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7

2012.07.23

호모스마트쿠스 신인류에게 소설을 알려줘!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2-07-23 10:3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호모스마트쿠스 신인류에게 소설을 알려줘!
    출판사들은 보통 여름 휴가철을 앞둔 4월 전후로 시장성이 있는 소설을 내놓는다. 이 시기에 화제를 불러일으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면 겨울까지 인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출간하는 소설의 면면을 살펴보려 지난 12주 동안 나온 신간을 알아봤다.

    한 온라인서점에 최근 12주 동안 입고된 신간 소설은 모두 217종이었다. 그중 한국소설은 약 36%인 78종에 불과했고 외국소설이 64%를 차지했다. 과거 한국소설과 외국소설의 비율이 7대 3 정도였지만 어느새 역전된 것이다. 실제 판매부수로는 한국소설이 25% 이하로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출간한 외국소설을 언어권별로 살펴보면 영미소설 55종(25%), 일본소설 49종(23%), 프랑스 소설 15종(7%), 중국과 독일소설 각 5종, 기타 12종이었다. 여전히 영미소설과 일본소설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소설로는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창비),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톨),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은행나무), 김주영의 ‘잘 가요 엄마’(문학동네), 김애란의 ‘비행운’(문학과지성사)이 그나마 화제를 모았다. 판타지를 비롯한 장르문학, 재출간한 책, 기획소설을 빼면 이른바 ‘본격소설’을 찾는 것은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해마다 작품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신인작가의 작품은 ‘사재기’ 같은 극단적인 마케팅 수단을 동원해도 3만 부를 넘기기 어렵고, 각종 문학상 수상작도 2만 부를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소설은 외국소설이 더 많았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황금가지)는 올여름 최고 화제작이다. 어느 철학자는 “이 소설이 가진 압도적인 힘에 이끌려 정신없이 읽었다”고 고백했다. 외국소설은 이미 검증된 책을 펴내기에 작품을 정선했다는 장점이 있다. ‘제노사이드’ 띠지에는 ‘2012 일본서점 대상 2위’ ‘2012,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같은 문구가 들어 있다. 이처럼 외국소설 띠지에는 ‘·#52059;·#52059;문학상 수상’이나 ‘몇백만 부 판매’ 같은 문구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최근엔 이런 작품조차 부진을 면치 못한다.



    지난 몇 년간 ‘일류’라 일컬을 정도로 일본소설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올해 출간 종수는 예년보다 줄었다. 과도한 경쟁으로 선인세가 올라가 비용부담을 느낀 출판사들이 일본소설 출간을 망설여서다.

    일부 작가들은 청소년소설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언젠가부터 출판시장에서는 청소년문학과 성인문학을 완전히 구분하고 있다.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의 청소년판을 따로 펴내는 것이 유행일 정도다. 청소년소설이 크게 늘어나지만 과당경쟁으로 시장은 그리 신통치 않다.

    소설시장의 유일한 돌파구는 영화나 드라마로 화제를 끄는 것뿐이다. 2011년 출간한 소설 중 베스트셀러에 제대로 오른 것은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과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뿐이다. 그러나 판매부수는 각각 30만 부와 25만 부를 넘긴 정도에 불과하다. 두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개봉하면 또 한 번 판매가 늘 것으로 보인다.

    소설 침체는 출판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을 불러왔다. 소설시장을 살리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대책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스마트TV의 발달로 영상에 깊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호모스마트쿠스’라는 신인류의 정서를 움직이는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해야 한다.



    댓글 0
    닫기