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2

2017.06.14

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트럼프 사고 친 이후 인류의 미래는?

서울 비롯 세계 최대 도시 위협  …  바닷가 핵발전소 침수되면?

  • 지식 큐레이터 imtyio@gmail.com

    입력2017-06-09 17: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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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사고를 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일자(현지시각)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협약인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애초 미국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과 비교해 26~28% 줄이고, 개발도상국의 기후 변화 대응에 도움을 주고자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모든 약속이 공수표가 된 것이다.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협정은 21세기 말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에서 2도 안에 잡아두려는 인류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만큼이라도 세계 각국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이 협정을 걷어찼다.

    1946년생으로 만 71세인 트럼프 처지에서는 100년 후 지구가 결딴나든 말든 알 바 아니다. 그로서는 당장 파리협정 탈퇴로 이득을 보게 될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기업의 비위를 맞추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다. 이들 기업은 2020년 대통령선거 때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틀림없이 막대한 후원금을 쏟아부을 테니까.



    지구온난화의 치명적 결과, 해수면 상승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셈법은 인류 전체에게는 커다란 재앙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대기 중으로 내뿜어지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지구를 데우고 있다. 그렇게 해서 더워진 지구는 산업화 이전(1880~1899)과 비교해 지난해 기준으로 이미 1.1도 온도가 올라간 상태다. 그렇다면 이렇게 더워진 지구는 도대체 어떻게 변할까.



    가장 걱정되는 일은 해수면(바닷물의 표면) 상승이다. 흔히 해수면 상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북극 얼음이 녹은 탓에 오도 가도 못 하는 북극곰의 처량한 모습이다. 북극 얼음이 녹아 점점 서식지가 없어지는 북극곰의 처지가 딱하긴 하다. 하지만 북극 얼음이 녹는다고 해서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북극 얼음은 바다(북극해) 위에 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이 녹는 일은 해수면 상승과 관계없다. 땡볕일 때 손이 가는 아이스커피를 생각하면 된다. 컵을 가득 채운 커피 위에 둥둥 떠 있는 얼음이 녹는다고 컵 밖으로 물이 넘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더워진 지구의 해수면이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육지에 갇혀 있는 얼음이 녹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 년 동안 쌓인 눈이 얼음덩어리로 변한 빙하가 바로 그런 얼음이다. 북아메리카 북쪽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큰 섬인 그린란드의 빙상(대륙 빙하), 남극대륙의 빙상, 그리고 히말라야 산맥이나 알프스 산맥의 빙하 등이다.

    특히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이 문제다. 그린란드는 최고 3km 두께의 얼음이 멕시코만큼 넓은 지역을 덮고 있다. 그린란드 빙상만 녹아도 해수면이 6m 이상 상승할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은 그린란드 빙상의 녹는 속도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11년 사이 거의 5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얼음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는 남극을 2km 두께로 덮고 있는 빙상의 사정은 어떨까. 남극 빙상이 녹는 속도 역시 2000년대 10년 동안 50%나 증가했다. 한 가지 예로, 남극에서 빙상이 가장 빨리 녹고 있는 지역(아문센 해역·Amundsen Sea Embayment)은 크기가 한반도 넓이의 3배 정도다.

    이 지역의 얼음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830억t 녹았는데, 무게로 따지면 2년마다 1개꼴로 에베레스트 산 빙하가 녹는 것과 같다. 이런 식으로 남극 빙상이 완전히 녹는다면 해수면은 60m 이상 상승할 것이다. 그린란드와 남극 양쪽에서 돌이킬 수 없는 해수면 상승이 시작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지구가 더워지면 그 자체로 해수면 상승을 불러온다. 바로 ‘열팽창’ 탓이다. 열팽창은 고체, 액체, 기체가 열을 받으면 팽창하는 현상이다. 지구가 열을 받으면 육지나 대기보다 바다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바다가 육지나 대기보다 열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바다 온도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700m 아래 심해 온도를 측정했더니 2000년대 온도 상승 속도가 1970년대보다 55% 이상 빨라졌다. 이렇게 바다 자체가 팽창하면 해수면도 덩달아 높아진다. 지난 200년 동안 해수면이 상승하는 데 절반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이런 바다의 열팽창이다.


    그린란드 얼마나 녹을까

    열팽창에다 육지의 빙하가 녹는 일까지 더해져 해수면이 상승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얼른 떠오르는 장면은 점점 바닷속에 잠기고 있는 태평양 섬나라다. 하지만 이렇게 태평양 섬나라의 안타까운 사정만 부각되다 보니 해수면 상승이 가져올 진짜 재앙은 못 보는 부작용이 생겼다.

    뉴욕, 상하이, 도쿄, 런던, 홍콩, 암스테르담 같은 세계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서울, 인천, 부산은?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쥐락펴락하는 도시는 대부분 바다나 강을 끼고 있다. 만약 해수면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면 태평양 섬나라만 잠기는 게 아니라 이들 도시 역시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100년간 그린란드나 남극의 빙상이 얼마나 녹을지, 또 그래서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할지는 과학자마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다르다. 낙관적인 예측도 있고, 비관적인 예측도 있다. 가장 비관적인 예측에 속하는 전망대로라면 21세기 말 해수면이 2m가량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에서 언급한 도시의 상당수가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는다.

    ‘침수’에서 코웃음을 친다면 정말로 큰 코다친다. 지금 전 세계 핵발전소 대부분은 바다나 강을 끼고 있다. 만약 해수면이 상승하면 그 핵발전소의 상당수가 침수 피해를 입을 것이다. 바다에 잠길 가능성이 큰 부산 해운대 30km 인근의 핵발전소 단지(고리 원자력발전소) 역시 마찬가지다. 그 결과는? 핵발전소에 해일이 덮친 후쿠시마 사고의 재연이다.

    정치자금 몇 푼을 위해 파리협정을 ‘깽판’ 놓은 트럼프의 행보가 가져올 후폭풍이 두렵다. 인류에게 트럼프의 죗값을 치를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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