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1

2012.08.20

대선캠프서 커지는 ‘20대 목소리’

UCC 제작, 정책 조언 등 시민권력 세력화에 일조

  • 이여진 인턴기자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4학년 iamherehihi@gmail.com

    입력2012-08-20 0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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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캠프서 커지는 ‘20대 목소리’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정책 발표회 ‘청춘미팅’에서 사회를 맡은 대학생 육심준(맨 왼쪽) 씨.

    4·11 총선 당시 20대의 투표율 증가세가 두드러진 이후 이들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주목받는다. 취업과 등록금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청년층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공론화하려고 나서는 것. 특히 정책 패러다임의 각축전인 대통령선거(이하 대선)를 앞두고 대선주자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활동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500명에 달하는 청년 활동가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이다. 지역 연고나 금전적 대가 없이도 온라인 혹은 다른 매체에서 대선주자들을 접한 뒤 돕고 싶다며 캠프 문을 두드린 것이다. 청년층이 정치에 높은 관심을 보이자 정당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이목을 끌려고 분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해부터 역사탐방 프로그램 ‘History’를 통해 대학생 지지자를 포섭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캠프는 청년 정치단체 ‘내일을 여는 친구들’과 공식적으로 정책공조를 하고 있다.

    정치 매력에 빠진 순수 봉사 형태 많아

    대학생 활동가들은 통상 따로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 비상근으로 활동하면 업무시간이 유동적인 반면, 공식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면 주5일, 일이 바쁠 땐 주말에도 출근한다. 생활비는 벌어놓은 돈으로 충당하거나 따로 아르바이트를 해 마련한다. 하지만 이들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 캠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활동을 하는 고경희(22·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2학년) 씨는 캠프 참여의 매력으로 지지율이 0.1%라도 올라야 한다는 긴장감, 여론 및 이슈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정치가 이렇게 바쁘고 절박하며 고된 일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것.

    안은필(27·충남대 교육학과 4학년) 씨는 아예 캠프 활동을 위해 7월 고향인 전북 장수군에서 상경했다. 30대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5년에 한 번 있는 선거란 생각에 주저하지 않았다.



    “정치판 흐름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호기심이 발동했어요.”

    그는 정 의원 캠프에서 홍보활동을 자원해 쉬는 날도 거의 없이 일한다.

    대학생 활동가들에게 정치란 어떤 의미일까.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지지하는 양준영(26·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4학년) 씨는 여섯 살 때 같은 색 옷을 갖춰 입은 정치인 지지자들을 보고 황홀한 느낌에 빠졌다고 한다. “사람을 끄는 힘이 무엇일까, 설득하는 카리스마는 어디서 나올까 그런 것을 박 의원을 보며 배운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캠프에서 일하는 이담(25·한남대 국어국문학 졸업) 씨는 군 생활을 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지침과는 다르게 군 환경은 그에게 사회문제에 대한 판단을 주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타인의 어젠다나 프레이밍에서 벗어나 저만의 비판적 시각을 기르고 싶었어요.”

    실제로 대학생 활동가들이 대선주자에게 준 도움이 적지 않다. 손학규 상임고문의 청년 멘토를 자처한 육심준(28·서울시립대 경제학과 4학년) 씨는 보좌진에게 손 상임고문이 청년들과 직접 만나 자유토론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7월 초 열린 ‘청춘미팅’은 그의 아이디어가 실현된 자리였다. 서울 신촌 한 카페에 대학생들을 초청해 손 상임고문의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직접 사회까지 맡았다.

    “행사 자리에서 청춘연금 공약과 관련해 연금액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어요. 공약에 반영할 수 있게 검토 중입니다.”

    청춘연금은 만 5세부터 가정과 국가가 반반씩 부담해 만 20세가 되면 3000만 원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도록 하는 제도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활동으로 개성을 뽐내는 경우도 있다. 고경희 씨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통해 정세균 의원의 매력을 알린다. 매일 ‘딱밀착 리포터’라는 제목으로 정 의원의 활동을 홍보하는 블로그에 현장 일기를 연재한다. 재기발랄한 글과 패러디물 덕분에 온라인에서 인기가 많다. 고씨의 블로그 글 중 “저도 이제 나름 유명인이 됐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정 의원뿐 아니라 고씨도 대중과 소통하는 블로거로서 거듭나는 모습이다.

    일자리 문제 해결 가장 큰 과제

    대선캠프서 커지는 ‘20대 목소리’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 캠프에서 ‘딱밀착 리포터’로 활동 중인 대학생 고경희 씨.

    이들이 대선주자들을 지지하게 된 계기는 뭘까. 허승규(23·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씨는 김두관 전 지사가 제시하는 아래, 균형, 작음 등의 가치가 청소년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수도권 명문대로 가는 길이 일반 명제가 됐던 자신의 청소년 시절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내가 왜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서울 유학생활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는 것. 지방 학생들이 서울로 올라와야만 하는 현상은 구조적으로 선택된 측면이 크다. 그가 김 전 지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 같은 주류 가치의 변화다.

    한편 양준영 씨는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최소한 밥그릇은 챙겨줄 거라고 기대한다. 박 의원이 보편적 복지를 강화하는 등 ‘좌클릭’ 정책을 확대한 데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국민을 통합할 수 있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취업준비생이다. 회사에서 토익 성적을 요구해 몇 개월 동안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했는데 이젠 토익 말하기 시험까지 요구해 8월부터 다시 스터디를 하고 있다.

    “스펙이 필요 없다지만 회사에선 다 요구하던걸요.”

    박 의원의 중소기업부양 정책에 양씨는 희망을 건다.

    박무영(22· UC 버클리 정치학과 3학년) 씨는 문재인 의원이라면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단지 스펙을 높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입과 취업, 그리고 결혼에서 좌절하는 20대에게 평생 서민과 소통하면서 살아온 문 의원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 정치검찰의 행태나 탁상행정, 비합리적 제도를 정리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그가 문 의원에게 기대하는 바다.

    “정치가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라면 문 의원의 당선을 위해 일하는 것은 제가 생각하는 가치를 국민에게 설득시키고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대학생 활동가들은 특유의 순수성을 무기로 정치권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주자만 띄우는 것을 피하고 다른 대선주자에게도 열린 자세를 취한다. 안씨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 정세균 의원이 아니라 다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지지를 아끼지 않을 거라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양씨도 “박근혜 의원이 새누리당의 대세가 아니었다면 지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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