. 반면, 매년 중국 부자 목록을 발표하는 후룬 보고서(The Hurun Report)에 따르면, 중국에는 재산을 100만 달러 이상 가진 백만장자가 270만 명이고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억만장자도 251명이나 있다.

국유(국영)기업과 금융시장 개혁도 시급하다. 중국 100대 국영기업 자산은 2011년 28조 위안(약 4885조 원)으로 10년 전보다 4배 늘었다. GDP의 60%에 달한다. 세계은행은 올 초 ‘중국 2030’ 보고서에서 국영기업을 대대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중국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은 정부 통제하에 있고, 대외 개방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위안화 평가절상과 관련해 환율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금융시장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간접금융 방식을 직접금융으로 전환해 민간기업에 자본을 조달하는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 미국처럼 다양하고 유연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고부가가치산업의 성장을 위한 기술 발전이 요구된다. 시진핑 시대를 맞아 중국은 빈부 격차를 비롯해 경제 불균형 해소 등 과감한 경제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도 경제는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위기에 직면했다. 인도는 한때 중국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지금은 불확실성만 증폭되는 상황이다. 루피화 가치 하락과 투자 감소, 물가 상승, 재정적자 확대, 극심한 빈부격차, 부정부패 등 곳곳에서 심각한 경고음이 울린다. 특히 인도는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경우 그 악영향이 빈민층에 집중된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전체 인구 12억 명 가운데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이 2억6000만 명에 달한다. 매년 1300만 명씩 신규 노동 인력이 늘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기는 어렵다. 실업률은 현재 9.8%로 두 자릿수 문턱에 있다.

인프라 낙후로 강점 못 살려

인도 정부가 민심을 달래려고 각종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정적자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빈민층에 연 100일간 공공취로 일자리를 주고, 밀가루와 설탕 등 기초 식량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 전 국민에 지원하는 경유, 전기, 비료 등에 막대한 국가보조금을 투입한다. 그러다 보니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9%대로 치솟았다. 국가부채는 GDP의 90%를 넘었다. 인도 정부는 당장 경기 부양이 필요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박과 막대한 재정적자 부담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한다. 대외적인 경제 여건도 악화 일로다. 인도의 10월 무역수지 적자는 21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이 부진한 데다 에너지 수요 증가로 원유 수입이 급증한 탓이다.

인도의 에너지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인도의 전력 생산은 산업계 수요에 비해 현저히 모자란 수준이다. 인도는 세계 5위 전력 생산국이지만, 전력망 부족과 빈부격차 등으로 3억 명이 전기를 이용하지 못한다. 인도는 비교적 많은 석탄을 보유했지만, 국영기업이 비효율적으로 석탄을 채굴하는 데다, 석탄 및 천연가스에 대한 다양한 가격 규제 때문에 시장 법칙에 따른 생산량 증대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더욱이 인도 정부는 이들 산업에 대해 추가적인 자유화나 시장 친화적인 개혁 방향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농업 생산성도 나쁜 편이다. 인도의 전체 생산 가능 노동인력 절반이 농업에 종사한다. 이처럼 많은 인력이 농업에 매달리지만 농업 생산성은 정체된 상태다. 농산물의 운송수단이나 수리시설도 부족하다. 인도는 외국 자본이나 현대식 농업에 적대적이어서 농업 생산력을 끌어올릴 방법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도 경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서비스산업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이 다른 산업들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도에선 외국 기업의 투자도 쉽지 않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 활동하기 좋은 나라 순위를 보면 인도는 183개국 가운데 132위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가 판을 치며, 공무원의 재량권 남용과 뇌물수수 관행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부정부패는 아프리카나 남미 독재국가들을 뺨칠 정도다.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인도에서 긍정적인 점을 찾는다면, 뛰어난 인재와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인이 많다는 점이다. 인도는 전 세계에 방대한 무역망과 이민자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국민 평균연령이 25세밖에 안 되는 젊은 나라다. 영어를 쓰고 신기술에 정통한 고급 인력이 넘친다. 원전을 만들고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기술도 보유했다.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하는 시민운동도 태동하고 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자부심도 지닌다. 그래서 인도의 도약은 정치권의 지도력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과감한 결단력으로 체질 개선해야

“브릭스(BRICS)  너마저 얼어붙는가”

세계은행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컨테이너 하나를 수출하려면 비용이 중국의 2배가 든다.

세계 6위 경제대국 브라질도 경제 둔화와 경쟁력 상실로 중대한 기로에 섰다. 2011년과 2012년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래서 브라질이 지난 10년간 대두와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을 무기로 유지해온 이른바 ‘룰라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룰라 모델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가 집권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정부가 강력한 재분배정책을 펴면서 중산층이 3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재분배정책에도 사회기반시설과 교육 수준은 낙후된 채 발전하지 않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컨테이너 하나를 수출하는 비용은 중국의 2배, 인도의 1.5배 수준이다. 수입 비용도 중국의 3배, 인도의 2배나 된다. 실제로 브라질은 세계 주요 철광석 수출국이면서도 인프라 낙후로 그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숙련·반숙련 노동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 수준도 형편없다. 교육의 질적 저하로 브라질 생산성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5%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브라질이 정부 기능을 줄이는 쪽으로 선회하기도 어렵다. 룰라 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서 보듯이 브라질 민심은 큰 정부를 선호한다. 따라서 브라질이 현재 난국을 돌파하려면 경제 틀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경제의 문제점은 에너지 분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제조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실제 군수, 우주, 항공, 원자력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 전체 제조업 경쟁력은 시장경제 전환 이후 투자 부재와 생산시설 낙후 등으로 현격히 떨어진 상태다. 오일머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상징이다. 2000년과 2004년에 이어 3월에 세 번째로 정권을 잡은 푸틴 대통령은 임기 때마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2000년부터 11년간 원유 수출에 힘입은 러시아의 누적 수출 규모는 7850억 달러. 2011년 러시아 GDP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 덕에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자원 의존형 경제성장에 더는 기대를 걸기 어렵다. 러시아는 앞으로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제조업 육성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자원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진 남아공도 부정부패와 심각한 빈부격차에 경제발전이 발목을 잡힌 상태다. 남아공이 경제성장을 계속하려면 과감한 개혁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릭스 국가의 도약 여부는 결국 각국 정부가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선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주간동아 2012.12.10 866호 (p48~51)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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