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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짝퉁 부품 장착… ‘시한폭탄’ 질주

자동차 불법 모조부품 활개… 무턱대고 정비 맡겼다가 큰일날 수도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짝퉁 부품 장착… ‘시한폭탄’ 질주

짝퉁 부품 장착… ‘시한폭탄’ 질주

자동차 모조부품에 붙이는 위조 라벨.

자동차 불법 모조부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장착된 가짜 부품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져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시한폭탄이다.

자동차 한 대에 필요한 부품은 2만여 개. 그중에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성 부품이 상당수다. 안전을 위해서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안전을 위협하는 ‘짝퉁 자동차 부품’이 크게 늘어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짝퉁 가방, 짝퉁 시계 같은 상표권 침해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질 낮은 원료와 검증 안 된 재질을 사용한 모조부품은 겉으로 봐서는 순정부품과 차이가 없지만, 품질과 안전성이 현격히 떨어져 자칫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산 짝퉁 부품 대거 적발

실제로 최근 일어난 대형사고 중 모조부품 사용에 따른 사고 건수도 적지 않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피해도 심각하다. 사고나 결함 원인을 모조부품이 아닌 기기 자체 결함으로 인식할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월 중국 산둥성 노둔 자동차부품 시장. 중국 공상과 공안국 관계자 10여 명이 상가 건물을 급습했다. 상가 창고에는 범퍼커버, 에어백, 벨트, 램프, 베어링, 필터 등 모조부품들이 위조 현대·기아차 라벨을 붙인 채 포장돼 쌓여 있었다. 중국 공안국은 이날 이 시장에서만 불법 모조부품 유통상 7곳을 적발해 2곳은 형사입건하고 나머지는 행정 처분했다. 이어 4월에는 중국 장쑤성에 있는 모조 자동차부품 생산 공장을 적발했다. 작업장 한쪽에는 위조한 자동차 엠블럼과 라벨, 포장지 등이 잔뜩 쌓여 있었다.



중국 공안국이 올해 현대모비스의 협조 아래 대대적인 기획단속에 나서 적발한 불법 모조부품 생산·유통업체만 28곳. 총 100억 원 상당의 12만 개 불법 모조부품을 압수해 폐기처분했다. 지금까지 순정부품의 탈을 쓴 불법 모조부품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밀수출됐다.

짝퉁 부품 장착… ‘시한폭탄’ 질주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10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현대모비스 공장을 방문하자 조립라인의 현지 근로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중국산 짝퉁만이 아니다. 2010년 경기 김포에서는 14억 원 상당의 자동차 오일필터 30만 개를 불법 제조해 국내는 물론, 베트남 등 제3국으로 유통하려 한 불법 모조부품 제조 유통업자가 서울청 광역수사대의 단속망에 걸려 체포됐다. 지난해 국내외 사법기관 등을 통해 적발한 현대·기아차의 불법 모조부품 생산 및 유통 적발 사례는 200여억 원 규모, 총 100여 건에 이른다.

순정부품은 완성차 생산업체가 직접 만들거나 완성차 생산업체에서 주문받은 협력업체가 만든 부품을 말한다. 완성차 생산업체에서 부품 품질을 인증하고 상표를 부착해 지정 대리점을 통해 판매한다.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해 자동차를 제작할 때 장착하는 부품과 동일한 부품임을 완성차 생산업체가 직접 보증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반면 모조부품은 순정부품의 외형뿐 아니라 포장박스나 검사필증까지 위조해 외견상으로는 순정부품과 거의 똑같지만 성능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모조 휠 볼트 사용이다. 모조 휠 볼트를 장착한 채 운행하다 볼트가 일시적으로 부러지거나 바퀴가 통째로 빠져버릴 위험성이 매우 높다.

치명적 사고 위험성 매우 커

불법 유통되는 모조 브레이크패드도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만들 뿐 아니라, 구조상 제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마찰재가 쉽게 마모돼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타이밍벨트나 각종 필터류 같은 소모성 부품도 엔진 출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 정비를 맡겨도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불순물들이 엔진을 마모시켜 출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엔진을 분해해 살펴보지 않는 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부품은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어느 하나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며 “특히 다른 차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어 일반 가전제품의 짝퉁 부품과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순정부품 확인법

박스 로고와 검사필증 번호 조회를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순정부품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순정부품 중심으로 보수용 부품 시장이 형성됐다. 그 덕에 소비자들은 별다른 걱정 없이 정비업체를 믿고 자동자 정비를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불법 제조한 모조부품이 대량 유통되면서 소비자 스스로 안전을 위해 순정부품 구별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 포장박스 로고 확인

국내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순정부품 공급 책임을 위임받아 대규모 공급망을 운영하는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완성차 생산업체에서 지정하는 대리점과 직영매장에서 순정부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구입해 정비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모조부품 사용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정비업체에서 부품을 교환하거나 정비를 받을 때 반드시 해당 부품박스에 자동차회사의 로고가 제대로 인쇄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검사필증 고유번호 조회

검사필증은 순정부품이 안전과 성능 면에서 완성차 생산 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품질임을 보증하는 표지다. 모조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개별부품에 부착하지만, 작은 부품이나 직접 부착이 불가능한 부품은 포장을 뜯지 못하게 박스의 상단 열림 부위에 부착한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검사필증의 홀로그램마저 위조한 불법 부품이 유통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3차원 디지털 홀로그램과 과학기구나 디지털 리더기로만 확인 가능한 숨겨진 이미지(Hidden Image)를 사용해 위조를 방지한다. 각각의 검사필증(홀로그램)에는 고유번호가 인쇄돼 있어 이를 조회해 순정부품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 정비·점검명세서 요구

자동차 수리나 정비 후에는 정비업체에서 정비·점검명세서를 받아 챙겨둬야 한다. 만약 정비업체에서 경비총액을 적은 ‘영수증’만 주면 반드시 명세서를 요구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정비업자가 점검 전에 견적서를, 점검 후에 정비명세서를 발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사후 점검 및 정비명세서에는 고객이 받은 정비작업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정비업체는 이를 1년간 의무적으로 보존해야 하므로 자동차 정비 의뢰 시 이를 요청하면 모조부품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851호 (p24~25)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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