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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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강릉이 흥겨워!

10월 19~28일 세계무형문화축전 열려

  • 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입력2012-10-15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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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강릉이 흥겨워!
    평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사람 수만 명이 한데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열광하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이런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도 기꺼이 그 무리에 낀다. 단지 가수 한 명과 그가 부르는 노래에 매료돼서가 아니라, 그 많은 사람이 흥에 겨워 몸을 절로 움직이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서다.

    한국인의 유별난 끼 확인할 기회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10월 19~28일 강원 강릉에서 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ICCN)이 주관하는 세계무형문화축전(www.iccnfestival.com)이 처음 열린다. 유네스코(UNESCO)가 2003년 채택한 무형문화협약에 따르면 무형문화란 공동체, 집단, 개인이 자신의 일부로 인지하는 관습, 표상, 지식, 기술은 물론 그와 관련한 도구, 사물, 가공물, 문화공간을 의미하며 축제, 구전, 사회 관습, 공연 예술 등의 형태로 표현된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즐기는 음악, 음식, 춤, 축제가 모두 무형문화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무형문화를 전시, 공연하는 강릉세계무형문화축전은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한국인의 유별난 끼의 근원을 확인할 좋은 기회다.

    열흘간 강릉시내 곳곳에서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는 38개 국내 팀을 비롯해 23개국 28개 도시와 단체가 참여한다. 강릉시민의 자랑인 단오제는 물론, 아르헨티나 탱고, 크로아티아 전통악기에 맞춰 노래하는 베차락, 체코 전통춤 슬로바코 버번크, 스페인 전통군무 토르네한츠, 이탈리아 시칠리아 인형극 등 유네스코에 등재된 무형문화유산 16개 작품 등 공연 수십 개가 펼쳐진다. 줄타기, 판소리, 사물놀이 같은 우리나라 전통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이란, 브라질, 뉴질랜드, 자메이카,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세계 여러 나라의 무형문화유산을 경험할 수 있다. 공연자들이 직접 설명하고 관람객 참여를 유도하는 체험 위주의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강릉이 흥겨워!

    체코 슬로바코 버번크, 필리핀 후드후드송, 스페인 토르네한츠, 아르헨티나 탱고, 몽골 전통음악 허미(왼쪽부터) 등이 축전 기간 강릉 곳곳에서 공연된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 무형문화유산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강릉단오제가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강릉시는 무형문화를 간직한 세계 여러 도시와 연합을 꾀했다. 강릉시 주도로 2008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창립한 ICCN엔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집트, 이란, 중국 등 21개국 29개 도시와 8개 기관이 회원국으로 참여한다. 매년 총회를 열고 각 도시의 무형문화정책을 공유해온 ICCN 회원국은 무형문화를 널리 알리고 활성화하려면 세계 무형문화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알릴 세계무형문화축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개최지로 강릉을 선정했다.



    ICCN은 이번 강릉세계무형문화축전을 지켜본 뒤 앞으로 세계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세계무형문화축전을 개최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만큼 세계 이목이 강릉에 집중될 전망이다. 강릉시는 세계무형문화축전을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강릉을 한국 전통문화의 보고이자 세계적인 무형문화 중심 도시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세계적 무형문화 중심 도시로

    최명희 강릉시장은 “세계 각국이 유적지와 건축물 등 눈에 보이는 유형문화 보전에는 힘써왔지만 음악, 이야기, 음식, 춤, 기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문화는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 많다”면서 “이번 축전을 통해 다양한 세계 무형문화를 보고 배움으로써 무형문화는 옛것이라서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무형문화유산이 인류역사에서 갖는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터뷰 ㅣ 최명희 강릉시장

    “문화도 즐기고 커피도 한 잔 하시고…”


    10월 강릉이 흥겨워!
    ICCN 세계무형문화축전을 강릉에서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4년 강릉국제관광민속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무형문화를 콘텐츠화하는 작업이 시급했다. 강릉단오제를 비롯한 무형문화의 위상을 재정립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강릉단오제는 6월인데.

    “세계무형문화축전을 강릉단오제의 한 부분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 구분할 필요성이 있었다. 세계무형문화축전은 강릉단오제 같은 세계 여러 도시의 무형문화를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다. 강릉단오제는 강릉과 한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로, 이번 행사의 일부분으로 선보인다.”

    다른 지역 축제와는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

    “단오문화관, 임영관(고려·조선시대 중앙 관리들이 강릉에 내려오면 머물던 건물터), 옛 명주초등학교와 경강로, 남문골목 등 원래 있던 도심 시설과 문화공간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별도의 시설투자를 최대한 자제했다. 또한 입장료의 50%를 행사장 안이나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교환권으로 지급해 지역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많은 지역 행사가 전문 기획사를 끼고 열리는 데 반해 이번 축전은 전적으로 강릉시청 직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마련했다. 지역 유무형 자산을 활용해 최소비용으로 국제행사를 훌륭하게 치러내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꽤 많은 공연이 열리는데, 꼭 봐야 할 것이 있다면.

    “하층민의 힘겨운 삶을 정열적이고 화려한 춤으로 승화한 ‘아르헨티나 탱고’, 농사의 고단함을 이겨내는 지혜를 담은 ‘필리핀 후드후드송’,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에게 소속감을 일깨워준 ‘시칠리아 인형극’ 등 모든 작품이 각기 다른 주제를 고유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느 하나 비슷해 보이지 않지만 깊숙이 자리 잡은 가치가 인간에 대한 사랑인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어느 하나를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관람객도 인간애를 표현한 무형문화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임을 깨달을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확인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영국 BBC에서 한국을 문화 수출 강국으로 보도한 바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우리의 소중한 현대 무형문화라면, 남사당놀이는 100년 전 케이팝(K-pop)이자 한류 뿌리다. 많은 분이 우리 고유의 무형문화를 통해 한국인 특유의 흥과 멋, 신명을 경험하고, 무형문화는 과거 유산이 아닌 미래를 책임질 문화자원인 만큼 그것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키면 우리 삶이 더 윤택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길 바란다. 우리나라 가을 날씨가 무척 청명한데, 강릉의 가을은 특히 더 아름답다. 올해로 4회째인 강릉커피축제도 같은 기간 열리는 만큼 강릉에 오면 멋진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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