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꽃송이… 방아잎, 맞습니다

배초향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ymlee99@forest.go.kr

    입력2012-10-22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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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색 꽃송이… 방아잎, 맞습니다
    숲에서 식물을 만나는 방법은 여러 개가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코로 향기를 느끼며, 감촉으로 인지하기도 하고 때론 미각으로 알기도 하지요. 가을이 되면서 눈은 이미 가지가지 물드는 단풍 빛과 들국화들의 향연으로 황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덧붙여 올해는 유독 향기가 마음을 지극히 자극합니다. 봄철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감각적인 꽃향기가 아니라, 낙엽이 지면서 구수하고도 달콤한 향기가 나지요. 특히 산국이나 감국 같은 국화과 식물이 내는 향기는 더없이 깊고 그윽합니다. 매일 숲길을, 혹은 수목원 길을 산책하며 향기에 취하면 마음이 가을처럼 깊어집니다.

    배초향은 향기와 빛깔에 맛도 어우러진 식물입니다. 먼저 꽃은 조금 연한 보랏빛입니다. 가을철 보랏빛 꽃은 용담에서부터 쑥부쟁이나 구절초 등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배초향은 가장 연해 자극적이지 않은 보랏빛이 아닐까 싶습니다.

    향기는 맛과 함께 느낄 수 있는데, 쉽게 말해 허브식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생각해보면 라벤더, 로즈메리, 카밀러 같은 서양 허브는 알면서도 진정한 우리의 전통 허브식물이라고 할 수 있는 배초향은 잘 몰라 안타깝습니다. 산에서 나는 배초향은 예부터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식물입니다. 그래서 마당 한켠에 몇 포기 키우면 두고두고 잎을 얻을 수 있고, 늦여름부터 가을 내내 고운 꽃구경도 할 수 있는 여간 좋은 식물이 아니지요.

    배초향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며 이웃한 중국, 대만, 일본에서도 볼 수 있지요. 산 아래 낮은 곳에서부터 1000m가 넘는 높은 산 정상까지 분포하지만 햇볕이 드는 곳에서 잘 자랍니다. 다 자라면 1m쯤 되는데, 많은 가지를 만들어내고 가지마다 잎과 꽃을 매어 달지요. 꽃 한 송이는 1cm도 안 될 만큼 작고, 입술 모양의 길쭉한 꽃송이는 반쯤 꽃받침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이 작은 꽃송이들은 10cm 정도의 원기둥 모양으로 둥글게 둥글게 모여 달립니다. 꽃은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아름다운 보라색이며, 꽃잎보다 더 길게 수술이 나와 있답니다. 우리가 먹는 잎은 길쭉한 심장모양으로 생겼고 두 장씩 마주납니다.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도 있지요.

    꽃 사진을 보고 “이거 방아잎 아냐?” 하는 분도 있을 텐데, 맞습니다. 남부지방에서는 그렇게 부르며 매운탕, 추어탕 같은 음식에 넣어 끓이거나 생선회에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식물체 자체에서 방향성 냄새가 나기 때문에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지요. 고기를 싸서 먹거나 봄철에 어린순을 끓는 물에 데친 뒤 무쳐먹으면 부드럽고 독특한 향기가 그만입니다. 또한 잘 말려서 차로 마시면 훌륭한 허브차가 되지요. 이 밖에도 방애잎, 깨나물, 중개잎, 야박하, 참뇌기, 곽향(藿香), 토곽향, 어향(魚香), 인단초(仁丹草), 가묘향(家苗香) 등 아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름 가지 수가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 민족과 가까웠다는 증거겠지요.



    배초향은 한방에서도 이용했습니다. 곽향이라는 생약으로 주로 감기, 어한, 두통, 복통, 설사, 소화불량에 처방합니다. 버짐이 피었을 때는 배초향 달인 물에 담가 치료하기도 하고, 입에서 냄새가 날 때는 그 물로 양치를 해도 좋다고 하네요. 좋은 향이 나쁜 냄새를 없애주지요. 가을이 배초향처럼 그윽이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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