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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관광 가뭄에 ‘중국인 단비’

불황 겪는 캐나다 여행업계 ‘달러 박스’로 등장

  •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hyb430@hotmail.com

관광 가뭄에 ‘중국인 단비’

호텔 투숙객은 아침식사를 거의 호텔이 내놓는 음식으로 해결한다. 점심이나 저녁은 외부 음식점에서 사먹을 수 있지만 아침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호텔 처지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손님을 모두 고려해 다양한 아침 식단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호텔은 대부분 아메리칸 스타일과 컨티넨털 스타일 가운데 하나를 택해 뷔페식으로 서비스한다. 전자는 미국인 취향에 맞춰 토스트와 익힌 달걀, 베이컨이나 소시지, 감자볶음 등을 포함시킨다. 후자는 유럽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머핀이나 크루아상, 치즈, 과일주스 등을 내놓는다.

하지만 조만간 호텔 아침 메뉴로 중국 식단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은 최근 “토론토에 본사를 둔 세계적 호텔 체인 페어몬트가 최근 캐나다 내 계열 호텔 대부분에서 콘지(쌀로 만든 죽에 고기와 채소 등을 섞은 음식) 등 중국인 손님을 겨냥한 아침식사도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 겨냥 아침식사 메뉴

캐나다에서도 중국인이 관광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랫동안 불황을 겪던 캐나다 관광업계에서 중국인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밴쿠버에 있는 큰 호텔은 대부분 객실 층수 표시에서 4층, 14층, 24층 등 ‘4’가 들어가는 숫자를 없앴다. 3층 바로 위는 5층이 된다. ‘4(四)’의 발음이 ‘죽을 사(死)’와 같다고 꺼리는 중국인을 염두에 둔 조치다.

호텔뿐 아니라 선물가게, 의류점 등 중국인이 많이 찾는 업소에서 종업원들은 몇 마디 중국어 인사말을 기본으로 할 줄 안다. 캐나다 상징 동물인 비버를 상표로 쓰는 ‘루츠(Roots)’는 캐나다의 대표적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다. 밴쿠버 다운타운에 자리한 루츠 본점에는 요즘 중국인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일주일에 서너 대씩 도착한다. 이 점포의 간부들은 대개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중국어를 익혔다. 아예 중국말을 모국어로 쓰는 직원을 고용한 업소도 많다.



캐나다 국내 관광을 취급하는 인바운드 관광업계는 여러 해 동안 이중 삼중의 악재로 고전해왔다. 전통적으로 캐나다를 많이 찾는 미국과 유럽, 일본 사람 등이 하나같이 자국 경기침체로 여행에 돈을 쓰려 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요인이고, 두 번째는 캐나다 화폐의 유례없는 강세 때문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1캐나다달러는 미국 60센트대에 해당했으나, 그 후 꾸준히 올라 2009년 양국 화폐의 가치가 대략 일대일로 맞먹게 된 이래 지금까지 이 환율 시세를 유지한다. 10년 전 미국 돈 100달러를 가지고 캐나다로 온 외국인은 150캐나다달러어치의 물건(또는 서비스)을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같은 값어치로 구매하려면 150미국달러를 들고 와야 한다.

2001년 캐나다를 찾은 미국인은 4290만 명이었으나 환율이 일대일이 된 2009년에는 2050만 명으로 줄었다. 캐나다달러 강세는 미국달러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유로를 비롯한 다른 나라 화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캐나다를 방문하는 외국인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캐나다 국민이 국내 관광 대신 적은 비용으로 해외 관광을 나갈 수 있게 해줘 관광업계에 이중으로 타격을 줬다.

중국인이 본격적으로 캐나다 관광에 나선 것은 2년 전이다. 중국은 2010년에야 비로소 캐나다를 자국인의 ‘승인 목적지’로 지정했다. 중국 정부의 지정을 받지 못한 나라에 대해서는 중국 여행사들이 관광객을 모집할 수 없고, 해당 나라가 중국 내에서 관광 홍보 활동도 할 수 없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보수당)가 취임 초 중국에 냉담한 외교를 하다 2009년에야 자존심을 접고 베이징에 화해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중국이 캐나다를 승인 목적지로 지정한 것이다.

5월 말까지 캐나다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난 11만5000명이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에서 온 사람보다 적지만 유럽인 관광객 수가 답보 또는 감소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캐나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상대적으로 의미는 적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미국인은 대개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와 당일치기 아니면 단기간 머물다 돌아가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지출하는 여행비용 단가가 낮다. 캐나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잠시 방문하는 미국인을 ‘외국인’ 관광객으로 여기지 않는다.

캐나다보다 11년 앞서 중국인 관광객 덕에 호황을 누리는 나라가 호주다. 호주는 1999년 중국으로부터 승인 목적지 지정을 받은 이후 해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호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0년 45만여 명으로 뉴질랜드와 영국, 미국 사람에 이어 4위에 그치지만 호주 내에서 지출한 관광비용은 33억 호주달러로 1위다. 호주 관광업계는 중국인을 ‘알짜’ 고객으로 여긴다. 호주 정부도 중국에 관광홍보사무소 여러 개를 운영 중이다.

캐나다 부동산시장도 장악

19세기 후반 중국인이 캐나다에 처음 발을 붙이려 했을 때 캐나다 백인은 중국인을 유별나게 박대했다. 캐나다 원주민을 제외한 주민이 백인뿐인 상태에서 중국인과 일본인, 인도인이 비슷한 시기에 소수민족으로서는 처음으로 정착하자 백인은 이들 모두를 멸시했으며, 그중에서도 중국인이 가장 험한 대우를 받았다. 일본은 당시 개방을 통해 국력을 키우고 있었을 뿐 아니라, 캐나다의 어머니 나라에 해당하는 영국과 일본이 ‘영일동맹’이라는 강력한 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캐나다인들도 일본인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인도인 역시 백인들 눈에 못마땅한 존재였으나 같은 대영제국의 신하라는 명분을 의식해 중국인보다 낫게 대접했다.

청조(淸朝) 말 당시 중국은 유럽 열강의 잦은 침탈에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는 노쇠한 제국이었다. 이런 중국인의 정착을 제한하려고 캐나다 당국은 처음 입국 부담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중국인을 대했다. 그럼에도 중국인이 계속 이 땅에 발을 들여놓자 1923년 아예 법을 제정해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캐나다 역사상 특정 나라를 찍어 그 국민의 이민을 금지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민과 관광은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요즘 중국인은 이민 신청 과정에서도 전혀 차별을 받지 않는다. 중국계 캐나다인들의 돈이 지금 캐나다 부동산시장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골적으로 천대받던 나라 사람이 지금은 각별히 환영받는 주요 손님이 된 사실을 통해 달라진 세상을 절감한다.





주간동아 2012.07.30 848호 (p44~45)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hyb43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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