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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특허소송’ 할수록 주가 상승 왜?

삼성 vs 애플 싸우면서 회사가치 상승… 특허 천편일률 적용은 개선 필요

  • 이경란 특허법인 이지 대표변리사 rana@ezpat.com

‘특허소송’ 할수록 주가 상승 왜?

‘특허소송’ 할수록 주가 상승 왜?
휴대전화 제조사인 삼성전자(이하 삼성)와 애플이 특허 문제로 세계 각지에서 다투고 있다. 미국에서는 애플이 완승했고, 일본은 삼성 손을 들어줬다.

애플은 왜 삼성을 공격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빤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2등 주자가 생겼으니, 승자 독식을 하려던 애플이 경각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애플은 당장 시장에서 삼성을 몰아내지는 못하더라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마크맨 히어링(Markman Hearing·특허청구 범위 해석에 관한 판사의 판결) 후에 삼성과 애플은 화해하지 않았을까. 보통 미국에서 벌어지는 특허소송은 마크맨 히어링이 끝난 후 화해로 일단락된다. 배심재판까지 가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것이다.

특허분쟁의 가장 큰 쟁점은 특허청구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마크맨 히어링 결과에 따라 향후 특허분쟁의 방향이 정해지는 셈이다. 배심재판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특허 전문가가 아닌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하는 터라 소송 당사자인 기업으로선 위험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배심재판 전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 협상을 진행하고 화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양측 화해 기미 전혀 없어



애플과 삼성도 아마 화해하는 방향을 고민했을 것이다. 실제로 담당 판사가 양사에 화해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애플과 삼성이 화해 대신 분쟁을 선택한 건 두 기업 모두 자사의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미국 법원에서 판결이 난 후에도 애플과 삼성이 화해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혹시 분쟁을 하는 편이 화해하는 것보다 양 당사자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닐까.

2011년 4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 애플이 삼성에 대한 특허침해 소장을 제기했을 당시 삼성 주가는 당일 종가 기준 88만8000원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1심 배심평결이 나온 2012년 8월 24일의 주가는 얼마였을까. 종가 기준 127만5000원이었다. 특허를 두고 싸움을 하는 동안 삼성 주가는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랐다. 그렇다면 애플 주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2011년 4월 15일 애플 주가는 327.46달러였으나, 2012년 8월 24일에는 663.222달러였다.

잘 알려진 대로 전 세계가 지독한 불경기를 앓고 있다. 그런데 애플과 삼성은 지난 1년 4개월여 동안 미국, 한국, 일본, 독일 등 전 세계를 무대로 그 험난한 특허분쟁을 치르면서도 비즈니스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삼성 주가는 143%, 애플 주가는 200% 이상 올랐다. 애플과 삼성이 분쟁을 시작하기 1년 전 주가 흐름은 어땠을까. 2010년 4월 16일 삼성 주가는 84만8000원이었고, 애플 주가는 247.4달러였다. 1년 새 주가는 삼성 104%, 애플 132%가 됐다.

곱씹어 생각해볼 일이다. 원래 전쟁을 하면 나라 재정은 바닥나고 백성은 먹고살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전쟁 같은 특허소송을 하면서도 애플과 삼성은 멀쩡하게 장사를 잘하고 있다. 주가 상승률만 놓고 보면 애플은 특허분쟁의 진정한 승자인 듯하다. 여하튼 애플은 미국에서 배심평결이 나오자마자 또 다른 특허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특허는 하나의 비즈니스 도구다.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카드 중 하나인 것이다. 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특허를 구매하기도 하고, 특허에 대해 상대방에게 실시허락(license)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소송에서처럼 특허로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번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은 엄청난 손해배상액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허는 꼭 필요한 제도일까. 세계적으로 보면 특허제도는 수백 년간 시행돼왔다. 그 긴 세월 동안 특허무용론이 제기된 적은 없을까.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발명이 나올 때마다 특허무용론이 어김없이 제기됐다. 자전거 발명이 봇물처럼 터졌을 때, 10여 년 전 비즈니스 방법에 대한 특허 광풍이 불었을 때도 특허무용론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럼에도 특허제도를 폐지하지 않은 건 아마도 특허제도가 인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다. 처음 특허제도를 실시한 베니스의 번영과 이를 이어받아 특허를 도입한 대영제국의 번성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후 1885년에 특허제도를 도입해 강대국이 됐고, 중국도 죽의 장막을 걷을 때 특허제도를 도입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허는 꼭 필요한 제도?

그렇다고 특허무용론을 주장하는 논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허권 보호가 오히려 기술 개발을 저해한다는 것이 특허무용론의 골자다. 그렇다면 기본으로 돌아가, 특허제도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특허법에 따르면, 특허법의 목적은 ‘발명을 보호 및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 발전을 촉진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특허권을 침해당하면, 특허권자는 민사적으로 침해금지를 청구할 수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특허제도 폐해를 얘기할 때, 손해배상청구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는 드물다. 세상에 없던 것을 발명해 세상에 공개한 특허권자에게 일정한 금전적 보상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반면 침해금지청구권을 항상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따른다. 현행 특허법은 침해금지청구권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특허기술 수만 개가 들어간 스마트폰의 경우 그중 몇 개 특허를 가진 특허권자가 침해금지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그것이 특허법이 목적으로 하는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까.

미국 대법원은 특허사냥꾼의 소송 남발 문제를 인식하고 2006년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와 네트워크 시스템 개발업체 머크익스체인지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이베이의 특허침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특허권의 사용 금지 명령은 기각했다. 이로써 특허권자인 머크익스체인지는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베이가 관련 사업을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이베이 판례 이후 미국 특허소송에서는 특허권자가 상대방의 제품 판매 또는 서비스를 금지하려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고 있는지 △이러한 손해를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적절한지 △특허권자와 상대방의 곤란함을 고려할 때 형평법상 구제책이 필요한지 △영구적 금지명령이 공중의 이익에 반하는지 등 4가지를 판단하도록 했다.

이러한 미국 대법원의 태도는 특허권자의 침해금지청구권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해 나타나는 폐해를 막아보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특허법이 산업 발전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면, 특허권 보호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산업사회에서 태동한 절대적인 사유재산제도가 근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공공복리를 위해 일정하게 제한된 것처럼, 특허제도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할 때가 된 듯하다.

발명에 대한 대가가 꼭 독점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특허제도는 침해를 인정하면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이 모두 인정된다. 우리나라 특허소송에서는 손해배상액이 100억 원을 넘는 사건은 찾아보기 힘들고, 특허 무효율이 70%가 넘는다고 한다. 침해금지를 하자니 해당 기업 피해가 너무 클 것 같아 걸핏하면 특허가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기업 활동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법 때문에 반특허 기운이 법원을 에워싸는 듯하다.

반특허 정서가 과연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까. 뜬금없지만 30년 전을 생각해보자.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걱정을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일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 30년 전에 그렇게 많았던 일자리는 누가 다 훔쳐갔을까. 지금 우리는 30년 전보다 훨씬 많은 제품과 훨씬 많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데 왜 일자리는 적을까. 30년 전에 비해 인류가 창출해내는 부의 총량은 증가했는데 도대체 왜 많은 사람이 박탈감을 느끼고 중산층은 붕괴하는 것일까.

사람만 창조할 수 있는 가치

미국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후보나 우리나라 대선 주자들이 하나같이 내세우는 공약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인류사회가 창출한 부가 인류에게 골고루 분배될 수 있는데,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러보면 우리는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면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돈을 지불하는 데는 유독 인색하다. 30년 전에는 사람이 직접 제품을 제조했지만 지금은 로봇이 제품을 만든다. 만약 우리가 로봇이 만들어낸 제품, 기계가 만들어낸 가치에만 돈을 지불 하고,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에 인색하게 군다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일자리가 줄어가는 것을 수수방관한다면 인류사회가 가진 문제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사람이 만들어낸 가치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사람이 그린 그림, 사람이 만든 노래, 사람이 지은 시, 사람이 엮은 소설, 사람이 창작한 발명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친특허 정책이 필요하다. 발명은 로봇이나 기계는 할 수 없다. 발명은 사람만 할 수 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발명이라는 가치를 보호하는 특허권은 그래서 꼭 보호해야 한다. 이름뿐인 보호가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주어야 한다. 특허청은 특허권을 내주고, 법원은 그 특허권이 무효이거나 비침해라고 판결해버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발명자들이 특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갖지 않도록 특허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 발명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인류 번영을 가져올 것이다.



주간동아 854호 (p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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